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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Jul 31. 2022

추억의 창고 집 시대(4편)


                         

창고방 위의 천정 바닥을 오가며 서 선생들은 수시로 왕복 달리기 연습을 했다. 찍찍거리는 소리는 기본이었다. 달리기를 너무 자주 하다 보니 베니어판 위를 뛰는 소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아니, 괜찮을 거야. 쥐약을 놓은 지 오래되었어. 아마 쥐약을 드시고 생을 마감한 서 선생의 주검도 없을 거야.” 

그런데 이와 같은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장담도 했는데 참으로 난감했다. 오늘 오후엔 고향 절친 병호의 막내 동생이 우리 창고 집에 평소 애지중지하던 고양이를 모시고 왔다. 후배가 이 화상을 지금 우리 창고 집에다 풀어놓아도 문제가 없을가를 내게 물었다. 나는 별 근거도 없이 자신 있게 말을 내뱉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황당했고 참담했다. 후배의 손을 떠난 고양이는 금세 주검으로 돌아왔다. 결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대단히 활발했던 고양이의 움직임은 더 이상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후 고양이의 주검을 수소문하는데 아주 큰 고생을 했다. 창고 집 곳곳에 널려 있던 쥐약을 이미 충분히 섭취한 쥐의 주검을 이 고양이는 날름 삼킨 결과였다. 나는 후배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안절부절했다. 설마가 ‘사고양이를 모두 잡은 꼴이 되었다.

      

매월 쥐 잡는 날의 이벤트 실적을 체크하기 위해 면사무소에서 쥐의 주검을 따로 모았다. 실제 이 주검 수를 집계하여 통계를 냈는지는 아직도 미제로 남았다. 

    

창고 집을 혼자서 지키는 일이란 고난도의 미션이었다. 지키는 시간 내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동화책은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주로 만화책으로 무료함을 달랬다. 그러나 이도 하루 이틀이지 금세 싫증이 났다.     

김주사, 계시나?”

아버지, 안 계시는데요...”     

아버지의 메인이 양곡상이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평소 창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아버지를 찾는 어른들이 적지 않았다.     

엄마, 주사가 무슨 뜻이야? 높은 거야? 나도 나중에 커서 주사가 되었으면 좋겠네.”

초등생 저학년 시절의 일이었다.  

   

오늘도 지루하고 무료하게 창고 집을 지키던 중이었다. 매우 반갑게도 형이 나타났다. 아주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였다. 나는 형에게 가타부타 말도 남기지 않고 살림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형에게 창고 집 지키는 일을 얼른 떠맡겨버린 것이었다. 내가 형이 눈치채지 못하게 이곳을 떠나더라도 형이 설마 창고 집을 내팽개치지는 않으리란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덩그러니 나 혼자 창고 집에 남겨진 경우 형, 아버지, 어머니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 나는 구세주를 만난 듯이 매우 기뻤다. 이 작은 굴레에서 벗어날 아주 좋은 찬스였기 때문이었다. 

    

딱정벌레나 매미 둘 중의 하나였다. 어느 것인지 확실히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0.6원(60전) 짜리 우표의 모델이었다. 내륙지방 최전선 조그마한 분지인 내 고향은 일간 신문을 서울과 수도권 대비 하루 늦게 그것도 우체부를 통해 받아 볼 수 있었다.

     

조선이나 동아 같은 메이저 일간지가 아니었다. 각종 시세표가 많이 차지한 신문이었다. 우리는 도저히 흥미와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매경이나 한경 등 경제신문으로 추정됐다. 사업을 꾸려가는 아버지는 남보다 한 걸음 앞서갔다. 이런 경제신문을 통해 곡물 시세 등 경제 동향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었다.  

    

당시 주요 일간지는 모두 한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 신문을 막힘 없이 제대로 술술 읽어내면 상당한 지식인으로 대접을 받았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았다. ‘한글전용’, ‘국한문 혼용’, ‘괄호 처리 한문 사용’등 문교부의 정책은 말 그대로 수시로 갈팡질팡했다. 우리 형제자매들이 제대로 읽어 낼 수 없는 신문을 구독하는 아버지를 원망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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