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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ug 02. 2022

공격형 미들필더 점포장(2편)

                            

성과장, 잠깐 이리 오게. 자 이것으로 대리운전을 해서 집에 잘 들어가고. 오늘은 고생했어 잘 쉬고 월요일에 또 보자고.”

지난번 행복 금고 채상무 접대에 내가 나섰어야 하는데 힘들었지?” 

    

내 관리 법인고객 접대를 하기로 했다. 상대방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 책임자였다. 나는 음주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2차 접대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나는 음주와 달리 가무 부문엔 젬병이었기 때문에 1명의 지원군을 요청했다. 그래서 조 부장과 내가 채 상무의 접대를 무난히 넘겼다.

     

이 접대 건에 관해 내 수고를 격려하는 의미로 대리운전 비용을 자신의 개인 호주머니를 털어 내게 건넨 것이었다. 나도 이제 이 회사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 고개를 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점장의 배려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일단 점장에게 나의 영업력을 일정 수준 인정받은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내심 기뻤다. 하지만 전혀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리 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하고 남은 거스름돈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작은 고민거리였다. 집사람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고 자문을 구했다. 집사람은 이 거스름돈으로 점장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좀 더 망설였다. 결국은 남은 현금을 점장에게 그대로 돌려주기로 했다.

     

월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나는 책임자 미팅이 시작되기 전에 점장 방으로 들어섰다. 나의 판단이 옳았음이 결국 밝혀졌다. 집사람의 생각대로 점장의 선물을 준비했으면 큰 낭패를 당할뻔했다.

     

지난달 본부에서 집합교육에 내가 다녀왔다. 보험영업의 달인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이 강사로 나섰다. 천신만고 끝에 보험계약을 성사시키고 첫회 보험료를 납입하고 거스름을 돌려받는 방식은 고객의 직업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했다. 건설회사 현장 소장은 자투리를 아예 전혀 받지 않는 반면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거스름돈을 정확히 돌려받는다는 것이었다. 금융기관 점포장인 우리 점장도 이 교직자의 범주에 들어있다고 본 나의 생각이 다행히도 적중했다. 회식을 마친 후 첫 영업일 이른 아침에 거스름돈을 들고 자신을 찾은 나를 보자 점장은 반색을 했다.

      

예전의 일이었다, 내가 지금 근무 중인 점포에서 나는 현 점장과 첫 번째 인연이 있었다. 각각 차장과 사원으로 한 솥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우리 점장에 관해서는 회사 동료, 선후배, 상사로부터 전해 들은 바가 적지 않았다. 업무와 영업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남달랐다. 문서나 자료를 필요로 하는 이른바 ‘페이퍼 워크’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일처리의 세심함과 기동성이 내 로랄만큼 출중했다. 어쩌면 좀 까칠하다고 알려져 있고 아래 부하 직원 입장에선 직장 상사로서 모시기에 결코 녹록지 않은 선배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 

    

오늘도 새마을금고 책임자 두 명을 접대하는 날이었다. 이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점장은 자신이 손수 단골 회집에 예약까지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다른 점장과 다른 독특한 캐릭터임에 분명했다. 법인의 관리자인 나로선 자상한 배려를 받았다는 점에선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이 있었다.   

  

음식점으로 들어선 실무 책임자 중 한 명은 아주 입맛이 까다로웠다. 이 책임자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고기는 물론 생선회도 아예 입에 대지 않았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장소를 택했을 터였다. 해당 법인의 관리자로서 나는 좀 더 치밀한 접근이 필요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그 책임자는 자신이 처가를 방문한 경우엔 장모가 오로지 민물 매운탕만을 줄곧 준비한다고 했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이어가려면 특정 음식을 가리지 않고 두루 먹을 수 있어야 했다.

     

성과장, 영업이나 업무 등 두루 잘하고 있어. 그런데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어. 직원들하고 더 잘 어울리고?”

아니 성 과장에게 더 적극적인 영업을 주문하는 것이 맞는 거야? 여기서 더 얼마를 하란 말이지?”

     

지점 전체 회식 장소였다. 자리를 파할 즈음 점장은 나에 관해 격려와 충고를 했다. 이에 내 상급 책임자들 모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점장의 코멘트에 약간의 의문을 제기했다.

      

나는 지점 공식 회식 1차와 2차 모임엔 당연히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회식도 지점의 업무의 연장으로 보아야하니 이는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2차 모임 이후 이어지는 점장을 비롯하여 책임자 일부만이 참여하는 곳은 달랐다. 많은 비용이나 대가가 필요한 곳이었다. 그래서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를 꼭 실천했다. 

    

나는 음주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가무 부문엔 영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이 것이 2차 이후의 모임에 따라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다. 3차 이상의 모임은 참여자가 비용을 개인적으로 균등하게 부담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 그다음이었다. 오늘 점장이 직원들과 더 잘 어울리라는 주문엔 3차 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는 나를 빗대어서 지적한 것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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