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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ug 14. 2022

졸업구술고사(2편)


학사 학위 취득을 위해선 다른 대학교나 우리 모교의타 단과 대학과 달랐다. 졸업논문제출 대신에 졸업구술고사를 채택하고 있었다. 학위 논문은 논문 테마와 관련된 참고 문헌 등을 들추고 @@@자 원고지에 빈칸을 일일이 수기로 채워 넣어야 했다.


 졸구시는 이런 수고를 덜 수 있는 메리트가있었

다. 하지만 평소 근태나 평판이 좋지학생

에겐이것은아주 곤혹스런 허들임이 분명했다. 이런 학생들이졸업을 제 때에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로 악용이 가능했다.


시험대상 과목은 보통 6과목이었다. 교수의 이동이 없는 한 애초 강의로 나선 분이 출제와 평가도 겸했다. 나는 선배들의 경험도 모아 참고를 했음은 물론이었다. 4년간 중간 기말 시험 준비를 위해 모아 놓았던 예상문제 요약본을 들춰내어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준비에 매진했다. 평소 강의 시간에 집중하고 몰입을 하면 교수가 강조하는 것이 쉽게 눈에 들어 왔다. 실제 시험에도 이런 문제가 출제되었다, 가끔 예상에서 빗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적인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강의를 충실히 듣는 것이 먼저였다.그다음해당 부분을 정독하고예상 문제를 요약하여 시험 현장에서 기억을 되살려 빠른 속도로 답안지를 메우게 되면 일정한 수준의 점수는 확보할 수 있었다.


무릇 국가고시에 합격하려면 속독사, 속해사, 속기사의 역량을 모두 갖추어야 했다. 이를테면 빨리 읽고 이해하고 빠른 속도로 답안지에 옮겨야 했다. 이에 하나 더 추가 하자면 속요사 실력이 필요했다. 논점이나 핵심 내용을 내요약해

내는능력이었다.


지속적인 수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징병검사, 입영을 미루놓은 소위 현역 학생들과 병역의무를 마친 예비역 복학생들의 이 졸구시에 대한 부담

은 확연히 달랐다. 현역은 줄곧 농땡이를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별 부담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복학생 선배들에겐 이 졸구시는 때론 그리 넘기 쉽지 않은 공포의 절벽이 되기도 했다.


대학문을 들어선 후 이른 시각에 군입대를작정하고 실껏 대학의 낭만을 누리기로 작정한 조기입대형 비학구파 복학생들이 가장 문제였다.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작동용하는 듯 했다. 군 입대전과

달리 전역과 복학을 한 후개과천선하여 학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이들에겐 졸구시는 넘어야 할 커다란 고비 내지 허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교수들은 평소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개개인의

출석률, 성실성, 학점 수준을거의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때문에 특정 학생이 무난히 졸업이란 관문을 통과하는데 딴지를 걸기란 어렵지 않았다.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중간 기말고사 필기 시험과 달리 면접으로 치르는졸구시에선 부정행위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었다. 이러니 복학생들은 설상가상이었다.


한 과목만을 따로 떼어내 치르는 것이 대세였으나 두 과목을 묶어 함께 수험장을 세팅하기도 했다. 본인이 잘 알고 있는 문제만이 출제가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래서 다른 수험생에게 배정된 문제에 보충 답변이나 설명할 기회인 ‘찬스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본인에게 애초 배정된 문제에 좀 부족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작금의 논술 면접의 성격도 있었다. 그러니 용모나 복장도 단정히 할 필요가 있었다. 입사 시험에 준하여 정장에 가까운 복장을 준비했다. 마땅한 옷이 준비되지 않은 학생은 다른 친구나 선후배에게 긴급 요청을 하여 옷을 빌어 입기도 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하루에 시험 일정을 마무리하는것이대세였다. 교수 사정 등으로 하루 더 연장되는 경우도 있었다.


4 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공부한 내용이 출제 범위가 되었다. 이러니 전 분야를 커버하여 샅샅이 준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 동안 중간 기말 시험에 이미 그 모습을 보인 바 있는 기출문제, 역대 선배들로부터 물려 받거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족보 등에 집중했다. 최근 이슈가 되는 파트도 추가로 챙겨야 했다.


이러한 범위를 벗어난 ‘서프라이즈’가 나오면 이는 신의 영역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팔자소관’인 것이었다. 나도 4년간 잘 모아놓은 중간 기말시험 자료를 한 번더 스크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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