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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ug 15. 2022

졸업 구술고사(3편)


                       

국가나 지방정부가 남녀 전용구역을 구분하지 않고 공중화장실을 마련했어. 이는 헌법상 아주 중요한 기본권인 평등권에 반하는 것인지 말해보게.”     

호호, 그것 참 불편하겠네요...” 

    

헌법 시험장에선 돌발 사태가 벌어졌다. 헌법 교과서, 객관식 주관식 문제집 그 어디에서도 구경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여학생은 교수가 내민 문제에 우문현답으로 마무리했다. 어쩐 연고인지 몰랐다. 교수는 그 이후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이 여학생은 우수한 성적으로 허들을 넘어섰다.

      

당시 졸구시 응시 대상 중 여학생의 비율은 5%에 채 미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교수들은 여학생에겐 어느 정도 접어주는 것으로 보였다. 남학생에겐 고난도 문제를 던졌다, 이와 달리 여학생을 행해선 누가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평이하고 유리한 질문을 이어갔다. 어쩌면 이 자체가 우리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의 침해에 해당했다.

      

내게 배운 것 중 가장 관심 있었던 테마에 관해 한 번 말해 보게나.”

행정법 교수가 여학생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는 거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펼쳐 놓고 치르는 오픈 테스트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분명히 남녀 차별의 여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도 출제 교수의 재량이고 전속적인 권한이라 넘기던 시절이었다. 이러니 여학생들이 이 졸구시란 관문을 통과하기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남학생과 견줄 때 상당히 수월했다.

     

평균 임금의 정의에 관해 말해 보게.”

현역 총장임에도 강의를 고집했던 노동법 교수였다. 수험장엔 5명 단위로 참석을 했다. 나의 절친 입학 동기 민성이는 본인이 최근 철저히 준비한 예상 문제인 듯했다.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고선 답변에 나섰다.

평균임금이란 ~~~라고 알고 있습니다.”

무어, 알고 있어?”

아닙니다. ~~~ 입니다.”


자신 있게 술술 이어간 후 조심스럽게 민성이가 교수의 눈치를 슬쩍 살피던 순간이었다. 답변 방식에 관해 질책에 가까운 재 질문에 민성이는 재빨리 수습을 했다. 안도의 한숨까지 내쉬었다. 워낙 개성이 강하고 좀 까칠한 교수였다.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못다 발휘하는 학생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수심 200미터 내외의 육지에 접한 범위의 바다에 대한 정답은 당연히 대륙붕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럼 그다음과 또 다음은?”

영해와 공해입니다.”

“그다음은?”
 망망대해입니다.” 

    

복학생 선배는 이래서 재시험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이 정도면 우문현답인지 그 반대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국제법 시험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평소 근태 성적이 신통치 않거나 강의 출석률 등이 양호하지 못한 복학생들의 무덤이 되었다. 교수가 학생들을 일부러 골탕을 먹이거나 낮은 점수를 주고자 하는 의도가 쉽게 읽혔다. 상대적으로 험난한 코스로 소문이 이미 퍼졌다. 강의로 커버할 수 없는 문제가 자주 등장했다.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군함의 지위에 관해 말해 보게나.”

석박사 과정에서나 다룰 수 있는 테마를 불쑥 꺼내 들었다. 이즘에서 수험생은 수건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평소 근태 성적, 평판이란 것이 중요했다.

      

민법과 상법을 동시에 치르는 수험장이었다. 내게 민법은 물권적 청구권문제가 배정되었다. 나는 운수 대통했다. 별로 막힘 없이 답변을 마무리했다. 평소 눈여겨본 부분이었고 이번에 다시 한번 더 떠들어 본 곳이었으니 이는 너무나 당연했다.

     

그럼 기준이는 이번엔 법인의 권리능력의 범위에 관해 대답해 보게나.”

이 것 역시 내가 준비한 예상 문제 풀 안에 있었다. 강의 시간 중 스냅사진 전문 카메라로 찍어 둔 것처럼 내 머릿속 기억이 생생했다.

 

기준이, 좋았어!”

교수는 내게 극찬을 했다. 주위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영리법인인 회사가 정치헌금을 한 행위는 법인의 목적 범위 내로 볼 수 있을까?”

교수가 요구한 정확한 정답은 예스였으나 나는 라 답변을 마무리했다. 교수는 즉석에서 내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판례를 찾아보라는 권유를 했다. 나는 평소 근태에 관해 대부분의 교수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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