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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ug 21. 2022

주식 종목 투자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을까?(4편)

          

나의 결코 짧지 않은 자산관리자로서 경험에 비출 때 고액자산가인 VVIP 고객이 관리자를 대하는 행태에는 가장 큰 공통점이 하나가 있었다. 대략 금융자산 규모가 @@억을 넘는 고객의 경우가 그러했다. 자신의 전체 계좌 현황을 점검하는 방식에 예외가 없었다.

     

자신의 전체 P의 현황을 건네받은 고객은 제일 먼저 자산의 총 평가액’부터 들여다보았다. 지난번에 비해 얼마나 수익 또는 손실을 기록했는지가 가장 크고 유일한 관심사였다. 전체 P 중 개별 펀드나 종목의 투자에 따른 성공·실패 또는 평가손익 등은 별로 관심이 없다. 고객의 유일한 관심사는 전에 비해 얼마나 전체 P가  수익이 발생하였는지에 있다. 개별 종목 몇 개를 처분하여 이익을 냈더라도 다른 종목 평가손이 이를 잠식했다면 고객은 만족할 리가 없다.

      

주식투자만을 이어가는 고객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기로 하자. 고객은 보유 중이던 25개 종목 중 15개를 처분하여 수익을 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평가액이 늘지 않았다면 이에 만족하지 못한다. 손절매를 실행하지 못하고 그대로 보유 중인 나머지 10개 종목의 평가손 합계가 처분 이익 합계를 넘어선 결과임은 자명하다. 결국 많은 종목 처분으로 수익을 냈다고 고객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 없다.  

    

천신만고 끝에 10년 만에 전체 P의 수익률이 +20%로 회복되었다고 한들 이는 a로 같은 기간 재운용한 P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랜 기간 동안 기록했던 50%, -70%의 평가손을 극적으로 회복한 사실에 자기만족을 해보아야 별것이 아닌 것이다. a로 계속해서 재운용을 했을 때의 누적 수익률이 +30%란 기회비용을 따지자면 투자자는 계속 똥볼을 질러댔거나 헛스윙을 이어온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이다. 평가손도 엄연히 손실의 일종이란 사실을 애써 외면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착시 현상인 것이다. 

    

내 관리고객인 최 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4번의 종목 투자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2개 종목 평가손이 그동안 애써 쌓아온 누적 처분이익을 잠식했다. 그나마 B종목은 3년여 후 최초 진입하였던 가격대를 회복하여 탈출했다. 그럼에도 A종목 하나의 평가손이 나머지 25번의 성공적인 매매로 모아둔 처분익을 잠식하고 충분히 남았다.

     

나는 여기서 나의 본적지 300번지 시대의 다슬기 호박씨를 까먹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비단강 상류 맑디 맑은 물속에서 건져낸 다슬기를 삶으면 입맛이 돋는 푸른색의 다슬기국이 탄생했다. 시금치, 하루나, 부추, 얼갈이배추 등도 투입해야 제맛을 낼 수 있었다. 여름날 한낮에 완성된 다슬기국에 식은 밥 뭉치를 뚝뚝 말아 넣었다.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는 것이 아니었다. 흰색이 푸른빛으로 변한 죽을 후루룩 들이마시듯 했다.  

   

다슬기 속살을 빼어 먹을 차례였다. 300번지 본가에서 여나무 발짝 떨어진 이웃집의 울타리는 독특했다. 듬성듬성 무궁화나무도 볼 수 있었지만 초가집 한 변의 울타리는 탱자나무 군락이었다. 탱자나무 가시를 8인 가족의 2배 넘는 수량을 꺾어왔다. 백금색 기다란 바늘 대신 이 탱자나무 가시는 다슬기 속살을 빼어내는 도구에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이 섬세한 작업은 여간 정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은 물론 도 많이 들여야 했다.

     

이 다슬기 알맹이를 입안에 담는 데도 크게 3가지 방식이 있었다. 알맹이의 모습이 드러날 때마다 그대로 하나씩 흡입하는 방법, 또 국물이 담긴 사발 안에 풍덩 담갔다가 입안으로 토스하기도 했다. 이에 더하여 나머지 한 가지는 매우 독특했다.

      

어머니가 이불 홑청을 시칠 때 동원하는 굵은 흰색 실을 바늘에 꿰어 매달았다. 기다랗고 윤이 나는 바늘로 알맹이를 조심스럽게 꺼낸 다음 실이 매달린 아래쪽으로 최대한 밀어 내려 어렵게 빼어낸 다슬기 알맹이를 차곡차곡 쌓아 모았다. 티끌모아 태산을 실천했다. 이윽고 알루미늄 양재기의 다슬기 재고가 바닥을 보였다. 그동안 모아둔 한 ‘바수 구리’ 분량의 다슬기 알맹이를 두 눈을 부룹뜨고선 입을 쫙 벌려 한방에 털어 넣는 것이었다. 

    

300번지 텃밭 한쪽이었다. 지푸라기를 썰어 넣고 비단강 상류 강변이나 의희연못 근처 도랑에서 모셔온 길쭉 길쭉한 돌멩이가 듬성듬성 보이는 초가집 흙담이 눈에 쉽게 들어왔다. 호박나무줄기는 이 흙담을 타오르고 있었다. 하늘이 부여한 천수를 모두 누린 옅은 고동색 늙은 호박 속을 파헤쳤다. 이렇게 모은 호박씨를 툇마루에 떼어낸 달력 용지에 깔고 그 위에 널어 햇볕에 말렸다. 

    

이 마른 호박씨를 하나씩 손톱으로 공을 들여 정성껏 까서 간식으로 갈음하는 방식도 다슬기 알맹이를 흡입하는 경로와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손톱으로 부지런히 호박씨의 껍데기를 벗겨내어 짙은 바닷물 색깔의 호박씨 알맹이를 한데 모았다. 한 움큼씩 모아지면  한꺼번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이번 주식 종목 투자에서 최 사장의 중간 결산은 이 ‘다슬기 호박씨 한 입에 털어 넣기에 딱 맞았다. 무려 25회에 걸쳐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피와 땀이 젖은 수익 모둠 뭉치를 나머지 한 종목 주식 A에 다 쏟아 부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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