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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ug 27. 2022

내가 ‘퉁’했잖아(2편)


                       

! 준수 저 @, 저놈 홍단 하려고 한다. 저 놈 왜 벌써 저렇게 피가 많아?”

, 순미야 우리가 아무리 서로 이무러운 고향 동기 사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너무 한 것 아니야? 욕까지 해대는 것은... 내가 너한테 무슨 큰 죄를 진 적도 없잖아?”     

이래서 그 이후로 이 ‘@이니 저놈은 겨우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마 내가 그때 정색을 하고 나서지 않았다면 나는 하룻밤에 이 ‘@놈’ 소리를 몇 번이나 계속해서 들어야 할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 어이. 싸모들! 고스톱도 메너 게임이거든.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한 후 시간을 끌지 말고 얼른얼른 패를 내리쳐야 하는 것이야. 그렇게 여러 번 이야기를 했어도 교육효

과가 전혀 없네. 소 귀에 경 읽기인가?”

“1번 경로당 빨리 쳐!  다음은 2번 경로당, 학교 빨리 안 가는 겨?”

야 패를 보고 들어간 인간이 왜 코치를 하고 그래? 네가 돈 물어 줄 거야?”

, 준수한테 또 혼난다. 그래 가만히 있어!”

너희들 마음대로 왜 자리를 바꾸는데? 즈그들 멋대로구먼? 패가 또 잘 풀리지 않으면 또 바꿀 것 아니야?”

     

이 세분의 싸모들은 내게 그렇게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청구를 해댔다. 하지만 정작 그런 자신들은 기본 규칙도 본인들에게 항상 유리하게 해석했고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어기기 일쑤였다.  

    

말이 을 외쳤으면 선은 바닥 패 6장과 선수 패 7장을 한꺼번에 나누어야 마땅했다. 선이 말의 선택에 구속을 받는 것은 고스톱 규칙 중 가장 기본이었다. 그런데 순미는 이것조차 무시했고 화투패를 다시 쳤다. 나도 이제 세상을 제법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연배가 되었다. 게다가 고스톱 구력도 자그마치 40년을 넘어섰는데 이런 매너 없고 참으로 황당무계한 ‘융 니오 사변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다음이 더 문제였다.

나는 내가 한 번 더 치면 이제 퉁을 하지 않고 패를 뗄 줄 알았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천연덕스럽게 대답을 이어갔다. 세상에 자신의 몸종에게도 이런 짓거리를 절대 해서는 아니 된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안하무인’ ‘기고만장’ ‘좌충우돌에 이어 다른 문구를 들이대도 부족할 듯했다. 경기장은 순간 뒤집어졌다. 같은 팀의 선수인 경주와 애진이는 포복절도를 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내 머릿속은 하얗게 리셋이 되었다. 웃음은커녕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식간에 나는 누구엔가 세차게 뺨을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내가 전생에 지은 커다란 죄에 대한 업보가 아닐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나도 집사람은 물론 장성한 두 아들이 딸린 가장인데, 참 이 것은 너무하다 싶었다.      

인근 파출소에 신고를 하거나 119에 출동 요청을 해야 하는지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 왼쪽 가슴에 가만히 오른 손바닥을 올려 보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순미한테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한 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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