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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Sep 18. 2022

지옥 같은 자금부 시대(14편 완)


                       

어이, 최 준수 씨 당신, 이번에 제물포지점으로 발령이 났어. 이 친구 2년도 채우지 않고 달아나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나는 이 아오지 탄광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했다.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터널을 일찍 빠져나왔다. 자석식 수동 검은색 직통 수화기를 들고서 부장이 나를 찾았다. 이 시절의 직원의 발령 주기는 보통 2~3년이었다. 2년에 조금 모자란 기간이었지만 내겐 20년과 맞먹는 세월이었다.     


비록 이른 시기에 이곳을 벗어나는데 성공을 했지만 이 지옥 같은 자금부 시대 때문에 나는 이 이후 직장 생활 내내 고전을 했다. 이곳의 근무 이력이 도움은커녕 핸디캡으로 남았다. 책임자 시험 합격도 당연히 늦어졌다.   

  

아니 도망은 가더라도 사람은 채워 놓고 가야 하는 것 아니야? 우리 남는 직원들은 어떡하라고, 일거리만 잔뜩 늘어나게 생겼네. 막막하고 한숨만 나오네...”     

탈출하는 내 후임자의 발령이 없었다. 피라미드 조직같이 희생양 한 직원을 끌어다 놓고 떠나지 못해 이 탄광에 계속 남게 된 자금과 동료에게 적지 않은 죄책감이 있었다. 내가 인사발령이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도곡동 연수원에서 교육 중이던 선임 우 선배가 급거 사무실로 복귀를 했다. 내게 던진 결코 가볍지 않은 넋두리였다.

      

환송회를 마치고 2차로 고스톱 경기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최준수 씨 너무 좋아하지 마. 이곳에 남게 된 다른 직원들도 생각해야지... 표정 관리 좀 하라고.”

자금과 담당 대리가 내게 별로 싫지 않은 핀잔을 주었다.      

아녀. 나는 누가 어디로 발령이 나든지, 그저 배판에 광 팔 거야!”

입사 동기 후임자는 당장 눈앞의 절박한 소원 성취가 우선이었다.

      

나는 이 이후 직장 생활 말년에 사람을 잘 못 만나는 바람에 이 아오지 탄광 생활을 훨씬 뛰어넘는 메가톤급 위기와 생지옥 생활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런 다음 현역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자금부 생활이란 백신을 미리 맞은 덕분에 생성된 항체의 도움이 컸다. 직장 생활을 중도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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