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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02. 2022

펀드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1편)

                         

“3개월에 25%, 6개월에 40% 수익을 냈다고 들었어요. 저도 제가 가진 여웃돈 3.6억 원을 이 펀드에 모두 투자하고 싶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시점이었다. 주위의 친구나 친지들이 최근 펀드 투자로 짧은 기간에 아주 양호한 수익을 얻었다며 내 주요 고객 송여사는 내게 일반권 자기 앞 수표 3.6억 원권 한 장을 건넸다.

사모님, 지금은 조심하여야 할 시점입니다. 단기간에 지수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그래도 한꺼번에 입금하시겠어요?”
누가 25 ~ 40%의 수익을 냈다고 떠벌이는 꼴을 보지 못하겠어요.”     

송여사는 그래서 오늘 인덱스펀드에 자신의 여유자금 3.6억 원을 한꺼번에 매수 신청을 마쳤다. 2007년 우리 시장은 물론 글로벌 주식시장은 과속질주를 이어갔다. 브레이크가 없는 고장 난 기관차를 방불케 했다.

 

당시는 환매수수료 면제 기간이 3개월 또는 6개월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대세였다. 펀드에 진입 후 이 정해진 기간만 지나면 약간의 세금을 부담한 후 수익금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는 것이었다. 내 주요 고객들도 3개월 또는 6개월이 지나면 25~40%대의 수익을 거뜬히 회수하던 시절이었다.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단연 발군이었다. 20061월에 중국펀드에 가입하여 20086월 경 환매한 경우엔 무려 200% 내외의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이런 아주 이례적인 성공 투자사례를 나는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 대부분은 광란의 질주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종교처럼 믿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투자 수익을 챙기고자 펀드 환매에 나서지 않았다. 투하 자금의 회수를 뒤로 미룬 것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이런 맹신적인 믿음은 곧 깨지고 말았다. 2008년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전 세계 주식 사장은 대폭락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에 우리나라 주식시장만 이 추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었다. 세계 굴지의 투자회사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1929년 세계경제 공항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적 혼란이 닥쳤다.      


그동안 25 내지 40% 내외의 엄청난 평가익을 자랑하던 계좌들의 실적은 급락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제나 저제나 시장의 급반등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결국 이른바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고 말았다.

 

내가 40%의 수익이 났을 때도 환매를 하지 않았는데 10%의 수익으론 절대 만족할 수 없지. 40% 수익으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지 무얼...’

투하 자금의 회수 시기를 뒤로 무작정 미룬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한결같은 대처 행태였다. ‘평가익계좌를 환매하여 수익금을 확정해서 현금을 손에 쥐어야 처분익이 되는 것임은 삼척동자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국민 상식이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꺼렸다. 

    

고스톱 경기장에서 판돈 10만 원을 쥐고 출전한 선수가 순식간에 100%의 수익을 거두었다. 이 시점에서 경기를 종료하거나 최소한 이 선수만이 경기장을 빠져나올 경우 100%의 처분익이 확정된다. 하지만 더욱 많은 수익을 노리고 경기를 이어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행태이다. 어느 순간 투자 원금 10만 원이 5만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50%의 평가손으로 수직 낙하했다.여기서 이런 선수가 자신의 원금을 10만 원으로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신의 최고치 자산규모인 20만 원을 원금으로 간주하는 것이 필부필부의 일치된 사고방식이다. 펀드 투자자도 이와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결국 200810월 말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 아래로 주저앉았다. 2007725일 종가 기준으로 2,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지수가 반토막이 나는 데는 겨우 13개월이란 짧은 세월로 충분했다. 198014100으로 출발한 코스피지수가 1989. 3.31 1,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데는 약 9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이어 1,00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데는 무려 18년이나 필요했다. 2,000포인트에서 3,000포인트를 뚫는 데는 136개월이란 세월이 흘렀다.  

   

요컨대 시장이 상승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긴 세월이 걸린 반면 대형 악재로 지수가 폭락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여기서 ‘3일 천정, 1,000일 바닥이라는 주식시장 주변에서 떠도는 격언이 떠올랐다.  

    

오늘 나는 송여사에게 대단히 중요한 제안을 했다. 사모님은 약 13개월 전에 인덱스펀드에 밀어 넣었던 자금과 똑같은 규모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바 있다. 최근 자신이 보유 중인 자그마한 부동산 하나를 처분했다. 나는 큰 용기를 내어 송여사와 상담을 위한 통화에 나섰다.

     

사모님, 지난번에 투자했던 인덱스 펀드의 평가액이 반토막이 났습니다. 시장이 이 정도이면 웬만큼 조정을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같은 계좌에 추가로 투자하시지요?”

에이, 백부장님, 그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사람 염장을 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난 여유자금도 없어요. 설령 있다 하더라도 처음 투자한 돈이 원금을 회복한 다음에야 추가 투자를 생각해 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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