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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21. 2022

추억의 창고 집과 5일장 시대(3편)

                        

우리 김일 선수의 박치기!!”
 한 때 박치기 왕으로 불리었던 프로 레슬러 김일 선수는 우리 모두의 우상이었다.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레슬링 경기 중계방송을 볼 수 있는 TV가 있는 곳은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 꼬맹이들은 까치발을 들고선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김일 선수의 박치기 세례가 시작되면 이 레슬링 경기는 곧 극적으로 반전이 되었다. 결국은 늘 박치기 왕의 최종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우리 준수의 바꾸기, 바꾸기!”

김일 선수의 박치기!”구호가 멋진 패러디로 새로이 탄생했다. 누런색 시멘트 종이 포대나 보다 고급스러운 달력 종이로 만들어낸 딱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것과 다른 또 하나의 딱지(계급장)’ 놀이가 따로 있었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종이 명함 3분의 1 크기의 딱지를 가게에서 대가를 치르고 손에 넣었다.   

   

딱지마다 계급이나 서열이 정해져 있었다. 주로 군대의 계급제도를 그대로 도입했다. 이병 ~ 병장, 하사 ~ 상사, 소위 ~대위, 소령 ~ 대령, 원수, 이어 대통령이 제일 정점을 차지했다. 일대일로 대결을 벌였다. 자신이 손에 쥔 계급장을 공개하지 않고 동시에 계급장을 내밀었다. 계급이 높은 것을 내민 선수가 상대방의 딱지를 공출해가는 방식이었다.  

    

상대가 과연 어떤 계급장을 내밀 것인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었다. 제법 높은 계급장을 내밀어도 상대가 그 보다 한 단계라도

더 높은 것을 들이대면 계급장을 공출당하는 것

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가장 큰 변수이자 반전의 기회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자 전법에 동원할 수 있는 비빌 병기가 따로 있었다. 이른바 바꾸기란 계급장도 아닌 해괴망측한 이름을 단 깡패 같은 계급장이 등장했다. 상대가 원수나 대통령을 내밀 기미가 확실하게 보인다면 상대

의 계급장과 교환할 수 있는 절회의 기회를 활용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전가의 보도처럼

이 바꾸기 카드를 자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상대가 대통령을 내밀 줄로 확신하여 이쪽에서 바꾸기를 내밀었지만 상대의 패는 겨우 이등병에 그친 결과가 나오면 큰 낭패를 보는 것이었다.     


이 바꾸기 카드를 요령 있게 잘 활용하면 로또처

럼 인생 역전도 가능한 반면에 자칫 그르치면 패가망신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상대에게 이 바

꾸기 계급장을 건네는 대신 아주 높은 계급장을

 손에 넣을 때마다 준수의 바꾸기’라는 고함을 질렀다. 프로 씨름판에서 천하장사 등극자로 최

종 결정된 순간이었다. 주인공이 양손 가득 모래

를 모아 포효하며 경기장 여러 곳으로 흩뿌리던 선수의 동작에 딱 맞았다.  

    

초등시절 벌칙으로 선착순 달리기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선생님은 선두가 최초 출발지로 도착하기 전에 또 다른 곳을 지정했다. 이렇게 중간에 목표 지점을 바꾸는 경우 선두와 꼴찌가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순간에 필적했다. 세상의 기존 질서를 뒤집듯이 가공할만한 요술을 부릴

수 있는 리셋 버튼을 찾아 나서는 절묘한 타이밍

에 이 바꾸기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것

이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아예 사라진 지금

이 바꾸기 카드가 언제 등장할지 모든 이는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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