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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24. 2022

물고기 잡는 법(1편)


                               

시호야 고기 잡아줄 테니 슬슬 내려와라.”

내가 20대 초반이었다. 나는 고향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일찌감치 객지로 오랜 세월 유학 길에 올랐다. 방학을 맞아 고향을 찾은 나는 절친 석구의 호출을 받았다. 우리 본가에서 500미터 내외에 자리한 석구네로 단숨에 내달렸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였으니 초저녁을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비단강 변에 투망을 어깨에 걸치고 나선 이는 석구가 아니라 고향 후배 호준이었다. 석구도 투망질을 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물고기 잡는 선수인 후배 호준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금은 어로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낚시가 아닌 투망이나 그물 어항 등을 동원하여 물고기를 잡는 것은 불법으로 못 박은지 이미 오래였다. 어로 허가를 받은 이들이 허가 없이 물고기를 잡는 이를 발견하여 행정 당국에 즉시 신고에 나서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다슬기도 손을 이용해 잡는 것이 아닌 그물 등을 이용할 경우 마찬가지이다.     


석구네에서 50여 미터만 나서면 비단강 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이 바단 강의 물고기를 잡아내는 것은 호준이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노란색 알루미늄 양동이에 이 물고기를 반 정도 채우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후배 호준이는 역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물고기 잡이 선수였다.  

    

순식간에 모아진 이 물고기를 먹는 방식도 다양했다. 우선 전혀 익히지 않은 날 것인 회로 먹는 것이 제일 먼저였다. 그다음은 밀가루나 튀김가루에 묻혀 식용유에 튀겨냈다. 나머지는 매운탕의 재료가 되었다. 내 평생 하루 동안 이렇게 다양한 조리법으로 많은 양의 물고기 포식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소주가 식탁에 빠질 수는 없었다.  

    

호준아! 너는 왜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여?”

, 저는 고기를 잡을 줄은 알지만 물고기는 먹지 않습니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호준이는 물고기 잡는 선수였으나 막상 자신은 물고기에 입도 대지 않았다. 물고기를 잡는 사람과 먹는 사람은 각각 따로였다.     

야 이놈들아. 내가 못살아. 못 산다니까... 어지르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느니.”

내가 초등학교 문을 들어서기 전 꼬맹이 시절 형과 내가 안방이나 툇마루에서 몸싸움 등 장난을 실껏 친 후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 든 것을 두고 질책하던 어머니였다.  

   

이와 마찬가지였다. 고기를 잡는 진정한 선수는 자신의 고기잡이 실력을 발휘하여 다른 이에게 베푸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호준이나 석구로부터 물고기를 잡는 법을 나중에라도 배웠어야 했다.     


나는 20대 초반에 직업 어부로 나설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나는 석구나 후배 호준이로부터 실제로 민물고기 어로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노하우를 전수받았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었다. 석구나 호준이가 자리를 비더라도 내가 직접 물고기를 잡아 다른 친구들과 술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남이 잡아주는 고기만을 그저 얻을 일이 아니었다. 고기 잡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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