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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25. 2022

물고기 잡는 법(2편)

                              

사장님, 이것 이번에 새로 나온 88 관광 소주입니다. 저희들이 여유가 있게 가져왔으니 기분 좋게 드세요.”

세월은 휘리릭 흘러 어느덧 우리는 30대 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대전 등 인근 도시에서 우리 고향으로 천렵에 나선 외지 관광객들이었다. 처음 보는 네모난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소주를 우리에게 건넸다.

     

잠시 전의 일이었다. 후배 호준이 말고 물고기 잡이 또 다른 한 선수인 내 절친 동성이가 오늘 @@ 여울에서 어항으로 고기잡이에 나선 외지인에게 한 수 가르쳐 주었다. 오전 내내 허탕만 치던 이 관광객들은 동성이의 도움으로 단기간에 대박이 터졌다. 유리 재질의 어항을 우리 고향에선 복수라 불렀다. 이 어항으로 물고기를 잡는 데는 일정한 기술과 경험이 필요했다.      


우선 이 어항은 강물이 흐르는 곳이라고 아무 구역에나 설치해서는 고기를 잡을 수 없었다. 우선 여울이라 불리는 곳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였다. 이 여울이란 수심이 깊지 않으면서 물 흐름이 다른 곳보다 다소 빠른 구역이었다. 그다음 이 어항을 위한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둥글고 사이즈가 큰 돌부터 보다 납작한 돌, 중소형 이하의 자갈 등이 모두 필요했다.      


이들을 활용하여 반원형으로 일정한 높이까지 돌을 쌓아 올려 이 어항이 빠른 물살에도 아래로 떠내려가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시공을 마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어항의 위 입구 부분은 촘촘하게 엮인 모기장 소재를 둥글고 여유 있게 잘라 내어 고무줄로 둘레에 패인 부분에 고정해야 했다. 그 반대편은 안쪽으로 3분지 1 정도 유리 통로가 마련된 구조였다. 고기가 이 통로를 통해 어항 안쪽 깊숙이 들어가기에 최적화된 구조였다. 물고기는 주위의 물살 보다 다소 늦은 속도로 물이 흐르는 어항의 입구 쪽을 어슬렁거리기 마련이었다.  

    

물고기는 물의 흐름과 반대로 거슬러 헤엄을 이어가다 이윽고 결국 이 어항 안으로 들어서고야 마는 것이었다. 그 이후엔 이 어항의 안쪽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물의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자신의 몸체를 360도 회전하 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그물(어항) 안에 든 물고기가 되고야 마는 것이었다.     

방금 전 우리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관광 소주를 건넨 외지인은 최고급 어항을 무려 5개나 동원했다. 게다가 떡밥이나 깻묵 등 물고기를 꼬드길 수 있는 미끼를 여유 있게 준비했다. 동성이의 도움을 받기 전 이 일행은 오전 내내 빈 손이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장만한 이 미끼들은 물고기를 유인하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나는 방금 전 이 외지인 고기잡이를 돕기로 작정한 동성이를 따라나섰다. 고기잡이 프로 선수 동성이의 비법이 과연 무엇인지 어깨 넘어라도 훔쳐보기 위해서였다. 동성이만 아무도 모르게 감추어 둔 비밀 병기인 미끼나 다른 기기묘묘한 현란한 기술이 있는지 내 두 눈으로 직법 똑똑히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그런 것은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놀랍고 한편 허탈하기도 했다.     

 

동성이는 우선 외지인이 구축한 어항 진지에 몇 개의 자갈을 추가로 쌓거나 또는 바로 잡았고 자리를 바꾸는 등 재배치를 완료했다. 그런 다음 어항 안에 남아 있던 깻묵 등 미끼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깔끔하게 비워 냈다. 이어 어항이 아래도 둥둥 떠내려가지 않도록 주위의 모래를 끌어다 한 번 더 어항의 좌우측 낮은 모래 벽을 보완했다.      


이 진지를 떠나기 전 마지막 절차가 아주 독특했다. 근처에 널린 모래를 한 두 주먹 바닥에서 위로 일정한 높이까지 두 손으로 들어 올려 흔들었다. 그래서 흙탕물을 일부러 일으켰다. 이로써 고기잡이에 필요한 모든 공정은 완료되었다. 아주 대단한 방식과 절차가 숨겨져 있으리라는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동성이는 외지인의 어항 진지 3곳을 찾아 나섰다, 드디어 동성이는 과연 고기잡이 최상급 선수임이 입증되었다. 오전 내내 빈 털털이 신세에 그쳤던 외지인의 어항 3개 모두엔 쉬리가 바글바글할 정도로 북적였다. 이 쉬리를 우리 고향에선 똘치라 불렀다. 이 쉬리는 검은색 등과 흰색 배, 옆 줄 위엔 넓은 노란색 띠를 가진 날렵한 몸매였다. 여차하면 유리 어항이 이 고기들의 파닥거리는 힘을 이기지 못해 곧 깨질지도 모르는 지경이 되었다. 대 성공이었다.      


결코 싼 가격이 아닌 최고급 어항이나 미끼들이 고기잡이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일찍이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경험과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은 노하우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쉬리는 주로 보리 이삭이 팰 때가 떼 지어 나타나는 풍어기였다. 내년 늦여름엔 절친 동성이와 이 쉬리 회를 안주로 소주잔을 다시 한번 기울이고 싶다. 나아가  동성이한테 이제라도 어항으로 물고기를 잡는 원천 기술을 전수받고 싶다. 

     

이 친구야, 똘치는 본래 미끼 없이 잡는 것이여!”
 최근 고향 동기들 12일 모임에서 한 친구가 이제야 내게 알려 준 놀라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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