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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26. 2022

물고기 잡는 법(3편 완)


                        

지금까지는 여러분이 직접 일을 했지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직원을 통하여 일을 해야 하는 겁니다.”

초임 책임자인 신임대리 연수 과정에서 강사로 나선 본부 모 부서장의 일갈이었다.      

책임자는 단순히 도장을 누르는 '찍 돌이'가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래 직원들이 행하는 업무를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자금부 근무 시절 회계과장의 평소 지론이었다.  

    

부하의 업무를 책임자인 자신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책임자가 혼자 스스로 직접 할 수 있지만 부리는 것과 제대로 모르면서 지시를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었다.      

내가 초임 책임자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오늘은 주말을 이용하여 우리 지점 식구들과 모처럼 바다낚시 길에 올랐다.     


박 대리님, 구명조끼도 특별히 개인적으로 장만했나요? 컬러풀하고 멋지십니다. 아이스 박스도 아주 큰 것으로 준비한 것 보니 오늘 아주 대박이 터지겠어요...”

고기잡이 배에 같이 오른 지점 책임자와 남사원 모두는 박 대리에게 오랜동안 눈길을 떼지 못했다.   

   

잘 안 잡히지요? 그럼 우럭 밭으로 알려진 곳으로 한 번 이동하겠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던 선장이 머쓱해하며 나섰다. 우리 멤버 중 손맛을 본 이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 보기로 했다.   

   

차장님은 노래미도 잡았네요. 이 것은 아직 양식이 되지 않아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하던데요?”     

이번 바다낚시엔 모두 12명이 동참했다. 멤버들 대부분은 그래도 광어를 비롯하여 우럭 노래미 등 다양한 어종에 걸쳐 서너 마리씩 개인 어망에 담는 데 성공했다. 나름 면피를 했다.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기다리는 가족에게 체통을 세우기 위해 별 다른 ‘허튼짓’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신의 물고기 잡는 실력 부족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귀가 길에 어시장에 들러 대가를 지불하고 아이스 박스에 바다 생선을 추가로 채울 필요는 없었다. 다행이었다.      


우리 지점 일행은 선장 측이 별도 준비한 싱싱한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소주 파티를 벌였다. 바닷물이 코 앞에 넘실대는 고기잡이 어선 위에 판을 깔았다. 방금 잡아 올린 생선회와 시원한 바닷바람 때문에 일행이 주고받는 소주잔은 바닥이 뚫린듯했다. 그런데 이런 시끌벅적한 술자리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멤버 한 사람이 따로 있었다. 최고급 개인 낚싯대는 물론 구명조끼에다 제일 큰 용량의 아이스 박스까지 동원한 바로 박 대리였다.  

    

박 대리 어망에는 비린내와 소금기가 섞인 바닷물이 반 정도 담겨 있었고 안 쪽을 들여다보는 이의 얼굴만 훤히 비치고 있었다. 박 대리만 유일하게 아직까지 손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우리가 예정한 바다낚시 일정을 마무리할 시각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박 대리의 표정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박 대리님, 소주 한 잔 받으세요. 오늘은 운이 없나 보네요. 잡지 못했으면 어떼요?”

주위 모든 멤버들은 갑자기 박 대리에 대한 위로 모드로 돌아섰다. 화려하고 값이 많이 나가는 장비로 물고기를 잡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선비가 붓을 탓하랴?”

박 대리는 고기 잡는 법 개인 지도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 절실해 보였다. 무릇 모든 일은 마찬가지였다. 인프라와 노하우는 별개였다. 고기를 제대로 잡는 법부터 먼저 배울 일이었다.  

   

투망으로 고기 잡는 법을 나는 석구나 후배 호준이한테 배웠어야 했다. 어항으로 쉬리를 잡는 법은 동성이로부터 원천 기술을 전수받아야 했다. 외지인 관광객은 언제까지 88 관광 소주를 동성이에게 들이 밀고 도움만 받을 일이 아니었다. 바다낚시로 고기를 잡는 법을 박 대리는 선장에게 조금씩이라도 물어서 고기 잡는 법을 차근차근 익혀 나갔어야 했다.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요 살아가는 방법이고 자세였다.  

    

고기잡이 선수들에게 그저 고기를 얻는 것으로 넘길 일이 아니었다. 고기잡이 선수들의 도움을 항상 받는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고기를 잡는 법을 꾸준히 배우고 익히는 것만이 혼자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그런 다음 이 고기 잡는 법을 다른 이에게 가르치고 전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고기잡이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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