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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27. 2022

두 마리 고래 덕분에 등 터진 새우(1편)

                     

다음 달 12일 정기 모임 일정을  단체 톡방에 언제 올릴 거냐고 친구들이 난리를 치고 있어. 그리고 내일 부산으로 올 거지?”

이번 주 일요일엔 고향 절친 운주 아들 결혼식이 부산 해운대 인근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3년간이나 이어가던 코로나19 감염증이 진정 기미를 보이자 그간 뒤로 미루었던 결혼식이 봇물 터지듯 줄을 섰다.

      

이번 달만 해도 나는 무려 여섯 곳으로부터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이 중 이번 주 일요일엔 서울과 부산에서 같은 날 친구 자녀 혼이 중복되었다. 이에 나는 작지 않은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온라인으로 뜻만 전달한 후 양쪽 친구에게 서로 다른 쪽의 핑계를 대고 고향에서 조용히 칩거를 할까 생각 중이었다. 나는 고향 동창회 총무 자리를 3번째 맡고 있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고향 친구 동기 12일 정기 모임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녀 결혼식 기회에 임시모임 방식으로 정기 행사를 갈음해 오고 있었다. 친구 자녀 결혼식이 비록 정기 모임은 아니었지만 나는 총무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병호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선약이 없으면 동참하지 그래?”

아니야 나는 집사람과 저녁 식사 후 둘레 길을 같이 걷기로 했어...”     

예정보다 우리 집에 일찍 들어선 병호를 통해 민재에게 형편을 다시 묻기로 했다.

둘레길을 걸으려고 집을 막 나서려던 참이었어.”

민재는 병호의 호출에 즉각 화답을 했다. 이래서 3명의 식사 자리가 금세 성사되었다. 내가 우리 집으로 오라고 다시 독촉하는 것보다 병호에게 부탁을 한 우회 통과가 효험을 발휘했다.      

생각이 바뀌면 내일 오전 9시까지 연락을 주면 되거든...”

이번 주말 운주 자녀 결혼식장에 같이 동행하자는 민재의 완곡한 압박 전략이었다. 어제저녁 여자 총무 다혜가 이번 정기모임 일정 공개 시기를 내게 물었던 것은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 그보다 부산 결혼식에 같이 참석하자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었다.    

  

부산행을 결정하기란 그리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 전일 저녁 식탁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잠자리에 들었던 나는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눈을 떴다. 부랴 부랴 설거지를 마무리한 후 소박한 아침 식사를 마쳤다.      

신철이 차가 내 것보다 한 뼘 정도 더 여유가 있어서...”


대부분 승용차는 5인승으로 설계가 되었지만 5명이 자리를 채울 경우 차량 실내 공간에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앞 쪽 운전석과 그 옆 좌석은 별 문제가 없었다. 우람한 체구를 자랑하는 성인 남성 장정이 차지하더라도 별 지장이 없었다.   

  

뒤쪽 3명의 좌석이 항상 문제였다. 가운데 자리를 잡는 사람은 그리 편안한 여행이 보장될 확률이 낮은 것이 사실이었다. 3명 모두 신장과 체격이 보통을 넘어설 경우 쾌적한 여행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 특히 장거리 여행일 경우엔 적지 않은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서 가운데 자리를 교대로 바꾸는 방식이 대세였다.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이번 부산 여행에 동참한 여자 동기 순미는 결코 체격이 상위에 랭크되지 않았다. 어제 저녁 식사에 나중에 합류한 민재가 그랬듯이 나도 부산 여행에 드디어 합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오바로꾸 가방등 준비물을 후다닥 순식간에 챙겼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우리 차를 찾지 못하고 헤맬 것 같더라니... 이 친구야, 이곳 장애인 구역으로 오면 되잖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허둥대던 나를 두고 민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놀려댔다. 오늘은 여러 가지 의심 거리가 잇달았다. 우리 짚 앞 신작로 가에서 내가 차에 오를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운전석에 민재가 아닌 신철이가 버티고 있었다. 장거리 여행이니 교대로 핸들을 잡기로 했나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다음이었다. 방금 전 신철이는 블루투스를 이용해 자신의 집사람과 통화를 마쳤다. 분명 민재의 애마인데 신철이가 이런 방식으로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의문점이었다. 요즘 워낙 기술이 좋아졌으니 그리 복잡하지 않은 절차로 몇 군데 조작을 하면 같은 차에 오른 모든 동승자는 원하면 이런 서비스 이용도 가능할 듯했다.   

   

민재의 애마는 장애인 차량이 아니었다. 방금 전이었다. 신철이는 휴게소 안의 비장애인 주차 공간에 여유가 있음에도 굳이 장애인 전용 공간에 차를 세웠다. 세 번째 의문점이었다. 이는 시간 단축을 위해 식당 쪽에 가까운 곳을 택했고 주차구역 위반으로 인한 범칙금 등은 기꺼이 감수하려는 작은 결단이려니 했다.      

나 혼자 떼어 놓고 먼저 기름을 보충하러 주유소 쪽으로 달아난 것이 아닌가 했네... 장난기가 발동했나?”

우리가 오늘 이용하기로 한 승용차는 차량 지붕 위엔 루푸탑이라는 별도의 설비를 이고 있었으니 그까지 것 민재의 애마를 식별하기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하지만 휴게소 안의 어느 쪽을 모두 둘러보아도 이런 차량은 내 눈에 한 대도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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