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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28. 2022

두 마리 고래 덕분에 등 터진 새우(2편)

                   

민재를 비롯한 친구 모두는 나를 놀려대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나는 차량의 앞 번호판을 들여다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민재의 차량번호가 아닌 다른 숫자가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라 적힌 신철이의 애마였다.     

 

나는 귀신에 잠시 홀린 듯했다. 우리 고향집을 나설 때 나는 지붕 위에 루프탑을 이고 있는 차량인 민재의 애마에 분명히 올랐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신철이의 차량으로 전격 교체를 한 것이었다. 이제껏 신철이 차를 민재의 것으로 찰못 알고 있었다. 결국 이 착각 때문에 무려 3가지의 작은 의문이 꼬리를 물었던 것이었다. 신철이는 약 15년 전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그래서 거리낌 없이 장애인 구역에 차를 세웠던 것이었다. 급히 뒷 좌석에 올랐다 밖으로 다시 나온 나는 스마튼폰 갤러리에 신철이 애마의 번호판을 꾹꾹 눌러 담아 넣었다. 이래서 이번 해프닝은 일단 마무리되었다.  

   

내가 나중에야 부산 여행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후였다. 친구 일행은 실내 공간에 한 뼘 더 여유가 있는 신철이의 차를 이번 부산행에 투입하기로 한 결정을 했다. 이 사실을 내게만 알리지 않은 친구들의 잘못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준수야 너만 따로 떼어놓고 도망칠까 보아 번호판을 찍은 거야?”

나는 이제 소문난 길치에다 훈장 하나를 더 보탰다. 기존 고정관념에 얽매이고 눈썰미 실력이 낙제점인 사람의 반열에 새로이 올랐다.    

  

이미 예약을 마친 펜션에 입실할 수 있는 시각은 더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숙소에서 멀지 않은 용궁사에 들르기로 했다. ‘##종 사찰 중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라는 이례적인 문구에 먼저 눈길이 갔다. 아마도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절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이곳이 처음이 아니었다. 2008년에 한 번 들른 기억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직원을 무려 200여 명을 내보내야 했던 이른바 희망퇴직이 마무리된 이후 이곳을 찾았다. 그래서 낯설지 않았다.

     

근속기간과 연령이란 두 개의 기준으로 희망퇴직 대상자 명단을 작성한 회사는 이에 응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보복성 인사발령을 서슴지 않았다. 내가 잘 알고 지내던 회사 동료 중 적지 않은 직원이 이곳 부산 지역으로 좌천을 당한 것이었다. 참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갑질이었다.

     

수도권 점포에 근무 중이던 우리 직원 몇 명이 이곳으로 좌천된 동료를 위로차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일행 중엔 회사 측의 집요한 괴롭힘에 지쳐 직장을 떠난 직원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말이 되지 않는 인사권 남용이었고 일종의 부당 노동행위로 다툴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사람은 그때와 같은 인물이었으나 용궁사 근처에 넘실대는 바다 물은 그 예전 것이 아니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오는데... “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아니었다. 숙소에 먼저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잠시 밖으로 나오던 내게 친구들이 일렀다. 나보다 이곳에 나중에 도착한 서울과 대전권 친구들의 첫 인사말이었다. 이번 부산 행사에 내가 나중에서야 합류한 이유를 묻는 질문이기도 했다.

    

추가 요금 4만 원 입금 후 문자 꼭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오늘 묵기로 한 펜션엔 당초 입실 예정자는 10명이었다. 그런데 우리와 처음 얼굴을 맞댄 이 숙소 직원은 오늘 실제로 이곳에 머물 인원을 다시 한번 확인코자 했다. 아직도 범생이를 벗어나지 못한 친구들이었다. 14명이라고 솔직하게 고백을 하는 바람에 숙소 직원은 추가 요금을 먼저 달라고 졸라댔다. 오늘은 이곳 부산에서 어마어마한 큰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세계적인 K-POP 스타 BTS의 부산 공연이 그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미 2개월여 전부터 이곳 부산의 웬만한 숙박시설은 동이 났다.

      

우리 아들 결혼식 날을 BTS 공연보다 먼저 잡아 놓았는데 왜 우리가 그 파편을 맞아야 하는 거야, 불똥이 엉뚱하게 우리에게 튀지... 참 별일이 다 있네...”     

내일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하루 전에 이곳에 도착하는 친구들을 위해 숙소를 미리 마련하느라고 혼주 운주는 이번에 진땀을 뺐다.   

   

이번 BTS 정국을 맞아 이 공연을 보러 전국에서 몰려드는 팬 때문에 부산지역 숙박비가 방 하나에 400만 원까지 치솟는 웃지 못할 숙박 대란이 벌어졌다. 이러니 우리는 숙박시설이 마음에 드느니 아니니를 따질 입장이 아니었다.

     

우리는 예약이 된 2개의 방으로 들어섰다. 우선 짐을 풀어야 했다. 그런데 순간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대형 폭탄을 맞은 격이었다. 숙소는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에 턱없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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