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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29. 2022

두 마리 고래 덕분에 등 터진 새우(3편)

                     

이 숙소 빌딩 위 간판엔 @@@호텔이라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엔 ’ 펜션형 민박집이라는 간이 간판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여인숙형 민박집이란 이름을 붙이기에도 너무나 과분했다.  

    

우선 방바닥은 철 지난 염화비닐 장판 재질이었다. 낡고 헤어진 곳을 교체하지 않았다. 투명한 얇은 테이프로 임시 땜질을 해 놓은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테이프의 끈적끈적한 부분이 양말 아래에 쩍짝 들러붙기도 했다. 세상에 나온 지 아주 오래된 구닥다리 냉장고 최하단 부분은 하얀색 페인트는 이미 벗겨져 있었고 붉은색 녹을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었다.

     

세련되지 못한 냄비 하나만 달랑 싱크대 아래 수납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그 외엔 이렇다 할만한 주방 조리기구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 찌그러져가는 나무 재질 앉은뱅이 밥상 두 개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도배는커녕 장판 교체 주기를 아예 무시한 것이 분명했다. 이 빌딩 복도는 물론 방안 곳곳엔 잦은 민원 때문에 고기를 굽는 행위는 절대로 금한다는 안내문이 랜덤으로 붙어 있었다. 객실의 3/4은 아파트의 거실에 상당했고 나머지는 진공청소기나 집기비품을 보관하는 용도에 더 적합한 창고 방이었다.

     

게다가 객실 한 곳의 공간 1/3은 아예 난방시설

이 작동이 되지 않는 구역이었다.  세면 비누 화장지 수건 등도 우리가 요청해야 조달이 가능

한 데다 그 품질과 수량은 턱 없이 부족했다. 정돈되지 않은 담요와 이불은 재난 구호물자

처럼 쌓여 있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중고교

시절 수학여행 기간 묵었던 숙박시설 청결

도와 쾌적성 등을 넘어설 수 없었다. 

    

이번 이곳으로 최종 낙점하기까지 많은 우여곡

절이 있었다. 애초 부산 지역에 숙소를 구하지 못

하여 경주 쪽 콘도 예약을 한 것을 다시 이곳으

로 변경을 했다. 얼마 후 또 빌딩 2층에서 다시 3층으로  한번 갈아탔다. 다소 깨끗하고 조

용한 곳이 3층이란 이유를 달았다.   

   

보다 청결하고 소음이 적으며 쾌적한 곳으로 다시 숙소를 최종 결정했노라”라고 총무을 맡고 있는 내가 단체 톡방에 안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나는 친구들의 볼멘소리에 한마디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격이었다.

    

이럼에도 이 빌딩 밖은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

으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이 펜션에서 제공하는 장비와 식자재만으로 목재 탁자 위 불판을 이용해 바비큐 파티가 벌어졌다. 어림하

4 내지 5인 조 대여섯 팀이었다. 이 친구들은 오늘 그 역사적인 BTS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샐

렘에 숙소의 열약한 시설이나 환경 등을 모두 용서하기로 작정한 듯했다. 그저 쉬지 않고 술

잔을 주고받았다. 

     

고향에서 출발한 우리 팀과 달리 서울 대전 팀 친구들은 점심 식사를 걸렀다. 그래서 저녁 식사 시각을 앞당기기로 했다. 그럼에도 트레킹과 선술집파로 다시 나뉘었다. 는 후자에 합류

했다   

  

우리 숙소에서 서른 걸음만 떼면 해수욕장에 발

을 담글 수 있었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올망 졸망한 꼬맹이들은 즐거운 물장난에 정신

이 없었다. 이십 대 활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서

핑 교습과 실습을 이어가가고 있는 풍경이 멋

지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비릿한 바닷물 내음

이 바람에 부드럽게 날리고 있었다.     


부산 지역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기장 지푸라기 곰장어 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꼬불 꼬불 살아 움직이는 곰장어를 숯불 위에 올린 안주를 곁들인 소주 맛은 아주 달디달았다.  

    

잠시 후 혼주는 헐레벌떡 우리를 찾아 나섰다. 혼주를 비롯한 부산지역에 터를 잡은 친구들과 최종 합체를 했다.

나는 오늘 이곳에 오려고 2주일 동안이나 술을 참았어.”

그래 나는 매일 소주 2병씩 비우며 이곳에 오려고 2주간 예행연습을 했지.”

술 마시고 싶은 핑계도 각양각색이었다.

 

무려 일행은 16명으로 늘어났다. 4인용 테이블 4개를 꽉 채웠다. 해물 모둠 요리가 간판 메뉴이

고 바닷물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우리 모두는 서

로 얼굴을 마주 보고 만찬을 이어갔다. 여러 종류

해물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마련

되었다. 특화된 전복죽으로 우리의 파티는 깔끔

하게 마무리되었다.

      

우리 일행은 갈매기가 모래 위로 모였다 흩어

지기를 반복했다. 숙소로 복귀한 후 우리는 노래방, 휴식, 산책 조로 다시 나뉘었다. 노래방 조가 그 임무를 거뜬히 마치고 돌아오자 고스

톱파‘마시자파’로 다시 재편성되었다. 나도 동양화 감상조에 잠시 발을 담갔다. 이쯤에서 잠자리에 들기 위해 미리 찜해 놓았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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