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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19. 2022

왜 거기서 나와(1편)


“아니, 이번 정기모임은 언제 할 것인지 왜 아직

도 소식이 없는 거야?”
 지난 10월 중순이었다. BTS부산 공연이 있

었다. 우리는 다음날 고향 절친 준하 아들 결

혼식에 참석차 전날 미리 부산 바닷가에 자리한 허름한 민박형 콘도에 모였다. 이곳에서 이런

말이 나오시작했다. 종래 우리는 매년 10월

 중 하순에서 11월 초순 통합 동창회 모임을 연

하여 3번이나 무주 수련원에서 가진 바가 있

었다.

     

나는 고향 동창회 총무를 누계로 3번이나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간 코로나 19 감염증 때문에 대규모 공식 모임을 갖기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식사와 잠자리 음주와 가무 등을 주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시간에 제약도 없이 한 곳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가능 한 곳으로 이곳만 한 곳이 없었다. 여러 곳의 후보지를 물색했다. 사전 답사 끝에 이번에도 이 무주 수련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우리 회장단은 이미 8월 말에 여유 있게 이곳으로 낙점을 했고 이미 계약금도 건넸다. 다만 그간 미루었던 친구들 자녀 혼사 일정에 혹시나 누가 될까 보아 이 일정의 공개는 미루고 있던 터였다.

     

실외 행사 제한의 전면 폐지 덕분에 ‘봇물 터지 듯한’ 경조사나 각종 단체 모임 일정이 줄을 이었다. 이러다 보니 우리 찬구들은 이 단체 모임 일정에 관해 더욱 궁금해했다. 그럼에도 총무인 내가 일정 공개를 뒤로 미루다 보니 회원들의 스케줄에 혼선을 준 점에 관해 심심한 사과의 말과 동시에 이번 모임 계획을 마침내 단체방에 올렸다.

     

애초 잡아 놓은 11월 첫째 주말에 친구들의 선약이 유난히 많았다. 그래서 다소라도 많은 친구들이 발걸음을 할 수 있는 둘째 주말로 행사 일정을 전격 변경했다. 나는 이에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모임엔 정말 꼭 참석하겠다고 자신 있게 내게 이른 친구들도 또 뜻밖의 사건들이 많이 닥쳤다. 코로나 19 재감염에다 가족의 병원 퇴원과 김장을

담가야 한다는 이유 등 그 사연도 다양했다.


승용차로 여러 친구들과 동행을 굳게 약속했던 친구들의 참석도 무산되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우리 회장단은 난처했다. 되도록 많은 친구들이 발걸음을 하여 성황을 이루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먼저의 바람이었다.

     

나는 토요일 오전 내내 개인적인 자격시험 일정이 대전에서 잡혀 있었다. 그래서 휴대폰 전원을 OFF 상태로 유지해야 했다. 부랴부랴 시험장을 나섰다. 휴대폰은 다시 전원을 ON으로 전환했다. 순간 고향 절친 인호의 빙부상을 알리는 톡 문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시험장 인근 중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조금이라도 늦을세라 이 부고 소식의 문구를 다시 한번 더 다듬어 동창 단체 톡방에 즉시 올렸다. 아무래도 친구 빙부상부고가 우리 모임 일정과 겹치다 보니 약간의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번 정기모임의 개시 시각을 토요일 오후 3시로 올린 바가 있었다. 그래서 3시 정각 이전에 목적지 현장에 도착하여 친구들을 안내하기 위해 나는 발걸음을 독촉했다. 내 애마에 내장된 네비는 물론 가장 믿을만하다는 T MAP도 가동했다. 거리와 운행 시간을 모두 고려해 최단 거리 지름길을 찾았다. 나는 엑셀레이터를 부지런히 밟았다. 프로 야구 선수가 홈에 슬라이딩하여 가까스로 SAFE에 성공하듯 목표한 시간 내에 수련원 안에 내 애마를 세울 수 있었다.

     

예전 3번의 행사 대비 약 3주일이나 늦어지는 바람에 이곳 수련원의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울창한 나무들은 이미 단풍 피크 시즌을 지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나뭇잎을 모두 떨구었다. 우리 고향 동네의 가로수 역할을 늘 톡톡히 해내고 있는 감나무의 까치밥도 구경할 수 없었다. 여유 있게 너른 감 잎사귀가 바닥에 몇 겹 쌓였던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만추를 넘어 이제 본격적인 초겨을로 들어선 것이었다.

     

통상적으로 동창회 뷔페개시 시각은 오후 6시 전후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를 지키기가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사장님, 저희들이 따로 준비한 안주가 부족해서 그런데 조금 일찍 가져다 먹어도 될까요?”

 아이, 그럼 물론이지요. 저희들이 계획한 음식은 모두 세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어차피 우리 동기 친구들만을 위해 마련된 뷔페 음식이었으니 우리는 이런 사전 양해를 구할 일 이유가 없었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독특하게도 소 갈빗살이 준비되었다. 7 ~ 8인 단위로 세팅된 테이블마다 준비된 휴대용 버너 불판 위에 우리는 이 길쭉하게 다듬어진 갈빗살을 부지런히 올렸다. 주류 음료수 기타 사이드 안주 과일 등은 우리가 이미 따로 대령하였으니 이제 우리는 정성스럽게 구워낸 고기를 안주로 이미 ‘부어라 마셔라’ 모드에 들어섰다.

     

아주 맛이 있는데... 회장 총무들 준비하느라 고생 많이 했어.”

현역 시절 나는 영업점 살림을 도맡는 서무 책임자를 많이 경험한 이력이 있었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야유회 회식 등 행사 준비도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4번째 모임이지만 오늘처럼 술자리 모드 진입 시각이 이른 것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맞는 ‘낮술 모임’에 다름이 아니었다. 친구들의 생활 근거지가 전국에 흩어져 있었고 생업이나 기타 개인 일정상 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각은 들쑥날쑥 했다. 그러니 도착하는 대로 잔치 모드로 들어서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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