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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22. 2022

왜 거기서 나와(4편 완)

                    

우리가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는 이유는 상고대를 보기 위한 것이지. 그런데 일기 예보로 보아 내일 오전에 상고대를 구경하기란 이미 틀렸어. 곤돌라 예약은 취소하고 적상산 인근으로 드라이브나 하는 것이 어떨까?”


 연회장에서 음주를 마치고 가무 타임에 박상철의 노래방을 열창한 성훈이의 제안이 있었다. 상고대 구경을 포기하더라도 덕유산 정상에 올라 절경을 감상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는 여정이 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 회장단의 생각이었다. 이에 우리는 예정된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미 예정된 경조사 참석이나 사업상의 일정을 이유로 저녁식사 이후 다른 곳으로 먼저 떠난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곤돌라 예약을 마친 리조텔 건물과 탑승하는 곳은 다른 곳에 자리했다. 그래서 이곳에 이르는데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다시 일행은 삼삼오오 작은 그룹으로 흩어졌다.   

   

다행히 새벽까지 이어지던 빗줄기는 완전히 멎었다. 하지만 덕유산 중턱부터 산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짙은 안개가 우리 여정에 자그마한 걸림돌이었다. 열차를 이용하여 오늘 오전 귀가하는 친구를 영동역까지 승용차로 실어 나르는 등 이유로 곤돌라 최종 탑승 인원을 파악하는데 애로가 있었다. 나는 수시로 숫자를 바꾸어 여자 총무 소연이에게 인원을 알렸다. 주차장 인근 화장실에 3명이 분명히 들어섰는데 나올 때는 무슨 연고인지 금세 5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귀신이 곡할 일이었다. 수시로 최종 탑승 인원을 바꾸어 부르는 내게 소연이는 전혀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나로선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우리가 초등 시절 교과서에 등장했던 돼지가 소풍 가는 여정에 다름이 아니었다. 어제 아니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이 덕유산 관광 여정에 분명히 불참 의사를 보였던 친구가 돌연 참여 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우리는 무리를 나누어 곤돌라에 올랐다. 일행 중 2/3 정도는 곤돌라가 멈춘 인근의 휴게소에 들렀다. 어묵탕과 유자차를 나누며 담소를 이어갔다. 우리보다 조금 늦게 나선 친구 셋 이선 이 악천후에도 정상에 오른 멋진 모습을 자랑스럽게 단톡방에 올렸다.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음에도 대단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어묵탕과 유자차가 체력의 보충에 대단한 효험이 있는가 보았다. 이미 휴게실에서 담소를 마친 친구들 모두는 향적봉에 오르는 것을 이미 포기한 것으로 본 내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무리 중 4인방은 간식으로 힘을 얻었는지 늦게서야 정상에 오르는 결기와 끈기를 보여주었다.  

      

얼음(서리) 꽃이라고 불리고 기상 이변의 하나인 상고대5년 전 우리 친구들은 이곳에서 실것 구경하는 행운을 얻었다. 오늘은 그러지 못했으니 못내 아쉬웠다. 상고대는 전문 산악인들도 자주 구경할 수 없는 아주 드문 현상이라 했다.   

  

우리 모두는 덕유산 여정을 마치고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주차장에 또다시 집결했다. 그럴 즈음 그렇게 짙었던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우리가 오늘 일정을 두 시간 정도 뒤로 미루었다면 상고대 구경은 아니라도 덕유산 정상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움으로 남았다. 모든 일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깨달았다.

       

아니, 이런저런 이유로 어제저녁 먼저 자리를 떠 오늘 덕유산 여정을 포기한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맛집으로 소문이 난 버섯전골 전문식당으로 들어서는 친구들 머릿수를 다시 점검하고 내가 밖으로 낸 혼잣말이었다. 마지막 일정까지 동행해준 친구들이 있어 총무인 나로선 일종의 즐거운 비명이었다.   

  

여기서 어제 해프닝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

친구야 왜 거기서 나와?”

이 작은 해프닝도 세월이 지나면 아주 재미있는 추억거리로 남을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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