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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26. 2022

영업맨만의 대화법은 따로 있을까(1편)

   

, 인마 너는 아는 사람이 많아서 좋겠다? 나는 @@가 어떤 @인지도 모르고...”

나는 최근 방앗간을 꾸려가는 고향 선배에게  햅쌀 3포대를 건네받았다. 그중 2포대는 지인에게 택배로 보냈고 한 포대는 내가 인수했다. 나의 또 하나의 다른 보금자리에 도착했다. 근처에 사는 친구 셋이서 술좌석에 마주 앉았다. 박 선배가 누나 동기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내 고향 여자 동기의 오빠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매년 햅쌀이 나올 때면 이를 대형 마트 등에서 구입하지 않고 농촌 산지에서 직접 조달을 원하는 가구들이 아직도 제법 있다. 이 박 선배에게 누나는 이미 올해 햅쌀 2포대를 조달한 이력이 있었다. 평소 신세를 진 지인에게 이 고향산 햅쌀을 선물로 선택하기도 했다. 아주 훌륭한 품질이라 칭찬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오랜 직장 동료에게 이 햅쌀을 자신 있게 추천했다. 농촌 현지 쌀 조달을 믿고 부탁한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 선배는 자신선친을 이어 우리 고향에서 방앗간을 꾸려가고 있었다. 예전보다는 방갓 간의 규모를 작게 줄여 명맥을 이어갔다. 이러니 향후 농촌 햅쌀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를 조달하는데 따른 작은 고민거리는 해결될듯했다. 내심 좀 기뻤다. 

    

이런 연유와 동기로 오늘 술자리에서 내가 던진 첫 화두에 친구 준영이가 보인 반응에 나는 너무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난처했고 어떻게 내가 대처를 해야 할지 도무지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즉석에서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나는 릴랙스를 계속 외쳤다.      


나는 한 곳의 금융기관에서 무려 30여 년이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주로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직원인 영업맨의 역할에 충실하려 나름 노력을 했다. 고객이 내게 부적절한 용어, 때론 욕설을 퍼부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를 지켰다. 즉석에서 맞대응을 자제하고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일상이었다.  

   

사장님, 제발 고정하세요 ~”라 시작하는 대화로 상대를 진정시킨 후 끈기 있게 오히려 고객 설득에 나서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나와 우리 회사를 찾는 고객이 있어 내가 보수를 받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가장 근본적인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  

    

신입 사원 연수 시절부터 최초 배치받은 곳 점포장의 첫 대면 시부터 나는 수시로 교육을 받았다. 금융서비스업에 몸을 담고 있는 직원은 영원히 한 번도 갑의 지위에 오를 수가 없다는 것이 숙명이란 것이었다.

      

이러다 보니 나름 영업맨에만 특유한 대화법 철칙이나 매뉴얼이 따로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준영이가 나처럼 금융기간 근무 경력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최소한 내게 이런 말을 건네지 않았을 것은 분명했다.  

    

, 그것 참 잘되었네... 나도 기회가 되면 박 선배 방앗간 신세를 질 수 있게 되었네.” 이 정도 반응을 기대하기란 애초 무리였는지 몰랐다. 준영이는  내가 던진 말의 본질적인 메시지와는 전혀 무관한 기절초풍 할만한 응대를 했다.   

   

나는 @@가 어떤 @인지 몰라.”라고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나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싫다는 것이 분명했다. 내 본적지 300번지식 말을 빌어 보았다. 정말 멋대가리라곤 약에 쓰려해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 그 따위 이야기는 집어치우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었다, 영업맨 대화법 수준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말싸움을 넘어 나와 드잡이라도 하자는 선전포고로 들렸다.

     

준영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자신은 어떤 사안마다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꺼내어 보이고 상대의 잘못을 거리낌 없이 충고하는 이른바 사이다 맨이라는 것을 늘 자랑처럼 내세웠다.   

  

, 또 맨날 그 옛날 이야기야? 너는 30년 전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어. 옛날이야기는 그만 하자, 쓸데없는 것만 자꾸 이야기하면 뭐해?”

그러는 너는 40년 전 이야기도 잘하거든...?”
우리는 오랜 세월 전부터 삶을 공유해 온 죽마고우 사이이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대화의 단골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준영이는 상대에게 무안을 주고 질책하는데 아주 익숙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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