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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28. 2022

영업맨만의 대화법이 따로 있을까(3편)

                   

나는 고교 2학년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학교 공부를 마친 세대이다. 이러니 문과생과 이과생 동기는 1학년 때 같은 반이 아니었으면 재학 중은 물론 졸업 후에도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우리 고교 동기들은 이런 형편의 다른 친구들의 기억을 물을 때 맞아, 학교 다닐 때 얼굴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네...”라고 운을 떼곤 했다. 이렇게 초면임에도 우호적인 대화법을 구사하는 우리들이다.

     

학교별 입학시험을 치른 세대이기 때문에 평준화지역 대비 훨씬 끈끈한 결집력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만의 이유는 아니었다. 상대를 보다 배려하는 대화법이 우리 고교 동기들 사이엔 이미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전혀 기억에 없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 면전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나서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 초등시절 같은 반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아?”

상대가 나를 잘 기억한다고 함에도 나는 그를 전혀 모른다고 나자빠지는 것은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 것이다.     

 

“송 부장, 우린 회사 이야기엔 더 이상 관심이 없어. 서로 공통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도래를 핑계로 희망퇴직이란 이름을 붙여 200여 명이나 넘는 엄청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다음이었다. 평소 자주 몰려다니던 회사 선후배 동료 4명이 저녁 식사 자리에 모였다. 공통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는 선배의 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옳은 것도 아니었다. 4인 모두에게 공통된 주제란 교집합은 생각보다 그 범위가 너른 것이 아니었다.

      

본인이 관심이 덜하더라도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대화의 기본자세로 보아야 한다. 무릇 사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거나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이나 그룹에서 생긴 일, 아니면 가장 괸심이 많은 쪽에 관한 이야기를 우선 꺼내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로 다른 분야를 대화 소재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단 대화를 특정인이 독점하지 않으며 서로 순서와 시간을 나누어 균형 있게 주고받는 대화법이 더 중요하다. 다른 소재 이야기에서 자신의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얻거나 삶의 지혜, 일상생활의 팁도 얻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자신이 말할 차례를 얻었더라도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세밀화 그리듯이 늘어놓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같은 소재, 주제 이야기를 매번 돌아가는 LP판을 틀 듯이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수시로 점검하고 고쳐나갈 일이다.      

나는 @@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하거든~ 나는 그런 건 모르고...”
 너는 왜 매번 누구와의 인연을 들먹이는 거야?”
오늘도 준영이는 성의가 부족하고 형편없는 대화법 진수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자신도 학교 선후배나 고객의 지인 친 인척을 거론하며 대화를 이어간 충분히 많은 이력을 갖고 있었던 터였다.  

    

그것, 반사!”

형아, 나도 반사!”
두 아들이 어린 시절 주고받던 이야기 패턴 중 일부였다. 아들 형제는 서로를 놀리거나 빈정거릴 때 본인이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준다는 의미로 자주 쓰던 관용적인 표현이었다.    

  

오늘은 준영이가 자신의 초미의 관심사에 관해 집중해서 대화를 주도했다. 만약 준영이가 얼마 전 내게 일렀던 것처럼 “~~ 에 관심이 없고 나는 그것은 전혀 모르거든.”를 그대로 반사로 돌려주면 준영이의 이에 대한 반응이 어떠했을까를 짐작해 보았다. 이런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제법 흥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었다. 

     

비록 자신에겐 목전의 관심사가 아니라도 난 그것은 전혀 모르고...’란 이런 대화법은 지양할 일이다. 사람은 제 눈의 들보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남의 눈 속 티끌은 잘 찾아내는존재인가 보다.      


모든 이가 영업맨의 대화 매뉴얼을 그대로 따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상대의 말에 최소한 중립 이상의 반응이나 의견을 낸다면 좀 더 대인관계는 원만해질 것이다.  

    

어 그랬어, 그랬구나, 참 잘했네...”
 이렇게 매번 호들갑을 떨어가며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과잉 반응까진 기대하지 말자. 상대가 이야기 도중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거나 폰을 검색하거나 딴전을 피고 심지어 핀잔을 주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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