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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29. 2022

영업맨만의 대화법은 따로 있는가(4편, 완)

             

                  

준영이는 자신은 사이다 맨이고 그래서 시원한 사이다성 발언을 거침없이 입밖에 낼 수 있다고 평소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른바 사이다성 발언은 본인이나 같은 진영의 구성원, 정체성이 같은 사람에겐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견이 다른 반대편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역기능을 안겨주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내가 30대 후반 지방 점포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주로 외곽 법인 고객의 관리와 신규 고객 개척에 매진하고 있었다. 연고지인 @@신협 박 부장에게 신상품을 권유 중이었다. 박 부장은 내가 상품 설명을 이어가던 중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 이야기에 집중하여 경청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젯밤 잠이 부족했는지 주위 사람의 눈치도 아랑곳없이 편하게 졸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경악할 일이었다. 상품 설명 중간중간 질문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자금운용 책임자인 박 부장의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박 부장은 제대로 된 대화에 아예 나서지도 않는 가장 형편없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집 사람이 최근 터미널 근처에 음식점을 열였습니다. 회식이나 한 번 해주세요.”

박 부장은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으니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네가 전혀 기억이 없어?”

우리 동창이었어? 우리 같은 반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잖아?”
우리는 6년간 줄곧 같은 반이 아니었잖아?”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기억과 관심에 상응하는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럼에도 전혀 기억이 없다고 초지일관하는 이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내 동기들 중에도 이른바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 불리는 친구가 더러 있다. 다른 이와 다투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를 이른다. 이들은 화를 낼 줄 모르는 것처럼 보이나 이런 친구가 한 번 돌아서면 친구 사이는 영영 절교로 가고야 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들은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상대의 말에도 이를 참고 속으로 삭이고 자신의 반대 의견 표명을 자제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명언이 있다.

이에 반해 상대나 참석자들을 기분 나쁘게 하는데 남 다른 재주를 부리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그렇다고 영업맨의 접대성 멘트로 일관하자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적어도 중립 이상의 대화법을 구사할 일이다. 자신의 관심이 덜한 주제 이야기라도 경청하고 일정한 부분은 속으로 삭이며 화를 덜 내는 캐릭터로 거듭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역지사지’ ‘십인 십색’이런 화두를 항상 염두에 두고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그래 맞아, 이제 얼굴을 보니 제대로 생각이 떠오르네. 오랜만이야 반갑구먼, 앞으로 얼굴 자주 보자.”  

이런 정도를 구사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닌 것이다.


현역 시절 직장 선배의 자세가 갑자기 떠올랐다. 고객과 전화 통화를 마친 후 선배는 수화기를 금세 내려놓지 않았다. 나는 선배와 법인 영업을 한 팀으로 오랜 세월 이어가던 사이였다. 유심히 나는 선배의 이런 자세를 줄곧 지켜보았다.

     

상대인 고객이 자신의 말을 모두 마무리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것을 확인한 후 선배도 그제야 통화를 마치는 것이었다. 별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나로선 전혀 달랐다. 중립 이상의 의견을 내는 대화법 구사에 못지않게 고객은 물론 다른 모든 통화 상대에게 영업맨이 보여주어야 하는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로 보였다. 나도 선배로부터 이를 본받아 지속적으로 같은 행동에 나선 지 이미 오래.  

    

대화 도중 상대 말을 끊어버리거나 가로채거나 끼어들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이에 더하여 이 선배가 보여준 고객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물론 고객이 말을 종국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확인 하는 자세는 대화법 중 진일보한 것이었다.

     

설령 자신의 관심이 없는 분야이고 상대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를 이유로 나는 그것은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어.”라는 대화 스텐스를 이어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입장을 바꾸어 보면 이는 자명해진다. 자신의 초미의 최대 관심사에 상대가 마찬가지로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영업을 생업으로 하는 전문 영업맨의 대화법을 그대로 흉내 내자는 것이 아니다. 예전 친구들을 오랜만에 마주할 기회가 있을 때 최소한 이제 얼굴을 보니 좀 기억이 돌아오는군...”정도를 구사할 수 있는 준영업인의 자세는 대화를 나눌

 누구나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보인다. 중립 이상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식사나 술자리에서 비용을 자신이 누적으로 51% 이상을 부담하겠다는 자세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이 준영업인이 주위에 늘어날수록 대화는 자연스러워지고 풍성해질 것이며 대인관계는 더욱 원만해질 것이라는 나의 소신엔 아직도 전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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