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터기 Dec 30. 2022

자신감과 자만심(1편)

                           

"나는 월 300만 원 주겠으니 오라고 하는 곳이 많아요. 내가 이곳이 아니면 일자리가 없는 줄 아는데...”     

우리 점포 구내식당 아주머니는 오늘도 여전히 큰소리치는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요즘 우리 구내식당 음식이 형편없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를 한 번 바꿀 필요가 있어요."


"그래도 우린 5년이나 한 솥밥을 먹고 지낸 사이인데 이제 와서 갑자기 바꾼다고 크게 달라질지는 의문입니다. 지금 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어요. 식대를 이번 기회에 조금 올려주면 어떨까요? 그러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내보내겠어요?"  

   

"장대리님, 식대를 올리지 않고도 더 나아질 수 있는 좋은 대안이 있어요. 제가 직전에 근무했던 @@@지점 아주머니를 통하면 새로이 사람을 구할 수 있거든요. @@@지점은 저희보다 식대가 낮음에도 오히려 식사 레벨은 훨씬 낫습니다. 이번이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어요. 

    

오늘은 업무 마감 후 구내식당 주방장을 교체할 것인가에 관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리 지점은 구내식당을 운영 중이었다. 자체 사옥을 가진 대부분 영업점엔 구내식당을 마련하고 직원들 점심 식사를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식탁  설치와 주방 공간을 확보했고 수도 전기 가스 등 운영 인프라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가 지원을 했다. 우리 지점과 달리 자체 식당이 구비되지  않은 점포는 중식대 보조비를 높여 급여에 녹여 지원을 했다.     

매 영업일마다 외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비용도 적지 않게 부담이 되었고 메뉴 선택도 매번 고민거리였으며 금세 싫증이 났다. 그래서 월급 20만 원을 올려주는 것보다 자체 식당이 구비된 점포에 근무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데 직원들은 모두 동의했다.  

   

구내식당의 주식 부식비 등은 수익자부담의 원칙이 작동했다. 소속 직원들이 매월 일정액을 모아 주방장에게 건넸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1~2년마다 5,000원 내지 10,000원을 올려 운영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식사 수준이 좀 떨어진다는 이야기기 나올 때마다 이 식대를 올려갔다. 식대를 현실화한 후 처음 몇 개월은 식단이 개선 기미를 좀 보이다 또 부실해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곤 했다. 식대 인상의 효과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러던 중 이번엔 주방장을 아예 교체하자는 여론이 비등했다. 최근 몇 번에 걸친 식대 인상에도 질이 개선되지 않자 근본적인 처방으로 주방장 교체를 들고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오랜 기간 근무 중인 주방장에게 동정하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인정상 갑자기 교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바뀌어도 반드시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현 주방장은 자신이 그 자리에서 곧 내려올 줄도 모른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은 음식솜씨가 자신 있기 때문에 이곳을 그만두더라도 유수한 음식점 주방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이는 우리가 보기엔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으로 보였다. 음식솜씨란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인정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무려 한 시간이나 넘어서는 토론이 끝났다. 이번엔 주방장을 교체하기로 최종 결론이 났다. 바꾸지 말자는 동정론이 있었지만 교체론이 대세였다.  

   

"오늘 메인 메뉴가 무엇이야?"

"제육볶음인데 아주 맛있어요. 주방장을 바꾸기를 일단 잘한 것 같습니다. 일단 성공했어요.”     

새로 온 주방장의 첫 데뷔무대가 오늘 점심 식사였다. 영업점은 고객 응대의 단절을 막기 위해 직원  전원이 한꺼번에 식탁에 앉을 수가 없었다. 2 내지 3교대로 나누어 식당으로 들어서는 시스템으로 굴러갔다. 1차 식사를 마치고 영업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동료 직원 간 새로이 부임한 주방장의 첫 식단에 관한 평가가 오갔다.

작가의 이전글 제대로 넘어지는 법부터 배우기(2편 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