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터기 Dec 31. 2022

자신감과 자만심(2편 완)

                            

"아니, 심대리 오늘  외부 법인 영업 때문에 출장 가지 않았어? 그런데 왜 식당으로 들어선 거야?"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우리 식당 밥이 훨씬 좋습니다."     

외부 영업 활동 중 구내식당으로 복귀한 내가 최차장과 주고받은 대화였다. 직전 주방장이 꾸려가던 구내식당 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대부분 다른 점포의 구내식당 토요일 메뉴 패턴은 거기서 거기였다. 음식  평균원가를 낮추기 위해 국수나 라면 등 분식을 식탁에 올리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나 이번 새 주방장은 전혀 달랐다. 국수나 라면 등 분식에 김밥 메뉴를 추가하거나 때론 호박죽  같은  웰빙 별식을 마련하는 성의와 센스를 발휘했다. 이러니 직원들 모두는 매우 만족했고 식단에 관한 저번 같은 불평불만의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월급쟁이 직장인에게 점심 식사 한 끼의 만족이 가져다주는 파급효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훌륭한 콘텐츠 점심식사 시간은 직원 모두가 기다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런데 지난번 주방장은 어느 곳으로 스카우되어 갔는지 아시나요?”

지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더군. 그래서 우리 회사 다른 점포 구내식당에서 일하도록 해달라고 하는 부탁이 있었어.”     

구내식당 주방장을 교체할 것인가에 관해 토론할 당시였다. 직전 주방장을 동정하고 감싸면서 교체에 반대했던 장대리의 최근 전언이었다.

     

고액 연봉을 내세우는 음식점 주방장 자리로 스카우트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던 직전 주방장의 근황은 의외였다. 음식솜씨는 물론 상대를 대하는 마인드에서 전직 주장장은 낙제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2층에 근무 중인 @@증권 직원들도 우리 식당에서 밥을 먹게 해달라고 부탁이 있었다던데,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아주머니...”

서무 책임자와 지점장의 허락이 떨어졌어요.”

정말 잘 되었네요.”


 새로이 부임한 주방장 덕분이었다. 직원들의 건강과 식사에 대한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가져온 하나의 쾌거였다. @@증권 직원들은 우리 점포 식구들과 같은 식대가 아닌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은 식대를 부담했지만 우리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들에게 작지 않은 즐거움이었다. 주방장은 식수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고정비를 절약할 수 있는 덤도 얻었다.

      

“점심때부터 구워대고 아주 푸짐한 밥상이구먼...”

오늘은 안심 쇠고기에 싱싱한 버섯을 푸짐하게 불판에 올렸다. 방금 전 식당으로 들어서던 우리 회사 지역본부장의 촌평이었다.

          

사장님, 이쪽으로 줄 서시면 됩니다. 밖에서 찾는 웬만한 식당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식판 받으세요

조차장은 우리 지점 우량 고객을 구내식당으로 안내했다. 이 고객은 수도권에서 상당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는 막걸리 제조회사 사장이었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분명히 달랐다. 본인의 직분에 걸맞은 식력과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있다고 나서도 아무도 이를 나무라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런 사람은 자신이 있다고 본인의 실력을 부풀리는 등 허풍을 결코 떨지 않는다.   

   

이에 반해 본인 역량을 그 이상으로 부풀리거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부족한 이는 자만에 빠진 사람으로 불린다. 개인적인 사사로운 인정에 이끌려 자신 있는 사람과 자만을 일삼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것이었다. 조직 전체의 만족 극대화를 위해선 사사로운 인정에 이끌려서는 아니 될 것이었다. 자만에 빠진 전 주방장을 교체하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장대리의 의견에 따랐을 경우 우리 지점 직원 모두는 얼마 동안 더 즐겁지 못하고 불만이 가득한 점심 식사 시간을 보냈을지 아무도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신 주방장은 음심 솜씨에 자신이 있음에도 이를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았다. ‘낭중치추였다. 뛰어난 음식솜씨를 갖춘 신 주방장은 음심 솜씨에 자신이 있음에도 그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 지점 직원 모두에게 그 내공이 저절로 드러났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신 주방장의 음식 속씨를 맛볼 기회가 오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으로 가득했던 직전 주방장이 그 이후 좋은 일자리를 찾았다는 소문을 나는 이제껏 듣지 못했다. 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자신감과 자만심(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