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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Jan 08. 2023

교수의 시험문제 출제권한(1편)


"시험을 보이콧한 학생은 물론 이미  시험을 치렀더라도 다시 응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네. 모두가 불이익이 없도록 말이지... “     

대학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시즌이었다. 학내 시위로 중간고사를 거부한 학생과 이미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 사이에 서먹한 기운이 감돌았다. 학생장, 그리고 절친 성주와 나 이렇게 셋이서 우리는 @@의료원 뒤편 나무 벤치에서 두 교수와 머리를 맞대었다. 학내 시위를 빠른 시일 내에 접고 정상적인 학사 일정 복귀에 협조하도록 다른 학생들을 설득해달라고 우리에게 간곡한 부탁을 했다.    


"아니 학내 문제가 이슈인 시위인데 무슨 폐교  조치 운운하십니까?"

"아니지, 살인마는 물러가라는 구호가 등장했다고 했어"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었다. 시국 시위를 이유로 폐교도 불사하겠다고 겁박하던 교육 당국이었다.     

공대와 산업대 두 개 단과대를 지방캠퍼스로 이전하기로 한 모교 측의 방침에 결사 반대하는 시위가 이젠 이전 예정인 단과대를 넘어 캠퍼스 전체로 산불 번지듯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 너희들 오늘도 두 과목 시험을 모두 치렀다며?"

중간고사 보이콧을 두고 찬 반 양론으로 나뉜 동기와 복학생 선배 예닐곱이 선술집  대명사가 되어버린 '교차로'에 모였다.     

"그래 성준이 말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나는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거든, 그래서 나는 끝까지 시험을 치를 거야."

시험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기 성준이와 달리 복학생 진우 선배는 절실한 자신의 주장을 완곡하게 입 밖에 냈다.     

결국 이미 학교 측이 처음 계획했던 일정대로 중간고사는 마무리되었다. 또한 학교 측이 우리에게 약속한 대로 모든 학생들에게 재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번에 어떤 문제가 나왔었지?"

"예 교수님, 독일 행정절차법상 행정 행위의 개념과 징표입니다."

"그랬나, 그럼 이번에도 그 문제 다시 적어."               

다시 시험장에 들어선 모든 학생들은 갑자기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똑 같이 경험했다. 지난번 기출문제는 아예 예상 문제에서 져쳐놓고 시험준비를 해온 복학생 선배들 사이에선 비명과 신음 소리가 서로 교차했다. 

    

역사 이래 크고 작은 전투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한 번 포탄이 떨어진 곳에는 다시 포탄을 또 퍼붓는 일이 없는 것이 병가지상사다.   재시험에서 처음 출제되었던 문제가 또다시 등장하리라고  그 어느 누구도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교수가 같은 문제를 다시 출제한 데는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문제가 그토록 중요한 테마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제대로 알아야 다른 테마로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교수는 확신을 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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