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오랜 세월 동안 원금회복이 쉽지 않은 종목 투자에 나선 이들이 흔히 내세우는 변명이었다. 하지만 이에는 커다란 오류가 있는 것이다. 포스코를 장기간 보유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을 따져볼 일이었다. 15년을 기다려 투자 원금을 회복했다 한들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이어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재투자 수익을 제외하고 연 3%로 거칠게 가정하더라도 45%의 수익이 날아가버린 결과가 되는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인내심을 갖고 보유하여 천신만고 끝에 원금 회복에 성공했다 한들 이는 결코 ‘잘된 투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송 점장님, 우리 예전에 포스코에 몰빵 투자했다 망한 기억이 있잖아요?”
나와 약 20여 년간 거래를 했던 장기고객 신 사모님의 최근 일갈이었다. 이 사모님은 자신이 보유 중이던 포스코를 과감하게 손절매한 후 다른 종목이나 펀드로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포스코 한 종목만 장기보유한 다른 고객 대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투자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Strong buy, 강력 매수 목표가 28만 원을 제시한다”
우리 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목표 주가를 이제 5번째 상향 중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위주 영업을 영위하는 삼성그룹 계열사임은 누구나 쉽게 알고 있었다. 재벌 계열 우량주로 보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나도 이 종목을 내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고객 계좌에 15~20백만 원 규모로 편입한 지 오래였다.
이 종목의 흐름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작품에 딱 들어맞았다. 최고가로 25만 원 내외를 찍은 후 하염없이 흘러내려 10,000원 대도 붕괴된 적이 있었다. 내가 고객 계좌에 편입한 이 종목의 수익률은 무려 마이너스 95~98%란 엽기적인 기록을 세웠다. 동종 업계 국내 경쟁기업과 해외에서 벌인 대형 공사 수주 경쟁이 불러온 참사가 가장 큰 주가 폭락의 주원인이었다.
내 장기 고객은 자신의 딸이 최근 이 회사에 취업을 했다며 내게 자랑을 늘어놓던 것이 불과 3년여 전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위상에 최근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회사의 누적 적자 시현으로 전 직원을 6개월 단위 무급휴가 사용을 강제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내 고객 계좌마다 이 삼성엔지니어링에 물타기를 일컫는 추가 매수 유혹에 끝까지 빠지지 않았다. 애초 내가 이 종목의 투자에 나선 것은 잘못된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추가 매수를 감행하지 않는 것은 그나마 칭찬을 받을 일이었다. 반면에 일정 수준에서 ‘음참마속’의 심정으로 손절매로 정리하지 못한 것은 뼈저린 실패로 내 투자 이력에 고스란히 남았다.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찍은 2021. 6. 25일 3,316포인트임에도 삼성엔지니어링은 25,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격화소양’이란 말이 있다. 신발 신고 발바닥 긁기로 생각될 수도 있었다. 이게 싫어 사람들은 펀드 대신 개별 종목 투자에 나선다. 하지만 종목투자 대신 비체계적 위험이 없는 인덱스펀드를 분할매수 방식으로 투자했더라면 이 포스코나 삼성엔지니어링이란 개별 종목 투자에 따른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 점 종목투자에 나서는 모든 이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십만 전자를 외치던 시절도 있었다. 한때 삼만전자라 빈정거리기도 했다. 천하의 1등주라 일컫는 삼성전자도 이 비체계적 위험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우량 대형주라고 해서 매번 주가지수와 동행하는 것은 아니다. 비체계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수하락에도 특정 종목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내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