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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Feb 20. 2023

디지털 시대, 길치(기계치)가 살아남는 방법(2편 완)

                 

길치는 물론 눈썰미가 좋다고 자랑하는 이들도 내비게이션이 출현한 후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러다 보니 문명 이기의 도움이 없이 자기 스스로 길을 기억하고 찾아내는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스마튼 폰의 저장 기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해 둔 상대의 연락처 숫자는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당 서정주 선생은 말년에 기억력이 약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오대양 육대주에 널려 있는 세계 명산 이름을 높은 것에서 낮은 것으로 그다음엔 그 역순으로 암송하기를 즐겼다. 디지털 시대에 모바일 기기의 전적인 도움이나 자동화, 전산화의 혜택에만 기댈 일이 아닌 것이다. 일상생활의 일정한 영역에선 디지털 방식은 물론 아날로그의 그것을 병행해야 기억력 감퇴를 줄이거나 두뇌의 노쇄를 늧추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길치가 없어지는 날을 꿈꾼다.

전산 오류의 날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내가 현역 시절이었다. 전산이 주특기인 입사동기의 조직도 프로필에 올라 있던 문구였다.   

  

내비게이션의 출현과 도움이 이 길치들에게 일정한 범위에선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 문명의 이기에만 의지하면 이 길치들 눈썰미나 지리 탐색 능력 신장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길치들이 전적으로 기기에 의존하다 보면

그나마 자신이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역량이 줄어들거나 퇴화될 수 있는 것이다. 길치 무리

에서 벗어나려는 아날로그 방식의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길치에겐 스스로 이에서 벗어나려는 치열하고 부단한 노력이 반

드시 필요하다.     

 

버스 전철 도보 등 이른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일행을 따라나선 사람들 이야기다.  낮 시간대가 아닌 야간에 안내자를 그저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좇는 경우가 있다. 그 이후 다음 기회에 이 행선지를  혼자 힘으로 다시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반면 주의 깊게 살피며 안내자 뒤를 이을 경우엔 그나마 혼자서 그곳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차량을 운행할 때는 물론 도보로 이동할 때도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문명의 이기 도움을 받되 길치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본인들의 부단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가 아무리 진전된다 해도 아나롤그 영역은 여전히 남는 것이다. 핸드폰의 출현을 기대하지 못할 몇 십 년 전 시절이었다. 국민 코미디언이라 불리던 사람은 길을 가다 자신의 절친에게 본인 집 전화번호를 물었다는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육감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일대일 전담 교사를 동원하더라도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 효과는 별로 기대할 수 없다. 스스로 노력하고 극복해야 하는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세상 많은 길치들 분발을 촉구한다. 무릇 모든 세상사가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혀 노력을 하지 않고 그저 두 손 놓고 문명 이기의 도움만을  받는다면 길치의 그룹에서 탈출은 요원해 보인다.  

    

대형 화재, 홍수, 대지진, 해일 등 문명의 이기나 디지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선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해야 하는 범위가 훨씬 늘어난다. 업무의 전산화가 아무리 진전된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을 짜는 이들은 그 기본로직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전산이 마비된 경우 이를 수작업으로 대처할 수 있고 이를 설명하고 나아가 다른 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남보다 더 뛰어난 눈썰미를 타고난 이와 달리 세상 모든 길치들은 문명의 이기를 잘 다루는 것을 익혀야 함은 물론 기본 로직에 해당하는 아날로그 부분에도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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