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소신 영업

종합자산관리의 노하우

by 그루터기

“부장님, 제가 지난번에 가입했던 상품은 요즘 말이 많은 사모펀드가 아닌가요? 혹시 원금을 전부 날리면 어떡해요?”

“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직 만기가 많이 남아 있고 원유 가격이 일정한 수준까지 회복되면 투자 원금은 물론 일정한 수익까지 받을 수 있어요.”

2020년 1월 20일경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감염증 첫 확진자가 나왔다. 실물경제 상황이 가장 예민하고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제국의 글로벌 주식시장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이른바 롤러코스트 장이 지속되었다. 이에 투자자들은 현기증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종합자산관리라는 일이 평생의 과업이 된 나의 주요 포트폴리오는 ‘파생결합증권’이었다. 이러다 보니 최근 코로나19 정국에 다른 직원 대비 고객의 상담이 부쩍 늘어났다. 대부분이 원금 손실 우려 때문이었다.


나의 고교동기 절친도 이 파생결합증권의 신봉자가 된 지 이미 오래였다. 친구는 상당한 재력가이다. 다른 증권회사에서 개별종목 투자로 수익률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포트폴리오 대비 누적수익률을 따져 볼 때 이 파생결합증권의 상품성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증이 발발하기 전 이 절친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 상품을 홍보하여 나는 그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였다. 작금의 내 ‘ELS 클럽’에 새로이 들어온 고객은 물론 10여 년 전부터 이미 자리를 잡은 단골 고객들도 코로나19 감염증에 따른 글로벌 주식 시장의 폭락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떨었다.


“최종 만기인 3년을 기다려서 원금만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예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폭락 장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원금 대비 큰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닌가요?”

“지금이라도 중도 환매를 하여 이를 만회할 다른 대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등 매일 고객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사모님, 저는 과거 IMF 금융위기, 대우채권 사태, 신용카드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메가톤급 금융위기를 모두 겪었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과거보다 주식시장의 사이클은 짧아졌습니다. 시장은 장차 반등이 나올 겁니다. 게다가 아직도 상품의 최종 만기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기다려보시죠.”

나는 이런 식으로 고객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김 부장이란 사람은 도대체 눈치가 있는 거야? 이렇게 시장이 폭락했는데 매주 새로운 상품을 안내하고 추가로 가입을 권유하고 있으니 말이야?”

절친이 최근 새로이 소개한 주위의 고객들로부터 나는 이런 식의 꾸중과 핀잔을 여러 번 받았다.

세월이 좀 흐른 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드디어 역사적인 바닥을 찍고 가파른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이 반등함에 따라 내가 고객들에게 권유한 상품들이 속속 조기상환이 되었다. 고객들의 불만은 잦아들었고 관리자인 나에 대한 신뢰는 더욱 굳건해졌다. ELS 투자 원금에 더하여 약속한 수익을 모두 회수했다.

“야! 김 부장, 대박이다. ‘ELS 클럽’ 만세다. 내가 소개한 이, 노 사장 등 모두들 너무 좋아하신다. 역시 대단한 김 부장이다.”

절친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코로나19 감염증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나온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내가 최근 1년 전후에 권유했던 상품이 모두 조기상환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고객의 자산 배분을 주요 임무로 하는 종합자산관리에서 따로 정해진 왕도는 없다. 금융상품이든 종목 투자이든 어느 포트폴리오가 항상 최고선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경제 관련 기본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파생결합증권 중 상품을 선택하는 혜안을 겸비하여 냉철하게 자산을 배분하면 된다.

소정의 수익을 꾸준히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월등하게 높아진다. 이에 나는 ELS 종교의 교주라는 별칭을 얻은 지도 오래다.

나는 작년 말에 어느덧 금융기관 직장생활을 정년으로 마감했다.


“사모님, 제가 자금 관리자가 된 이후 퇴직하는 이 날까지 누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고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3배 정도 수익을 꾸준히 내드렸지요?

“증권회사 직원인 제가 이제껏 주식의 종목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 것이 특이하지 않나요?”

내가 지금도 ELS 클럽 회원들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코로나19 정국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커다란 위기가 닥쳤다. 자타가 공인하는 종합자산관리자인 나는 이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냉정한 자세로 그동안의 쌓인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여 소신 있는 포트폴리오를 권유했고 결국은 고객에게 커다란 수익을 안겨준 자랑스러운 금융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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