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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pr 11. 2023

알러지성비염과 집중단속기간(2편 완)

                      

사실은 제가 알러지성 비염이 심한 편이라서 자주 침을 뱉을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그럼 평소 화장지를 가지고 다니며 해결을 해야지요?”
 차석은 동문서답을 이어갔다. 전과자가 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느냐는 물음에 엉뚱한 대답만 메아리처럼 되돌아왔다. 잠시 전 파출소에서 일어났던 상황이 다시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경범죄 위반 행위에 관한 단속은 평소엔 아예 손을 대지 않았다. 일정한 기간을 한정해서 집중단속에 나서는 것이 대세였다. 기간을 정해놓고 일망타진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국가 세수가 부족하면 집중단속을 벌여 그 부족분을 메꾸기도 한다는 소문도 돌던 시절이었다. 단속 실적은 상부에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데다 사건별 일련번호가 부여되기 때문에 취소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준수 씨, 무어 비 맞은 중처럼 아침부터 구시렁대는 거야?”

업무 개시 후 얼마되지 않아 과장이 내게 물었다. 이어 나는 동료로부터 놀림도 당하고 핀잔까지 받았다.     

“침 뱉는 행위로 결렸다며? 그것 얼마 되지 않는데 범칙금만 내고 말면 해결되는 것, 아니야?”

한치 건너 두치였다. 자신들은 이제껏 송충이가 되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런 일을 당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차마 내 형편을 입밖에 낼 수가 없었다. 벙어리 냉가슴을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선생님, 혹시 동종 전과가 있나요?”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난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관과 마주 앉았다.

, 침 뱉는 행위로 경범죄 처벌법을 위반하여 범칙금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에이,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기록에도 없을 겁니다.”     

나는 침 뱉는 사건 이후 다시 솔잎을 먹을 수 있는 송충이로 돌아가는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항상 찜찜함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늘 개운치 않았다.


병역을 필하거나 면제된 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내가 우리 회사 입사 시험에 응시를 위해 필요했던 자격 요건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이번에 영업 실적을 많이 올린 직원들 대상으로 해외 연수를 대대적으로 보내 줄 예정이었어. 그런데 그 예비군이나 민방위 훈련을 빼어먹은 직원들은 이미 전과자가 되어 있었지. 아주 개망산을 당했지 무어야. 그래서 아마 그 직원들은 이번 해외여행이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어.”

같은 지점에서 근무한 연인이 있는 책임자로부터 최근 전해 들은 웃지 못할 사연이었다.      


인명 피해를 동반하지 않는 교통사범엔 형벌이 아닌 과태료란 행정벌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대세였다. 또한 중앙선 침범 등 몇 가지 예외 말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하면 아예 공소권이 없어지는 것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골자로 볼 수 있었다.

 

침 뱉는 행위’, ‘쓰레기 버리는 행위등 경미한 기초 생활질서 위반 행위에 관해 행정벌이 아닌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것도 평소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일정 기간을 정해 실적 올리기 경쟁을 벌이듯 일망타진 방식의 단속 역시 마찬가지.  교통사고 위반행위는 대부분 과실범인데 반해 이 경범죄 위반행위는 고의범이라 그렇게 구분하여 행정벌과 형벌로 각각 다루는 것이 혹시 아닌지 하는 생각에도 미쳤다. 

   

경미한 생활사범 위반자를 모두 예외 없이 형벌로 다스려 전과자를 양산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예비군 민방위 훈련을 건너뛰는 바람에 향군법 민방위법 위반에 해당되어 전과자가 속출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범죄경력조회 결과 민방위법 위반자로 판명되어 개망신을 당하고 해외여행길이 막혀버렸으니...”

선배 책임자의 전언이 아직도 귀에 쟁쟁했다.  

    

나는 알러지성비염으로부터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랑스럽게 추가로 '별'을 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내 주위에 순찰 경관이 배회하고 있는지를 두루 살피고 조심 조심하여 침을 뱉으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집중단속 기간에 엮이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노상방뇨 금지는 기본이었다. 대로변은 물론 비포장 이면 도로에 널린 작은 돌멩이도 무심코 발끝으로 차낼 일이 아니었다. 국가고시 3차 면접이나 신원조회에 이런 것이 만일 불거질 경우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일이 되지 않을까 우리 수험생들은 항상 긴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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