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과 금실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병동 1325호실
60대 중반 남성 환자
병세가 심상치 않다
가래와 기침조차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
악성 판정을 받은 후
아내는 간호에
더욱 정성을 쏟는다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은
별 거리낌이 없다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토굴에 들어 살든 무슨 문제가 있겠어
네 아버지와 같이라면
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건
이미 세상에 널린 이야기가 아닌가
내리사랑 못지않는
보기 드문 금실
코끝이 찡해졌고
목구멍 너머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치밀어 올랐다
병실마저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