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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May 16. 2023

부드러운 카리스마 국어선생님(3편 완)

여러분, 황홀(恍惚)이라는 한자를 지금 여기서 써보세요.”

자주 헷갈리거나 각종 시험에 출제 빈도가 높은 한자어 익히기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수업 시간 중간중간 즉시 적어보도록 했다. 이러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선생님만의 작은 노하우였다.


준수야, 그 문제 어떻게 맞혔어?”

그야 백 선생님이 워낙 잘 가르치잖아. 평소 수업만 제대로 들었으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번 월말고사는 서울 소재 메이저 대입 전문 학원 문제를 그대로 가져다 치렀다. ‘한국의 자연이란 교과서 단원 중 일부를 지문으로 제시했다. ‘자연스럽다는 말에 가장 가까운 순우리말을 예문에서 골라 적으라는 문항도 끼어 있었다. 정답은 부드럽다였다. 이를 정확하게 맞춘 나를 바라보며 내 짝꿍은 입을 쩍 벌렸다.     


글 전체 주제가 무엇인지 찾아낸 다음 이른바 주제문(topic sentence)’,‘핵심어(key word)’등을 골라내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정답을 쉽게 적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이 자랑하는 평소 도해식 수업 덕분이었음은 물론이었다. 주제 문장, 핵심어를 스스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노하우를 평소 부지런히 연마시켰으니 가능했다.  


, 이놈들아! 너희들 현주소가 도대체 어디야?”

예 저는 충북 @@인데요... 고향에 주민등록은 그대로 두었는데요
글뿐만이 아니라 말도 상징, 은유(메타포)가 핵심이란 중요한 꼭지도 백 선생님은 우리에게 빠뜨리지 않고 적절하게 예를 들어가며 가르쳐 주었다.    


본고사 세 과목 중 어떤 것이 제일 자신 있어?”

당연히 국어 과목입니다.”

대학 입학을 위한 예비고사 성적을 챙겨 들고 본고사를 하루 앞둔 예비소집일이었다. 고교 후배들을 응원 나온 선배가 내게 불쑥 물어왔다.

그래, 맞아 우리 모교 백 선생님 실력, 관록, 열정 등은 손에 꼽힐 정도이지. 우리 동문 모두는 국어가 강할 수밖에 없어.”      

내 고교 동기는 물론 선 후배 많은 동문들은 백 선생님의 실력, 관록, 열정을 모두 의심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처럼 기업체 입사 시험에서 전공 구분이 없이 선발했다면 나는 어쩌면 대학 전공으로 국문과를 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의 학창 시절과 국가고시 수험생 시절을 지나 나는 금융기관 근무를 정년으로 마감했다. 그 뒤 약 1년 반의 귀촌 생활을 이어갔다. 직장생활 마무리하기 얼마 전 고교 절친의 도움으로 나는 우리 영원한 국어 선생님과 연결에 성공했다.  귀촌 생활 중 백 선생님은 사모님과 동반하여 내 고향 보금자리를 직접 찾아 나섰다. 선생님은 결코 적지 않은 연세에도 직접 승용차의 핸들을 잡고 우리나라 이름난 곳마다 여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선생님이 직접 마련한 소통의 장인 밴드에 하루도 쉬지 않고 좋은 글을 올리는 등 항상 부지런했다. 우리 모교 동문이자 당신의 제자들과 폭 넓은 소통을 실시간으로 이어가고 있다.      

건강관리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우리 모교 동문이 원장인 병원 한의원 단골이 된 지도 이미 오래였다.

선생님, 세월이 흐를수록 저를 찾을 기회가 점차 늘어날 겁니다.”

란 제자의 의미 있는 언급도 밴드에서 볼 수 있었다. 갈수록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란 사실을 이른 것이었다.


선생님,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상경하여 인생 2 모작에 돌입했습니다.”

그래 시골집은 어찌하고?”

형제들이 교대로 휴양소처럼 이용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늘 건강 이어가세요.”

나는 오늘도 방금 전 내 롤모델이자 존경하는 국어 백 선생님과 통화를 마쳤다.    


선생님은 모든 여정에 사모님과 늘 동행했다. 남다른 금실을 자랑했다. 게다가 태블릿 PC를 항상 지참하여 여행 일정 중 놓치기 아까운 풍경 등을 담아 밴드에 부지런히 올렸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경우엔 탸슈라는 공용자전거 무인 대여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하루에 일만 보 이상 걷기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친구 친지 등 각종 모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여러 집단 구성원 간의 소통도 아주 원만했다.  


수시로 도서관에 들러 일간 신문은 물론 단행본을 찾아 구독하니 최근 트렌드에 뒤쳐질 리가 없다. 실내에 갇혀 있기보다는 늘 부지런한 외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항상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시도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니 우리 모교가 자랑하는 영원한 현역 현대문 선생님이라 불러도 절대 손색이 없었다.     


나의 영원한 고교 은사 백 선생님이 만약 고교 3년 당시 내 담임이 되었다면 나는 어쩌면 진로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제나 우리 제자들에게 둘도 없는 조언자, 응원자, 더 나아가 정신적 지주로 우리 곁을 오래도록 지킬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에게 졸고(拙稿)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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