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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May 29. 2023

연고 자금과 정도영업(2편 완)

                        

최점장, 도대체 몇 개가 필요한데? 다행히 이번엔 여유자금 반납이 내년 초로 미루어졌어. 내가 몽땅 자네한테 밀어 볼게. 200개 정도면 될까? 아니면 더?”     


고교동기 송 부장이 좋은 소식을 전했다. 아주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이번 캠페인에서 우리 지점이 최하위 성적에 랭크될 우려는 한 방에 날아갔다. 이 정도면 이젠 포상권 진입도 기대해 볼만했다.      


! 최점장, 친구가 좋다는 것이 무엇이야? 별거 있어, 이런 때 도와주어야지. 그래 300개 찍어줄게. 좋은 결과 있길 바라네.”

한마디로 송 부장은 내게 올인을 해주었다.    

 

박대리, 그곳은 연말 단기 자금 들어올 것이 얼마나 되나요?”

 , 점장님이 @@@억 끌어오기로 했어요.”     

같은 평가그룹 중 이번 캠페인에서 우리와 포상권의 진입을 두고 백중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 소재 송도지점 여직원과 방금 통화를 마쳤다. ‘지피지기

면 백전백승이라 했다던가. 나는 내 패는 보이지 않으면서 먼저 상대 점포의 상황 파악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내 고교 동기 송 부장 약속이 지켜만 진다면 우리 지점은 부산 송도지점을 제치고 단숨에 그룹 1위를 넘볼 수도 있었다. 나는 혼자서만 머릿속으로 이런 구상을 했고 부하 직원들에겐 이를 일절 입밖에 내지 않기로 작정을 했다. 굳게 보안을 지킬 심사였다. 송 부장은 결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존 예치금의 회수는 당연히 다음으로 미루었고 추가 신규자금으로 300개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평가 마지막 기준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지점장님, 저도 방금 송도 지점 박대리와 통화를 했습니다. 자신들의 카드를 들켰다고 야단 났습니다.”

우리 지점 노차장은 내게 싫지 않은 상황보고를 했다.      


모사재인(謨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었다. 나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다. @@공사 여유자금 반납이 내년으로 미루어지는 행운이 따랐다. 정말 예기치 않은 복덩어리가 덩굴째 굴러들어 온 것이었다. 야구로 말하자면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투아웃 투스라이크 쓰리 볼 풀 카운트에서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려낸 셈이었다.  

    

“@@점포는 지난해 말 수탁고 증대 캠페인에서 정도 영업에서 벗어난 일을 저질렀습니다. 일시 거액자금을 지점장 연고 거래처에서 유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비 정상적인 영업행태는 향후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항시 가동 중인 정보 안테나에 잡혔다. 우리 회사 CEO는 최근 모 지역본부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장 훈시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우리 지점 사례를 끄집어낸 것이었다. 즉 지점장인 내가 연고 거래처를 동원하여 정도 영업이 아닌 변칙영업을 한 것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것이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나는 이런 사장의 부정적인 평가에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었다. 즉 내가 다른 점포의 실적을 가로챈 것도 아니었고 특정 범죄단체 비자금을 유치한 것은 더구나 아니었다. 다른 점포장이나 특정 임원 도움을 받아 자금을 유치하지 않았음에도 내 연고자금 유치 행태가 정상 영업이 아니라고 비하하는 평가를 했다.      


문서에 정해진 애초 포상금액은 주관부서장 등이 감액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휘둘려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관해서는 개운치는 않았으나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도영업이 아닌 변칙 영업이라고 지적하는 대목에선 나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우리 지점은 그룹 1위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액이 처음 정해진 기준에서 1/3로 무자비하게 깎이는 불이익은 감수했다.    

 

나는 이번 캠페인 근거 문서에 올라 있는 어떠한 기준도 어긴 것이 전혀 없었다. 포상 기준을 정할 때마다 주관 부서장이나 담당 임원의 판단으로 포상을 실시하지 않거나 포상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는 아름답지 못한 독소조항은 늘 따라다녔다. 막판에 극적으로 연고자금 추가유치에 성공하여 그룹 1위를 차지한 이 작은 드라마의 주인공은 점포장인 나였다. 그 이후 나는 회사 CEO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계속해서 받지 못하였다.  이번 일이 크게 작용하였으리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 이후 우리 회사 사장은 내가 유치한 자금이 왜 어떤 점에서 정도영업 결과가 아니었는지에 관해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다. 이런 논란을 없애려면 수탁고증대캠페인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였다.  시쳇말로 계급이 깡패라는 이야기는 군대 조직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고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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