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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04. 2023

아빠, 해피?

                           

큰 아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사이판으로 해외 가족 여행길에 올랐다. 에머럴드 빛을 자랑하는 태평양 연안의 바닷물 위에 아담한 가족 전용 관광선을 띄웠다. 무지갯빛 거대한 파라솔에 든든한 로프를 매달았다. 선상에 고정한 기계장치에 로프를 연결하고 로울러를 작동하여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하늘로 올린 로프 중간마다 관광객을 위한 임시 의자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미리 준비한 보다 굵기가 가는 별도의 밧줄로 관광객의 온몸을 꽁꽁 동여맸다. 안전확보가 최우선이었음은 물론이었다. 우리 네 가족 중 나와 큰 아들이 먼저 탑승자로 나섰다. 유람선은 계속 해상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큰 아들과 나는 적정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이 선상 기술자는 관광객을 매단 로프를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했다.로프의  길이를 줄이면 탑승객은  위치가 낮아져 때론  바닷물 표면을 뚫고 하체의 일부가 바닷물에 잠기었다 다시 공중으로 오르기를 반복했다. 이를 조절하는데 능수능란한 기술을 자랑했다. 짜릿짜릿한 스릴을 즐기는 것이 이 코스의 핵심이었다.    

 

아빠, 해피!?”

오우, 아이엠 해피.”

이 현지 가이드는 기본적인 우리말을 익히고 있었다. 가이드가 네게 행복하냐고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지 가이드의 간단한 질문에 나는 기꺼이 화답을 했던 터였다.      


그러던 중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잠시 후 나와 큰 아들은 선상 위로 내려졌다. 그런 후 아래 좌석 자리를 차지했던 나만 로프를 풀고 좌석에서 내려 대기하도록 안내했다. 큰 아들은 다시 공중으로 높이 올려 이 놀이를 계속 이어갔다.   

   

잠시 후 나는 사연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둘 체중의 합이 이 놀이를 이어가는데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둘 모두를 공중으로 올리기가 여의치 않았던 것이었다. 가이드가 방금 전에 내게 던진 질문 중 해피‘헤의 잘못이었던 것이 이제야 밝혀졌다.  체구가 그리 크지 않은 자그마한 아기 돌고래가 잠시 물속에 잠겼다 물살을 가르고 물보라를 헤치며 오르내리락 거리는 장면에 아주 딱 맞았다. 스릴만점의 관광 코스였다.  

    

몸무게의 합이 ‘헤비’ 하기도 했지만 우리 부자 둘은 해피한 하루가 되었다. 이 놀이를 더 오래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날 사이판 바다 위 선상에서 ‘헤해피로 내게 잘못 들린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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