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터기 Nov 28. 2023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바랄까?(1편)

                         

사장님, 사업이 많이 번창하셨네요?”

아니 최부장님도 그러네요. 아이고 가족이 둘이나 늘었네요. 보기 좋으십니다.”

이렇게 부모님도 모시고 두 아들과 함께 다시 찾아주시니 그저 반갑습니다.”     

신혼여행 당시 우리 가이드 역할을 훌륭하게 해 준 분은 이제 승승장구하여 어엿한 여행사를 꾸려가고 있었다. 신사장의 안내에 따라 여행사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관광전용 스타렉스 승합차에 오르던 순간이었다. 나는 신사장과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여기 고향에서도 농번기를 피해 봄가을마다 벚꽃놀이나 단풍관광을 다니는데 우린 한 번도 따라가 본 적이 없어.”     


오로지 벼와 인삼 농사 등에 전념하다 보니 그 흔한 여행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부모님이었다. 아버지는 동갑계 여행에 동참한 적이 있지만 이제껏 제주도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지나는 말로 가끔 우리에게 일렀다. 그래서 우리는 한일공동 월드컵이 예정된 한 해 전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부모님을 모신 제주도 가족 여행 설계를 야심 차게 마쳤다.  

    

직장동료를 통해서 얻은 항공권이 위력을 발휘하던 순간이었다. 비행기 전면 양 날개 조종석 인근을 우리 일행이 통으로 전세를 낸 기분이었다. 작은 아들은 비행기 실내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 다니곤 했다. 국내 항공기 노선 모두가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었다. 문을 연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거대한 국제 규모의 인천공항을 오가는 노선을 이용하는 운 좋은 기회를 얻었다. 지금처럼 공항을 오가는 공항 전용 버스나 택시가 흔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의 애마인 하얀색 중고 아반떼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잠수함을 본뜬 수중 탐사선에 우리 일행은 올랐다. 탑승료는 좀 부담스러웠지만 이런 기회는 자주 올 것 같지 않았다. 제법 깊은 수심까지 내려앉아 컬러풀하고 생생하게 노니는 엄청난 종류의 물고기와 수초 등을 마음껏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다.  

    

여행 둘째 날 갑자기 물을 바꾸어 드신 탓인지 어머니는 배탈로 고생을 했다. 숙소에서 머물면서 회복하기를 기대했다. 우리 네 가족과 아버지 이렇게 5명이 나머지 일정을 계속 이어 기기로 했다. 전복죽이라도 숙소에 부탁해서 챙기드리지 못한 것이 나중에서야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니, 할아버지가 손자하고 순서를 두고 타투고 있네.”     

도깨비도로에서 알루미늄 캔을 굴려보기로 큰 아들과 아버지가 같이 나섰는데 서로 먼

제 해보겠다고 뛰어가는 모양새를 두고 집사람은 일갈을 했다. 착시 현상 때문에 깡통이 오히려 해발고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쪽으로 굴러가는 모습을 연출하는 곳이었다. 그 이후엔 할아버지와 손자는 두 손을 꼭 잡고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는 모습이 내 눈에 띄었다. 부모와 자식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들어설 때마다 아버지는 가격대가 보다 저렴한 메뉴를 늘 골랐다. 자식에게 보다 큰 부담을 주기 싫었기 때문임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제주도의 여러 토속 메뉴가 있었으나 나는 갈치구이와 고등어조림에 아주 홀딱 빠져버렸다.      


우린 귀갓길에 선물을 챙겨야 했다.

선물을 주면 그 보다 훨씬 큰 것으로 돌려주니, 참 부담스럽네
 우리 이웃 3.5촌으로 먼 친척보다 가깝게 지내는 백합미장원 아주머니에 관한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부담을 갖지 않을 정도인 옥돔 미니선물세트를 우리는 여행용 캐리어에 담았다.  

    

아빠, 분명히 이쪽은 아니었어요.”

귀갓길에 내 애마를 세운 곳을 찾아내는데 무려 1시간 반여나 걸렸다. 결국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펼쳐드린 돗자리 신세를 지면서 길고 지루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에구, 벌써 초등 1학년인 아들에게 기억력이 밀리다니...”

결국은 큰 아들이 내 애마를 먼저 찾아냈다. 이를 두고 집사람은 내게 지청구를 했다.  

   

내 중고차는 스마트키가 장착되지 않은 구형 모델이었기 때문에 세운 장소를 찾아내는데 더욱 애를 먹었다. 정확한 주차 위치를 찾아내는데 아주 진땀을 흘렸다. 본디 기계치에다 길치임을 내가 다시 보여준 부끄러운 기회였다.

작가의 이전글 조직원 계급장은 언제까지 통할까(3편 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