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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28. 2023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바랄까? (2편 완)

나는 제주도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죽게 생겼어.”

여행을 마친 후 나는 우리 보금자리에서 고향까지 부모님을 모셔다 드렸다. 멀지 않은 곳에 중풍으로 누워 계신 친구 모친이 우리 어머니에게 한마디 건넸다. 당신의 둘째 아들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는 어머니의 자식 자랑에 친구 어머니는 그저 안쓰러운 넋두리로 응대했다. 이래서 나는 그나마 그간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던 제주도여행에 관한 부모님의 작은 한을 풀어드리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이듬해 3월 하순 아버지는 타계하셨다. 황사가 극성을 부리던 환절기에 선산을 들러 보시던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그리 많지 않은 연세에 유명을 달리하셨다. 어머니가 우리 둘째 아들을 돌보느라 인천에 계시던 중 혼자 그 멀고도 험한 길을 고독하고 쓸쓸하게 나선 것이었다. 난 이래서 불효자 중 불효자가 되었다.

     

그 후 약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작은 아들 대학 진학이 확정된 후 우리 가족 넷이서 다시 한번 제주도를 찾았다. 이번엔 현지에서 렌터카를 활용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스케줄을 잡고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어이, 두 아들, 너희들 나중에 밥벌이를 하게 되면 오늘처럼 아빠 엄마와 동행하는 여행 기회 만들어 줄 수 있겠어?”

아이, 물론이지요.”

일단 큰 아들의 자신에 찬 대답은 들을 수 있었다.    

  

엊그제의 일이었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선배와 오찬을 마치고 인근 커피숍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커피숍의 넓은 창밖으로 훤히 내다 보이는 공간에서 젊은 엄마가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어여쁜 딸아이를 챙기고 있었다. 아이의 재롱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저렇게 애지중지 키워보았자 다 소용이 없더라고요.”
 이런 나의 넋두리에 선배는 전혀 예기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제껏 이런 시점에서 전혀 처음 듣는 독특한 내용의 이야기였다.      


자식들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이미 자신의 부모에 대해 효도를 충분히 다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 기쁨 즐거움 보람을 느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 외 더 무엇을 바랄 것이 있느냐? 자식에게 봉양을 바라거나 자식 덕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로 나는 생각한다.”   

  

순간 나는 뒤통수를 갑자기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런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이도 있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선배의 말을 곱씹어 볼수록 수긍이 고 매우 전향적인 사고방식이며 정말 훌륭한 자세라는 것에 나도 뜻을 같이 했다. 종래 내 사고의 프레임을 뜯어고칠 필요를 느꼈다.   

    

자식이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지. 그런데 이렇게 잘 풀렸으니 얼마나 좋을까?”     

내 작은 아들이 본인이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이 결정되었을 때였다. 대학 동기 절친이 내게 제일 먼저 건넨 덕담 한 마디였다. 나는 대학 절친과 방금 전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가 일맥 상통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이제 우리 세대는 예전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의 자식들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였다. 은퇴 후 자식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적인 도움이나 다른 많은 부담이나 책임을 떠넘기고 의지하는 시대는 이제 옛날 일이 된 것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이제껏 이런 선배처럼 참신한 생각을 가진 이를 주위에서 찾아본 적이 없었다.      


자식은 그저 키우는 재미지, 그 이상 뭐가 있겠어?”

내가 고교시절 어머니와 인삼 밭일을 같이 나선 이웃집 아주머니의 한마디가 새삼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 관해 거창한 용어나 심오한 이론은 필요치 않았다. 소박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분석이었다.  우리 아들 부부가 동반 여행을 가자고 연락을 해올 가능성은 아직까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나도 이제부터 선배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그룹의 일원이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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