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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30. 2023

취업 오디션은 언제나 없어질까(1편)

-- @@투자신탁 입사기와 지금--

                     

                   

“@@대학교 나오셨지요?. 서류 전형에 합격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나는 법대 선배들의 목 모임인 게김즈의 멤버는 아니었다. 게김즈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학부 시절에 이어 군 입대를 뒤로 미루고 대학원까지 진학을 하여 수험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모임이었다. 대학원까지 '게긴다'는 뜻에서 이름을 따왔다. 사법시험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고 결코 만만치 않은 시험이다 보니 학부시절에 최종합격을 이루기란 결코 쉽지 않은 형편이었다.  이에 합법적으로 군 입대를 미루면서 수험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방법이 대학원 진학이었다. 게김즈 멤버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미 석사과정 2년에 더하여 추가 군입대 연기 1년 등 내게 허용된 짧지 않은 세월을 모두 다 소진하였다.

      

그럼에도 일생일대 과업이 된 사법시험 최종합격을 성취하지 못했다. 그러던 터에 그간 뒤로 미루었던 병역의무의 이행을 마무리하는 시점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그간 오랜 세월을 소진한 나는 부모님과 형제들의 지원과 도움을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거나 장기판에서 흔히 이르는 외통수에 결려들은 것이었다. 일단 밥벌이를 해야 했다. 그래서 마땅한 일자리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근무조건 고용불안 등을 따져 볼 때 당시만 해도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던 곳이 금융기관이었다. 마침 이 무렵 여동생이 신문에 오른 취업공고문을 내게 보내왔다. @@투자신탁이었다. 이곳은 이미 내 대학동기 한 친구가 근무 중인 곳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글쓰기를 즐기고 글감이 떠오르면 잠시도 뒤로 미루지 않고 글로 옮기지 않고선 버티지 못하는 단계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글쓰기에 그리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다. 다른 곳 말고 내가 이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들이밀기로 작정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가 된 금융기관이란 점을 제일 먼저 꼽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당시 대부분의 회사는 취준생에게 ‘자기소개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이곳은 그러지 않았던 것도 무시 못할 지원 동기였다.      


본인을 글로 소개한다는 것이 많이 어색했고 적응이 덜 되었다. 게다기 글솜씨도 많이 모자랐다. 어쨌거나 이곳에 입사지원서를 낸 다음엔 자기소개서제출이란 부문만 없었지 그 외 전형절차가 담긴 보따리를 풀어보니 이곳 또한 그리 녹녹한 곳이 절대 아니었다.    

       

이곳에 입사하기 위해선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전공, 임원) 시험에 이어 신원조회 트랙까지 모두 통과해야 했다. 필기시험은 전공, 영어, 일반논문 세 과목이나 치러야 했고 면접 또한 일반과 전공이란 두 곳의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특이사항이 있는 지원자를 골라내는 신원조회'란 코스는 어차피 내 능력 범위 밖의 일이었다.  

   

당시 입사지원서를 내밀 자격은 ‘4년제 대졸자(예정자)’로 못 박혀 있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병역을 필하였거나 면제된 자로 한가지 추가 자격을 요구했다. 그러니 노골적으로 ‘4년제 정규대학 졸업(예정) 남자이라 적혀있지 않았지만 이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공지의 사실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등장하기 오래전이었다. 중견사원 모집에 대졸여성은 아예 지원서조차 내밀 수가 없었다. 지금엔 전공 불문하고 채용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지만 우리 취업 오디션에선 법학 경영 경제 영어 일어 전산 등 전공자만 원서를 낼 자격이 부여되었다. 지금은 필기시험은 생략하고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으로만 선발하는 곳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내 전공인 법학을 기준으로 보았다. 출제범위는 민법 중 총칙과 재산법 파트, 상법은 총칙과 상행위법 회사법 어음수표법으로 정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시험이라도 합격을 위해선 우선 시험출제 경향, 패턴 등 분석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었다. 그런 다음 이에 맞게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내 사정상 그런 코스를 밟을 틈이나 물리적 시간 확보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사법시험 준비기간에 쌓아둔 기본 실력을 믿어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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