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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30. 2023

취업 오디션은 언제나 없어질까(2편)

-- @@투자신탁 입사기와 지금--

                    

                   

필기 시험일 뚜껑을 열어 보았다. 사법시험 1차와 2차 시험의 조합이었다. 시험장에 들어서기 전에 나는 희망사항이 하나 따로 있었다.

그래 5지선다 객관식으로만 나와라. 내가 그래도 사법시험 1차 민법과목에서 @@. 5까지 받았던 베테랑인데...’

국내에서 치러지는 고시 등 고위직 공무원 시험 어느 유형이라도 고득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4지선다, OX 진위형, 괄호 넣기, 약술형 등을 고르게 배정했다. 정말 버라이어티 한 문제 유형의 조합이었다. 이는 나중에 알게 된  회사의 책임자자격고시 패턴 판박이였다. 내가 원하던 100% 5지선다형 출제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아주 고득점은 아니지만 그저 체면치레할만한 점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다음은 영어가 문제였다. 사법시험 1차에서 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영어를 오랜 기간 공부해 온 나는 이 과목에서도 5지선다형만 출제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예상이나 기대를 많이 벗어났다. 지문번역 파트는 그런대로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50% 비중에 육박하는 영작문이란 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얕은 어휘력과 작문실력으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 낼 수밖에 없었다.  

    

문장 완성에 꼭 필요한 형용사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반대말의 단어 앞에 부정어를 끼워넣기도 했다. 그럭저럭 영작문 문항은 공란으로 남김없이 메웠다. 법대생 특유의 구라실력을 동원했다. 고교시절 주관식 수학문제에 관해 최종 정답을 맞힐 실력이 모자라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풀이 과정을 적어내면 연필 값정도는 계산하여 주는 동정점수 얻는 경우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출제자는 수험생의 성의를 가상히 여겨 30% 내지 50%의 점수를 선물로 안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른바 ‘수필 쓰기’에 다름이 아니었다.

     

세 번째 마지막 과목은 일반 논문이었다. ‘이른바 3저 시대에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 인가?’와 ‘바람 직한 직장인상이 두 문제 중 하나를 골라 답안을 작성해야 했다. 나같이 전공이 법학인 지원자는 첫 번 째 문제에 관한 답안을 제대로 적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적었다. 경영이나 경제학이 전공인 지원자들은 기다리던 문제일 수 있었다. 경상계 출신 지원지들은 자신들의 전공과목은 물론 이 일반 논문 문제도 전공의 범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이에 답안지를 작성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로 보였다.     


나는 당연히 두 번째 문항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수학문제처럼 이엔 특별히 옳은 풀이 과정과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평소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적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수필에 가까운 답안지를 내밀었다. 이래서 필기시험은 그런대로 마무리가 되었다.  

    

준수야, 넌 어떤 시험이든 면접이 문제야. 나는 그래도 면접이 무엇보다 자신이 있거든

평소 학점관리에서 그리 크게 성공하지 못한 대학동기 절친 준규가 내게 던지던 우스갯소리였다. 준규의 말이 정곡을 찌르는 것일 수도 있었다. 서류전형, 필기시험 보다 이 면접시험 코스란 곳이 넘어서기 가장 힘든 허들일 수도 있었다. 지금이야 대학 입학 전형에서 심층논술면접이란 섹터가 등장하여 따로 준비를 하기도 하지만 당시엔 면접 시험에 합격을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따로 정해진 매뉴얼이란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무릇 필기시험이란 모범답인이란 것이 있을 수 있어 어느 정도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에 반해 면접시험이란 그저 ‘뜬구름 잡기’가 될 수 있었다. 이른바 정무적 판단의 여지가 무척이나 너른 영역이었다.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고 지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저 공손하게 답변을 하고 단정한 복장에다 튀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되지 않겠어?”
 나보다 먼저 @@은행 취업에 성공한 고교동기가 내게 던진 한 마디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면접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빠져나올 때 면접관들에게 절대로 등을 보이면 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 딱 한 기지만 명심해라.”

대학동기 절친 공무원 완호가 이번엔 독특하고 아주 중요한 팁 하나를 내게 알려주었다. 면접시험이란 애초 정해진 모범 답안이 있을 수가 없고 자세와 태도를 평가한다는 총론에 대한 각론이라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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