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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30. 2023

취업 오디션은 언제나 없어질까(4편 완)

-- @@투자신탁 입사기와 지금--

                      

                       

입사 시험 중 면접코스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저 충청도 출신으로 어리숙하니까 뽑아준 거야.”

내 취업 준비에 전폭적인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인이 한 마디 거들었다. 면접이란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위기관리 능력이나 태도가 핵심이라는 말과 상통하는 일종의 추임새로 나는 새겨 들었다.    

  

이번 신입사원 전형에선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법학과와 전산학 전공자들은 저희들이 원하는 인원을 못다 채웠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뽑았다고 사장님 이하 임원분들께서 매우 만족해하십니다.”          

이제 마지막 신원조회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특이한 사항이 있는 분은 저희에게 미리 말씀 주시면 좋겠고요. 또 혹시나 이번 신입사원 선발이나 나중 부서배치에 관해 외부 유력 인사를 동원하여 청탁을 하는 일은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피치 못해 부탁을 들어주었더라도 나중엔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유난히 많은 얼굴 수염을 자랑하는 인사과장의 당부가 있었다.   

   

이번 입사 전형에선 처음 서류전형접수자가 1,950여 명에 달했다. 그중 최종 65명이 회사 문을 들어섰다. 당시로선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다. 경쟁이 유난히 치열했고 작금에 자주 등장하는 연예인 등용문 프로그램인 오디션에 버금갔다.  

    

우리 입사 동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단한 맨파워를 자랑했다. 석사학위 소지자가 40%를 상회했다. 굴지의 증권회사에 몸을 담았다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온 동기, @@신용은행을 뒤로하고 갈아탄 동기는 물론 대학 강의를 접은 동기 등 말 그대로 쟁쟁했다. 우리보다 1년 뒤에 입사한 후배들은 당시 대졸 취업 예정자들에게 최고로 선호하는 직장으로 꼽혔다는 후문도 있었다.  

    

, 인마 회사에 들어왔으면 신고를 해야 될 것 아니야?”

이미 3년 전 먼저 입사하여 곧 책임자 승진을 앞두고 있는 대학동기 민우는 사내 직통 전화를 통해 나를 찾았다.    

  

나는 네가 우리 회사에 들어왔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어. 이번 입사전형 경쟁이 무척 치열했는데 정말로 실력이 있어나 보네...”

친구가 회사를 들어서던 3년 전에 비해 회사의 위상이 상상 이상으로 레벨 업되었다는 반증에 다름이 아니었다.   

   

이번 입사 시험에서 최종합격 소식을 내게 전하면서 여동생이 이를 집안의 작은 경사라 치켜세운 것이 결코 호들갑은 아닌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 회사 한 곳만을 장기 근속하여 직장생활을 정년으로 마감했다. '취업오디션'이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절치부심한 결과였다.

     

우리 입사동기들이 회사문을 들어선 지 매우 오랜 세월이 흘렀다. 당시로서도 취업오디션이라 부를 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지금에 와선 무용담으로 자랑할 거리도 아니다. 우리 동기세대들은 그래도 GDP성장률 8%대의 고도성상기 혜택도 누렸다. 이와 달리 지금은 저성장 시대로 고착이 됐다.       

1,950여명 중 65명이 최종적으로 선택되었지만 지금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를 취업오디션이라 내세우는 것은 조족지혈에 해당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요즘 취준생들은 학벌 학력 스펙 등 여러 부문에서 우리 입사 동기 세대를 훨씬 뛰어 넘어선다. 그럼에도 상상 이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고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요즘 5만 여명중 10여 명 내외만 최종 선발하는 명실상부한 연예인 오디션을 방불케 하는 것이 취업시장의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모름지기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을 하는데 국가의 모든 역량을 모을 때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눈으로 계속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정치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한다. 

    

그런 지도자가 나타난다면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 더 나아가 국가 최고지도자로 그를 뽑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각종 선거 후보자를 는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양질의 일지리 창출 능력을 올려놓을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취업시장에서 연예인 오디션, 우리 동기 취업오디션이니 하는 이런 말이 없어지는 시대가 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먹고사는 민생 문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다. 예나 지금이나 이는 결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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