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경쟁사인 @@투신이 입주한 빌딩 바로 대각선 건너편으로 가는 것으로 확정되었답니다.”
“늘 그 모양 그 꼴이구먼? 도대체 영업을 하자는 조직인지 감독이나 관리를 주로 하는 감독기관인지 이해가 되지 않네...”
나는 방근 전 본부 점포전략팀 실무자와 통화를 마쳤다.
우리 회사와 @@투신은 숙명의 라이벌 관계인 것은 업계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이었다.
입사초부터 나는 이런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영업점별 분기 단위 실적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우리 회사는 물론 모든 금융기관의 관행이었다. 배점 비율이 다른 여러 항목이 있었지만 경쟁사 대비 실적을 평가하는 항목도 항상 빠지지 않았다.너무 피 튀기는 경쟁관계였다.
우리 회사 점포 전략팀은 임차보증금 회수가능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제1순위 담보가 확보되느냐가 첫 번째 고려 기준이었다. 담보가치를 따지느라 필요 이상의 세월을 허비하곤 했다. 그러던 중 우리 회사가 검토하던 건물로 경쟁사인 @@투신이 이곳을 먼저 치고 들어와 임대차계약서에 사인을 마무리하는 행태가 드물지 않았다.
우리 회사 전 영업점 판촉책임자 모임이 열릴 때마다 거의 모두가 예외 없이 동의하는 의견이 있었다. 금융기관 영업점의 영업 활성화의 첫 번째 조건으로 ‘점포의 입지’를 가장 먼저 손꼽았다. 배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버티고 있고 교통이 편리하며 제대로 된 주차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역세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견은 그때나 지금이나 만고불변의 진리로 보아도 무방했다.
우리 회사는 유사시 임대인에 대한 임차보증금의 확실한 횟수를 담보하는 ‘권리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러다 보니 영업에 최적합한 입지를 갖춘 요지를 선점하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경쟁사인 @@투신의 점포전략은 우리와 전혀 달랐다. 임차보증금 등 임차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이곳이 ‘최적지’란 판단이 서면 즉시 의사결정을 마친 후 영업을 개시하는 것이었다.
결재라인이 단순했고 스피디한 의사결정을 자랑했다. 경쟁사 점포전략팀 직원들은 신설 점포나 이전 점포의 입지를 물색 중 ‘이것이다’ 싶으면 밤늦은 시각이라도 유선으로 차 상급자
나 팀장에게 구두 결재를 받았다.이어 가계약에 서명을 마쳐 요지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 회사는 임차보증금 등의 담보력 평가 등을 서면으로 보고 검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경쟁사의 움직임을 나중에야 알아챈 우리 직원들은 그제야 허둥지둥 경쟁사가 먼저 선점한 요지의 맞은편이나 주위에 자리를 잡곤 했다.결국은 가장 좋은 요지 확보에 실패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이래서 개점 후 일정한 세월이 흐른 후 영업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또 다른 곳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곤 했다. 점포이전비가 요지의 임차비용과 우리 회사가 나중에 경쟁사점포 주위에 자리 잡은 곳의 차액을 훨씬 뛰어넘었다. 결국은 ‘권리획보'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명당자리도 놓치고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대가를 치르기 일쑤였다. 점포임대차계약 체결까진 여러 결재단계를 거쳐야 했고 상당한 시일이 필요함은 물론이었다.
우리 회사는 영업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관리 감독이 그 주 업무로 꼽히는 관리 내지 감사조직에 가까웠다. 잘못된 점포 선정에 따라 영업실적이 부진할 경우엔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해당 점포장 및 직원들의 몫이었다. 임대차 보증금 등 보다 높은 비용은 최적지 요지를 확보한 후 영업활성화로 영업수익을 증대시켜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였다.
물론 권리의 확보가 중요하지 않은 것으 아니었다. 하지만 제삼자가 보기엔 우리 회사 조직은 경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