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이라는 독특한 취미

by 그루터기


나는 최근 자그마치 32년이란 세월 동안 금융기

관 근무를 정년으로 마감했다. 퇴직일로부터 역

산하여 10여 년간 나는 독특한 취미생활을 했다. 나는 본래 새벽형 인간이다. 다른 직원 대비 유난

히 이른 시각에 출근을 했다. 영업점 출입문의 예

비키를 항상 휴대하였다. 신 새벽 삶의 현장을 매

일 처음으로 여는 기쁨을 주로 나 혼자서 누렸다. 그런데 아침 식사 후 업무 개시 전까지 자투리 시

간 활용을 고민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것을 찾아냈다. 12가지나 되

는 종이신문을 스크랩하여 읽고 선 두도 두고 참

고하고 활용하는 것이었다. ‘지금 같은 온라인 시

대에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하는 주위의 호기심과 빈정거림은 무시하고 달

게 받기로 했다. 12가지나 되는 많은 신문을 우

선 일별 후 관심 부문을 스크랩하여 보관하였다

필요시 또 꺼내서 보는 방식이었다. 스크랩이라

는 방식도 독특했다. 신문 종이 원본을 떼어내고

나 잘라 내는 보통의 방식이 아니었다. 해당 부문

을 복사하기로 했다. 약 2시간 정도나 소요되어

고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주된 관심 분야

는 명확했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경제 부문, 각종 칼럼, 시를 포함한 문학, 신간안내 부문 등이었다

. 세상 돌아가는 뉴스는 물론 다른 분야의 내용을 적절하고 아주 긴요하게 활용했다. 따라서 재직 시 나의 고객과의 상담능력의 많은 부분은 이곳

에서 나왔다. 외부 인사를 만날 경우에도 화 제거

리가 늘 넉넉했다. 대화의 주제나 소재가 부족하

절절매는 일은 결코 없었다.


또한 나는 신간 안내 부분을 들추어 내가 원하는 책은 직접 구입하여 탐독을 했다. 신문 집필진의 글에 공감이 가거나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될 때

는 인터넷 검색도 병용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필자의 다른 저작물을 찾아 나섰다. 이른바 온,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관련 전문지식

이나 인문적인 소양의 습득에 매진했다. 일단 종

이 신문에서 스크랩하여 모아 둔 파일이 출발점

이 되었다.


그 많은 신문 지면 중 예를 들어 내가 공감하는 시 한 편을 발견하여 음미를 하고 주변인에게 배달 서비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문 구독료의

본전 생각이 절대 나지 않았다. 이 작업을 위해선

사무실의 복사기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가 사용하는 분량의 복사용지를 비

롯하여 소모품인 토너 교체비용이나 가끔 발생

하는 수선비 등도 일정 무문 내가 당당히 부담했

다. 회사를 떠나는 날까지 이 취미생활을 이어갈

다.


내가 퇴직을 한 후에도 이 독특한 취미생활을 계

속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 굴뚝이지만 복합기의

조달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결코 작은 비용

은 아니었다. 이를 개인 비용으로 충당한다는 것

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복합기를 비치할 공간도 문제가 되었다. 시골로 낙향을 하면 문제

는 해결될 듯도 하였다. 부모님 두 분이 말년에 해로했던 단층 슬라브 양옥 건물에 자리잡으면

될듯했다.


그러나 이제 회사를 그만두면 정기적인 수입이 끊기는 이른바 소득절벽이 올 것이 뻔했다. 그러

니 이 정도에서 이 취미를 접을 수밖에 없을 것같

앗다.


한편 작년 9월 말경에 나는 엄청난 사고를 저질

컸다. 최신 사양의 고급 노트북을 장만했고 스마

트폰도 최신식 접이 폰으로 바꾸었다. 퇴직 후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두 눈을 질끈 감

아버리고 결단을 했다. 이 사고를 저지르는 과정

에서 나는 내 개인 사무실 근처에 자리한 S전자 매장을 자주 드나들었다. 오늘도 조그마한 볼 일

이 있어 매장 입구를 들어섰다. 그 순간 입구에서 멀지 않은 10시 방향의 진열대에 놓인 물건에 갑

자기 시선이 꽂혔다.


매장 직원의 안내로 이 물건의 정체를 알 수 있어

다. 복사, 인쇄, 스캐닝, 팩스 기능을 모두 갖춘 복

합기였다. 종래 영업점 사무실에서 나의 분부를 충실히 받들던 복합기 사이즈의 1/6 정도에 불과

한 앙증맞은 물건이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구입가는 50만 원을 넘어서

지 않았다.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다. 이 복합

기를 내 사무실로 새로이 모시기로 결정했다. 오

늘 하루는 내가 이 복합기를 확보한 것만 해도 충

분히 남는 장사로 보였다. 드디어 복합기가 내 사

무실로 행차를 마쳤다. 책상 위 한편에 자신의 자리를 야무지게 잡았다. 이리하여 극적으로 퇴

직 후에도 이 독특한 취미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서 기뻤다. 종이신문의 구독과 스크랩으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생각하면 구독료와 복

사 비 대비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생각엔 오늘도 변함이 없다.


아무리 온라인 시대라고 들 하지만 오프라인의 독자적인 존재 가치는 무시할 없다. 온라인으로 신문을 읽을 경우엔 반복하거나 이른바 ‘밑줄 쫘

악’ 행태의 깊이 읽기가 여의치 않다. 나는 최근

에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칼럼을 여러 번 정독하고 분석한다. 얼마 전부터 본격적인 행보

에 나선 글쓰기 작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이런 경우 나 같으면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도대체 얼마를 공부하면 이 정도의 글을 쓸 수 있을 가, 왜 이 필자는 이렇게 썼을 가를 꼼꼼히 따져본다. 나의 글쓰기 공부에 이 오프라 인성 취미는 혁혁하게 공헌을 했다.


최근 나는 인생 2막에 필요한 생업을 새로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오프라 인성 취미의 장점을 살려 장차 스테디셀러의 작가가 되고자 한다. 그리하여 생업에 종사하며 글도 쓰

는 두 마리 토기를 모두 잡아 정신적으로 풍요롭

고 즐거운 생활을 펼치고자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치매 입문에도 리허설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