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집합 금지와 제 때 대학 졸업하기

by 그루터기

나는 오늘 우리 큰 아들의 대학 졸업식장에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공식적인 실외에서 모이는 졸업식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념사진 촬영 행사로 갈음했다. 나와 우리 아이의 대학 졸업식은 38년이란 긴 간극이 있었다.


우리 시절과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군대 복무 기간을 제하고 순수하게 8학기 만에 학사모를 쓰는 남학생은 극히 소수에 드물다는 사실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작금엔 그만큼 일자리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취업준비 기간이 비자발적으로 늘어나 졸업이 한두 해 이상 늦어지는 학생들은 주위에 널려 있다.


입사시험에서 졸업생 신분보다는 졸업 예정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예전과 같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했음에도 예정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을 합법적으로 미룰 수 있는 기이한 제도도 생겨났다. 그러니 졸업은 점점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큰 아들도 군 복무 기간을 제해도 만 6년 만에 학사모를 썼다. 정상코스 대비 2년이나 캠퍼스에 더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를 보면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상위권에 랭크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각종 규제가 적고 저렴한 인건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법인세가 감면되는 곳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전략이다. 이러니 굴뚝산업이라고 일컫는 전통적인 제조업의 국내 일자리는 정체되거나 급속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인구가 늘지 않음에도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일자리의 절대적인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사모를 쓰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활기가 넘치고 표정도 아주 밝았다. 다이내믹했다. 환호하는 소리도 힘찼고 학위기를 펼쳐 보이는 모습과 사진 촬영하는 그 기법도 다양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조용한 아침의 니라”가 아나라 “다이니믹 코리아”로 탈바꿈한 것이 분명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들은 지난 일 년간 신세를 지던 기숙사에서 인근 다른 동으로 오늘 이사를 하는 날이기도 했다. 큰 아들은 우리 일행보다 먼저 도착하여 자신의 여자 친구를 비롯하여 동기 선후배들과 이미 여러 곳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며 많은 컷의 기념사진을 실컷 찍었단다.


오늘의 가장 큰 이벤트 중의 또 하나는 당연히 점심식사였다. 그런데 5인 이상 사적 모임 집합 금지가 걸림돌이었다. 우리 4인 가족에다 큰 아들의 여자 친구까지 5명이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방역지침 위반이었다. 그래서 같은 식당에서 테이블을 달리해서 3인과 2인으로 나누어 식사할까도 했다. 융통성이 거의 없는 원칙주의자인 작은 아들은 아예 식당을 달리하자고 했다. 게다가 형의 여자 친구에게 나의 돌출 발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자신과 아빠가 같은 조가 되는 걸 원했다. 그런데 그저께 집사람은 바뀐 계획이라며 갑자기 나에게 내밀었다. 당일 점심식사 모임에선 둘째 아들 혼자 빠지는 걸로 최종 결정을 했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결국은 집사람의 계획대로 실행하기로 했다. 우리 일행 5명은 기념촬영 행사를 짧은 시간에 마무리했다.


멀어져 가는 작은 아들의 뒷모습이 못내 안쓰러웠다. 그놈의 “5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방역지침 때문에 오늘 같이 의미 있는 날 작은 아들만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하지 못하니 아빠인 나로선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이제 미리 예약을 마친 한정식집으로 들어섰다. 식당 종업원이 안내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4인용 식탁 2개가 여유 있게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이면 작은 아들도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었다. 식사를 같이 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한 아쉬움에 다시 한번 짠해졌다. 나도 이제 나이가 제법 든 아버지가 되었는가 보다.


최근에도 일일 코로나 신규 신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종교단체 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뭉텅이 환자가 속출하는 데 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방역지침으로 애꿎은 민초들만 어렵게 할 것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이 굵직한 정책들을 결정할 것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이른바 ‘페이퍼 워크’ 에만 매달리는 탁상공론이 주위엔 널려 있다. 제발 민초들 삶의 실제 현장을 한번 더 방문하고 밑바닥 민심을 수렴하여 정책 입안과 결정을 했으면 한다.


5인 이상 집합 금지의 긍정적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이 크고 작은 것인지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더 시간을 다투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 후 정책 시행에 들어가야 함이 옳다. "공무원들은 아직 멀었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우리 자식을 비롯한 이후 세대가 대학 졸업을 제 때 할 수 있는 시대를 다시 열 수 있는 방법이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은 양질의 일자리의 창출이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집권세력이나 정치지도자들은 각성을 해야 한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의 문제는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 결정하면 된다.


그보다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같은 보다 거시적이고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무릇 민초들이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일이 걱정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지도자와 정치세력은 유권자들을 비롯한 민초들의 조건과 기한이 없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하여 우리 후세들이 취업의 두려움 때문에 졸업을 뒤로 미루고 필요 이상 캠퍼스에 머무는 국가적인 낭비의 악순환 고리를 하루빨리 끊어내야만 한다.


아울러 코로나 정국이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되어 앞으로 맞이할 작은 아들 졸업식에는 가족은 물론 친척 친구들도 인원 제한 없이 모여 작은 잔치를 아무 제약 없이 벌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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