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노출되는 성공 모델들
현대사회의 문제는 존재보다는 소유에 집착하여 선호하는 경향을 가진 물질주의적이라는 점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사회가 비추는 성공의 얼굴은 대부분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취미보다는 사회적 기여에 집중하며, 개인보다 공동체에 더 무게를 두는 삶.
우리는 그들을 “성공한 사람”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그들의 삶이 자연스레 '정답'처럼 여겨집니다.
미디어는 그들의 스케줄을 조명하고, 그들이 하는 말은 삶의 지침처럼 소비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건 사회가 의도적으로 만든 모델입니다.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선 누군가의 헌신이 필요하고, 그 헌신을 보상해줘야 다른 누군가도 그 길을 따릅니다.
이런 구조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설계’로는 굉장히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그 효율이 곧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질까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하고 나니, 이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취미를 찾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 여유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성공은 단지 노력의 결과만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보상은 그들이 사회에 계속해서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입니다.
기여가 줄면 보상도 줄어듭니다.
즉, 보상은 축적이 아니라 순환의 개념에 더 가깝습니다.
이 구조 안에서는 부자 역시 사회가 임명한 ‘직책’처럼 보입니다.
회사의 부장이 떠난다고 회사가 망하지 않는 것처럼,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누군가가 그 역할을 이어받습니다.
사회는 공백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Circulation of Elites
빌프레도 파레토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성공은 사회가 만들어준 서사 위에 있는가, 아니면 내 인생의 진짜 주인으로서 내가 고른 방향인가?”
묻지 않으면, 그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요.
대다수 성공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고민을 통해, 혹은 타고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가진 것을 내놓아서라도, 성취를 하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혹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지 못하면 불행함을 느낀다."
라는 특성을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모르게 마음속에 이런 문장이 자리 잡습니다.
“많이 기여하고, 많이 일하면, 결국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삶은 주도권을 얻기 위해 기여한 것이 아니라,
여하는 삶 자체가 지속되는 구조 속에 놓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삶의 방식은, 때론 너무 자연스럽게 강요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옷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런 질문도 함께 품어야 합니다.
나는 왜 성공하고 싶은가?
그 성공은 어떤 대가로 유지되는가?
그 방식은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인가?
"사회가 만들어낸 '존재'(Being)의 욕구보다, '소유'(Having)의 욕구가 더 강조되는 문화에서, 사람들은 타인과 자기 자신을 소유물의 집합으로 본다."
-독일 출신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사회는 기여를 많이 한 사람에게 자원을 더 줍니다.
그리고 그 모델을 꾸준히 노출합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서요.
최근에는 팟캐스트를 통해 이전에는 듣기 어려웠던, 정말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듣다보면, 다양한 인생이 비춰집니다.
하지만, 어떤 지점으로 귀결이 되는 느낌이에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마”
"자유를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거야."
궁극적으로는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하지만 그 성공은 사회의 유지 시스템이 선택한 모델일 뿐,
모든 개인에게 최적의 해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회적 보상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또 어떤 사람은 조용한 취미 시간에서 삶의 균형을 찾기도 합니다.
그 누구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너무 노출된 성공의 서사를
잠깐 멈춰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아직 역사의 평가를 받지 않은, 아직 인생의 끝이 어떻게 맺어지는지 보지 못한 사람들,
즉, 현재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말은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등 사회가 됨으로써 준거 집단의 범위가 넓어지고, 누구나 마음만 먹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더욱 지위 불안을 가중 시켰다.
철학자 Alain de Botton
가장 바람직한 사회생활은 어쩌면 이런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을까요?
“내가 누리는 서비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일한다.”
기여를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는 삶.
많은 것을 움켜쥐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삶.
그런 사람에게 사회는 자연스럽게 자원을 몰아주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회는 결국 ‘쓸모 있는 선한 영향력’을 선호하니까요.
"자아실현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로,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성장 욕구"
인간의 욕구 단계에서 자아실현을 최고 단계로 제시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은 사회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그것을 제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구성원 모두가 사회에 열심히 기여하며 살아간다면, 건강한 사회가 되겠지요.
다만, 그 성공이 누구의 서사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따라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부러워하는 그들은 사회의 설계 위에 서 있는 성공 모델일 수 있습니다.
그 모델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믿기보다, 그들의 삶을 해석하는 나만의 눈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막연히 그 사람들의 지위와 부를 부러워하는 것 보다는,
나에게 눈을 돌려 나는 어떤 것을 포기할 수 있고,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삶을 내가 원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진짜 성공은 어쩌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지
내가 주체적으로 고를 수 있을 때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