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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연주 Apr 05. 2024

더 모호할수록 더 흥미로워진다.

에이전트 M은 미국에서 온 무채색 인간이었다.

흰색과 회색의 중간단계에서 하루는 흰색 하루는 회색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깊은 눈망울에 진하고 빽빽한 속눈썹을 가진 그는 고양이처럼 조용히 살금살금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면 멀어졌다.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제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방법을 찾았다.

경계에 서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더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않지만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유연하게 운동했다. 활동하고 움직이고 경계에 서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경계에서 부단히 움직이고 있자, 에이전트 M은 저 멀리서 하얀색 가루가 담긴 초록 라인기를 덜덜덜 끌고 와 라인을 계속 그려주었다.


“자꾸 라인이 지워지잖아, 그럼 내가 자꾸 선 그어야 하잖아~”

에이전트 M은 투덜거리며 열심히 선을 그었다.


“라인에 맞춰 서있는 게 더 어렵다구?” 잔망스럽게 움직이며 나는 말했다.


“근데 M… 그거 알아? 라인에 들어오면 In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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