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호랑이 2화: 영물

by Tigerwood

03_수컷 영물

한 달 뒤, 암컷 갓난이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짧은 사이에 젊은 수컷 영물이 그 빈자리를 찾아왔다.

젖을 물리기 위해 겨우 토끼 한 마리를 잡아먹고 돌아오던 암컷 갓난이는 피비린내에 놀라 급히 동굴로 달려갔다. 목이 꺾인 채 죽은 새끼가 바위 근처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져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갓난이는 힘없이 축 늘어진 새끼를 혀로 핥고 코로 툭툭 밀어 올렸다. 여전히 남아 있는 따뜻한 온기에 미약한 희망을 걸어봤으나, 이미 숨이 끊어진 주검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미가 된 후로 처음 겪는 절망이었다.

“크흥… 크흥…!”

갓난이가 고개를 치켜들고 낮고 쉰 울음으로 남은 새끼들을 애타게 불렀다.

마침 동굴 앞에 조막만 한 머리만 뒹굴고 있는 새끼를 본 갓난이는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몰랐다.

“끼애앵…!”

그때, 행방을 모르던 마지막 남은 새끼의 애처로운 비명에 갓난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미친 듯 달렸다.

어두운 숲 입구에 서 있는 두꺼운 소나무 뒤에서 살아남은 새끼의 울음이 들렸다. 갓난이가 긴장하여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다가가자, 소나무 뒤에서 젊은 수컷 호랑이 영물이 입에 새끼를 물고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끼애앵… 끼이…”

새끼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상태로, 어미를 찾는 신음을 힘겹게 흘리고 있었다. 암컷 갓난이가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눈빛으로 젊은 수컷 영물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며 다가갔다.

가만히 지켜보던 수컷 영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에 물고 있던 새끼를 콰득 깨물었다. 새끼의 여물지 않은 연약한 뼈는 아무런 저항도, 날카로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부드럽게 꺾였다. 어미의 눈앞에서 새끼의 목이 힘없이 축 처졌다.

“크르릉! 크르릉! 크르-응!”

어미 갓난이가 분노를 터트리기 전에, 젊은 수컷 영물은 자신의 힘과 잔인함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새끼를 바닥에 뱉은 후 귀를 찢을 듯한 큰 소리로 포효했다. 오금을 저리게 하는 수컷 영물의 포효소리가 주변 나무와 풀을 크게 울리면서, 근처에서 도망가지 못하고 숨죽여 있던 노루가 그 자리에 나무토막처럼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04_노부부

“어유, 오늘따라 호랑이 포효가 귀를 따갑게 울리는구먼. 할멈, 밭일은 그만하고 어서 집으로 갑시다.”

할아버지는 동쪽 산을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옆에서 밭일하던 할머니를 재촉했다.

“그래요. 어서 갑시다. 안 그래도 꿈자리가 사나워 마음이 내내 불편했는데, 산이 저리 들썩이니 두렵구려.”

할머니는 겁에 질려 서두르다 호미를 자꾸 떨어트렸다. 다리가 심하게 떨리는지 자꾸 주저앉으려 하였다.

“할멈, 짐은 내버려 두고 그냥 갑시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축하며 걱정스레 말했다.

“동쪽 산에서 수컷 호랑이가 저리 포효하는 건 예사 일이 아니여. 저긴 '갓난이'가 얌전히 새끼를 품고 살고 있을 텐데, 필시 무슨 변고라도 생긴 건가?”

할아버지는 젊었을 적에 사냥꾼으로 명성을 꽤 날렸으나, 이제는 늙고 힘없는 한낱 늙은이일 뿐이었다.

“할멈, 자꾸 뒤돌아보지 말게. 앞만 보고 빨리 서두릅시다.”

할아버지는 마음이 급해져 할머니의 발걸음을 자꾸만 재촉했다.

이전 09화세 호랑이 1화: 하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