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흰 눈썹
암컷 갓난이가 두 마리 새끼를 낳은 지도 벌써 삼 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두 마리 새끼가 세상천지 모르고 뛰어다니며 장난을 심하게 쳐도, 어미 갓난이는 그저 사랑스럽게 쳐다볼 뿐이었다. 배가 고프면 품에 기어들어 젖을 빨았고, 졸리면 품에 안겨 잠드는 평화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화로운 정오의 햇살 아래, 늙은 수컷 호랑이 흰 눈썹이 암컷 갓난이 앞에 불쑥 나타났다. 수컷 흰 눈썹의 왼쪽 눈은 길게 찢겨 있었고, 귀 밑동에서 콧등까지 발톱에 의한 흉터가 깊게 파인 게 마치 낙인 같았다.
갑작스러운 늙은 수컷 흰 눈썹의 등장에 놀란 암컷 갓난이가 새끼 두 마리를 뒤로 숨게 한 후 맞서려 하였으나, 늙은 수컷 호랑이의 더 사나워지고 흉포해진 모습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움직이려 애썼으나 전혀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지 끙끙대는 암컷 갓난이 옆을 지나치며 어린 새끼에게 다가간 수컷 흰 눈썹이 오른발로 새끼 하나를 누른 후, 여리디 여린 목을 물었다. 옆에 있던 다른 새끼가 다급히 수풀 속으로 도망치자, 죽어가는 새끼를 어미의 발 앞에 뱉고는 도망친 새끼를 곧장 잡아 물어왔다.
“으드득, 질겅질겅.”
수컷 흰 눈썹은 암컷 갓난이 앞에서, 보란 듯이 잘은 새끼를 한 끼 식사거리도 되지 않는 듯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때 입맛을 다시는 수컷의 소리가 갓난이의 고막을 흔들면서 정신을 잃게 했다. 흰 눈썹은 그런 갓난이를 흘깃 본 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새끼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피냄새와 내장 냄새가 갓난이 콧속으로 들어가게 다가갔다. 어미 갓난이 앞에서 새끼의 숨 끊어지는 소리와 죽어가는 냄새를 기어이 맡게 했던 것이었다.
“끼애앵… 끼애앵…”
새끼의 숨이 끊어지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어미 갓난이가 늙은 수컷 흰 눈썹의 목을 물려고 덤벼들었으나, 흰 눈썹의 강력한 앞발에 맞아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어-엉! 어-엉! 어-엉!”
짙은 새벽안개의 차가운 물방울이 찢긴 피부와 마음에 투둑투둑 닿고서야 갓난이는 겨우 눈을 떴다. 모든 것을 잃은 절망과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 갓난이는 해가 떠오를 때까지 슬피 울부짖었다. 그날, 울음을 그친 암컷 갓난이는 두 번의 비극을 겪은 동쪽 산의 보금자리를 미련 없이 떠났다.
“어휴, 새벽부터 처량하게도 우는구먼.”
할멈이 동쪽 산에서 새벽 내내 들려오는 암컷 호랑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깨어 마루로 나왔다.
“무슨 변고가 있으려고 그러는지 원… 설마 뭔 일이야 있겠나 만은…, 글쎄 별일 없겠지…?”
영감이 사냥용 활을 챙겨 들고 할멈 옆에 앉으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동쪽 산을 바라보았다.
08_수컷 호랑이 새끼, 세 마리
해가 두 번 바뀌고 나서야,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암컷 갓난이가 어엿하게 꽤 자란 수컷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마을 동쪽 산에 다시 나타났다.
세 마리 새끼 호랑이는 태어날 때부터 기개가 남달랐다. 덩치가 튼실했고, 늘 호기심 많고 장난기 넘치는 문제아들이었다. 늙은 수컷 호랑이나 젊은 수컷 호랑이가 공격해도 함께 뭉치면 서로를 충분히 지킬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모습이었다. 동쪽에 불쑥 나타난 암컷 갓난이를 보러 온 늙은 수컷 흰 눈썹과 젊은 수컷 영물은 암컷 갓난이와 함께 있는 성장한 새끼 호랑이들을 보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느 날, 새끼 호랑이 중 가장 큰 새끼가 마을에서 풍기는 냄새에 호기심을 느끼고 산에서 내려가자, 두 동생이 뒤를 따라갔다.
굴뚝을 타고 올라온 연기 냄새부터 밥 짓는 냄새, 사람 냄새, 개 냄새, 똥 냄새까지 온갖 인간 세상의 낯선 냄새들이 뒤섞여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한 낯선 냄새에 호기심을 느낀 세 마리 새끼 호랑이는 위험한 줄도 모르고 마을을 향해 나란히 기세 좋게 걸어갔다.
한참 잠에 빠져 있던 어미 갓난이가 불현듯 놀라 일어났다.
“어흥… 어흥… 어흥….”
새끼가 보이지 않아 낮은 소리로 불러보았으나, 대답이 없었다. 새끼의 냄새를 따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미 갓난이는 사냥꾼의 마을로 내려가는 길임을 알아채고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따라잡은 어미의 헐떡이는 소리에 새끼 셋이 뒤를 돌아보았다.
“헉헉… 헉… 헉헉… 헉헉… 헉….”
어미는 거친 숨을 내쉬며, 앞장서서 내려가던 새끼에게 다가가 목덜미를 강하게 깨물어 바닥에 주저앉혔다.
“꺼흥… 꺼흥… 꺼흥….”
새끼 셋 모두의 목덜미를 돌아가며 깨물었다. 자신이 겪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겁을 주며 단단히 혼을 내고자 했다.
어미 갓난이는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벗어난 후에야 새끼들의 털을 핥아주며 비로소 안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