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호랑이 6화: 호랑이의 대가

by Tigerwood

16_호랑이의 대가

“어흥~ 어흥~”

흐느끼듯, 서럽게. 암컷 호랑이가 구슬픈 소리를 냈다. 호랑이는 도깨비를 향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상태로 엉금엉금 기면서 다가갔다.

암컷 호랑이는 마을에 도깨비가 나타난 것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멀리서도 맡을 수 있는 도깨비의 냄새는 본능적으로 꺼리게 만드는 텁텁하면서도 시큼한 냄새였다. 캑캑거리며 피해 다니기만 하던 도깨비를 암컷 호랑이가 찾아 나선 것은 마지막 남은 원한을 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오호, 이놈 보게. 호랑이가 겁도 없구나. 도깨비를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먼저 나타나다니. 잘 됐다. 나랑 붙어보고 싶은가 본대. 어디 한번 놀아보자꾸나!”

안 그래도 심심했던 도깨비가 신이 나서 벌떡 일어났다.

나무통 같은 모자를 벗어 안쪽을 뒤적거리더니,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보자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보자기를 흔들어 댔다. 우스꽝스러운 춤사위에 맞추어 발을 몇 번 구르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구 척(3.2m) 정도의 검고 각진 방망이가 그의 왼손에 나타났다.

휘 잉—! 휘 잉—! 휭! 휭!

도깨비는 신난 얼굴로 방망이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긴장하는 기색이라곤 코딱지만도 없는 게, 호랑이 정도는 꽤 만만한 모양이었다.

“어 흥~ 어 흥~”

도깨비의 기세에 눌러 단단히 기가 죽은 호랑이가 엉금엉금 뒤로 세 발짝 물러나더니, 배를 드러내어 드러누웠다. 낮은 소리의 울음을 흘리며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 눈치였다.

“오호라, 이놈 웃긴 호랑이구나.”

호랑이의 행동에 뻘쭘해진 도깨비가 방망이를 바닥에 내리꽂자마자, 순식간에 방망이가 사라졌다. 방망이가 사라진 자리에 놓인 보자기를 그가 집어 들고 탈탈 털었다. 그는 도깨비 앞에서 호랑이 스스로 배를 드러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정말 궁금해졌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냐? 그런 것이냐?”

도깨비는 사람한테 묻는 것처럼 호랑이에게 물었다.

“어흥… 어 흥… 흐으… 응…”

호랑이는 도깨비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구슬프게 울었다.

“대강 네 뜻은 알겠다. 비록 참혹한 짓을 저질렀지만, 목숨을 내놓고 여기까지 왔으니, 이유는 들어보고 나서 죽이겠다.”

도깨비는 둥글게 말은 보자기의 한쪽 끝을 말아 자기 귓속에 밀어 넣었다. 반대쪽 끝은 호랑이 귓속 깊이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주문을 빠르게 외기 시작했다.

“말하거라, 말하거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하거라. 나는 들을 수 있지. 너도 말할 수 있지. 말하거라! 아하, 말하거라! 아하, 말하거라! 들을 수 있게 말하거라!”

주변 공기가 커다란 물방울처럼 크게 출렁거렸다.

자, 됐다. 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 한 번 보자꾸나.”

도깨비는 주문을 외운 후, 보자기를 공중에 활짝 펼쳐 호랑이 머리 위를 덮었다. 그가 보자기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재미있게도 물과 기름 같은 도깨비와 호랑이가 얼굴을 마주 보게 된 것이다.

슉! 슈—슉, 슈—슉!

도깨비의 눈앞에 암컷 호랑이가 말하고 싶은 사연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호랑이의 두 눈에서는 둥근 빛기둥이 그의 얼굴에 쏟아지고 있었다.

슈룩— 슈룩—!

도깨비는 이해되지 않으면 마치 책처럼 손으로 잡아 뒤로 돌려 다시 보았다. 호랑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꼼꼼하게 살폈다. 이때만큼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덜렁대고 짓궂은 도깨비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흠, 호랑이야. 대충 알겠는데, 그래도 네 말은 직접 들어보아야겠다.”

도깨비와 호랑이는 여전히 보자기 안에서 머리를 맞댄 채 엎드린 상태였다. 곧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느낌의 짙푸른 어둠이 닥쳐왔다.


“일어나라! 당장 일어나거라!”

도깨비의 고함에 호랑이가 뒷발로 벌떡 일어섰다.

“도깨비 어르신, 너무 억울하옵니다.”

그 순간, 푸른색이 쭉 펼쳐지며 끝없이 넓어 보이는 파란 공간이 뚝딱 생겨났다. 그곳에 호랑이가 사람처럼 똑바로 선 채 말을 했다.

“저는 더 이상 목숨에 미련이 없습니다만 새끼의 원수를 갚고 나서야 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암컷 호랑이가 바닥에 엎드려 절하며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너의 원수란 게 남쪽의 새파란 그 호랑이를 말하는 거냐?”

“네, 그렇사옵니다. 흑흑… 흑… 그놈은 영악하여 제 힘으로는 도저히 원수를 갚을 길이 없어 도깨비 어르신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소원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목숨을 대가로, 흑흑흑… 그놈을 죽일 수 있게 간청드리옵니다.”

암컷 호랑이가 사람처럼 서럽게 울며 간청했다.

“어차피 같잖은 그놈을 죽이려고 했다. 네가 제안한 대가를 받아들여 계약할 터이니, 함께 죽이러 가자!”

도깨비가 냉큼 일어서더니 덮고 있던 보자기를 벗겼다. 암컷 호랑이는 호랑이 모습 그대로 납작 엎드린 상태였다.


도깨비가 가늘고 널따란 보자기를 공중에서 빙빙 돌리니 금방 기다란 띠 모양으로 점점 늘어났다. 띠를 빙글빙글 돌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마치 어긋난 불협화음처럼 빠르면서도 기묘한 노래였다.

“돌아라! 돌아라! 빠르게 돌아라! 길을 찾으니, 수컷 호랑이 영물을 찾으니, 주어라! 대가는 암컷 호랑이 목숨이다. 돌아라! 돌아라! 수컷 호랑이 영물을 찾아, 돌고 돌아라!”

매우 빠르게 띠가 돌았다. 거무죽죽했던 띠가 노란색으로 바뀌는 순간, 도깨비는 붙잡고 있던 띠를 손에서 놓았다. 뱅글뱅글 돌며 하늘 높이 뜬 띠는 둥근 보름달 모양을 한 채 위로 솟구쳤다. 노란 보름달이 파란 보름달로, 파란 보름달이 붉은 보름달로, 붉은 보름달이 하얀 보름달로, 하얀 보름달이 검은 보름달로 계속해서 변했다.

“영차! 영차! 영차! 차—!”

색상이 세 번 바뀌고 나서 검은 보름달일 때, 도깨비가 힘차게 줄다리기하는 양, 띠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검은 보름달 가운데서 다섯 가닥의 실이 거미줄처럼 쭉 내려오더니, 새끼줄처럼 꼬이는 것이었다. 꼬인 줄이 점점 길어지는 만큼 보름달은 줄어들어 곶감 한 개보다 더 작게 오그라들었다.

“하하, 오랜만이다! 이 줄은 말이다. 멀리 있는 곳까지 순식간에 끌어당기는 ‘따라잡기 줄’이지!”

도깨비는 활짝 웃으며 신이 났는지 가늘게 꼬인 줄의 한쪽 끝을 쥔 채 말했다. 반대편 끝은 어느새 구름에 닿을 정도로 높게 올라가 있었다.

“도깨비 계약에 따라 네 원수를 잡으러 갈 거다.”

그는 새끼손가락에 줄을 단단히 묶어 매듭을 만들었다. 그런 후 암컷 호랑이를 덥석 안았다. 꼬인 줄에 혀를 대고 침을 바른 후, 젊은 수컷 호랑이 영물을 따라잡으라고 주문했다.

“줄줄— 줄… 따라잡아라! 줄줄— 줄… 따라잡아라!”

“따라잡지 못하면, 줄이 끊긴다. 끊기기 싫으면, 따라잡아라!”

“줄줄— 줄…! 수컷 호랑이 영물을 따라, 잡아라!”

하늘 높이 떠 있는 꼬인 줄의 끝은 남쪽을 향해 빛처럼 날았다. 그 기다란 줄이 금방 팽팽해지며 당겨졌다. 그러자, 암컷 호랑이를 안은 도깨비가 꼬인 줄에 매달린 채 구불구불 남쪽으로 딸려 날아갔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날았는데, 그는 이런 방식으로 날아가는 것을 몹시 싫어했었다. 영락없이 어지러웠기 때문이었다.

“으웩! 으웩!”

어젯밤 잔뜩 먹은 돼지고기와 술을 말끔히 토하고 말았다. 토해진 토사물이 하늘에서 흩뿌려졌다.

따리—랑! 따리—랑! 따라라—라…

수다스러운 새의 쫑알거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끼-익!!

날던 줄이 급하게 멈춰 섰다.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줄 앞까지 밀리고 나서야 도깨비와 호랑이는 공중에서 멈출 수 있었다.

“도깨비야, 도착! 도착! 아이 잃어 원한이 깊은 암컷 호랑이야, 도착했다! 도착했다!”

모습을 보이지 않던 수다쟁이 새가 오두방정 맞은 소리로 도착했음을 알렸다. 도깨비 입술에 묻어있던 토한 고기 살점이 안겨 있던 암컷 호랑이의 머리에 떨어졌다. 토사물 냄새에 자극받은 암컷 호랑이가 땅바닥에 내리자마자, 주저앉을 듯 비틀거리더니 계속해서 토악질했다.

“꿰—엑! 꿰—엑!”


17_사냥 7

“원한을 산 새파랗게 어린놈이 여기 있었구나!”

도깨비는 지척의 젊은 수컷 호랑이 영물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갑자기 나타난 도깨비에 놀란 영물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냅다 도망부터 친 것이다.

“케앵—!”

한참을 떨어졌다고 생각하던 영물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도깨비를 피하지 못하고 크게 부딪쳤다. 영물은 당황하여 판단이 서지 않는지 멈칫거렸다. 처음에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도깨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평소 업신여긴 암컷 호랑이를 향해 냅다 달려들었다.

“켕—!”

젊은 수컷 호랑이 영물은 암컷 호랑이 앞을 막아선 도깨비와 또다시 부딪치고 말았다. 영물은 숨이 턱 막혀 데굴데굴 바닥에 나뒹굴었다.

“컥… 컥… 컥컥 컥.”

숨을 헐떡이던 영물이 절뚝이며 일어났다. 이번에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절뚝거리며 도깨비와 암컷 호랑이 주위를 맴돌았다. 정신없게 돌아가는 눈동자로 보건대, 잔머리를 굴리는 모양이었다.

“컥…! 컥컥! 컥!”

영물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일부러 거친 숨소리를 냈다. 주위를 빙빙 절뚝이면서 점점 빠르게 돌았다. 계속 돌다 도깨비 뒤에 설 때쯤, 도깨비가 보지 않는 뒤쪽을 향해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영물은 더 이상 절뚝이지 않았고, 헐떡이지도 않았다. 영물이 생각한 대로 꽤 멀리 도망칠 수 있게 되었다.

“커…억…, 커… 억……”

얼마나 달렸는지 영물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자기 머리조차 무거워 쳐들지 못할 상황이 되고 있었다.

“새파랗게 어린 호랑이야, 언제까지 도망만 칠 거냐?”

도깨비가 큰소리로 꾸짖었다.

눈앞은 깜깜했다. 숨은 목구멍에 걸려, 쉬지도, 뱉지도 못했다. 간신히 소리에 반응한 영물이 힘겹게 머리를 쳐들었다. 도깨비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도깨비와 암컷 호랑이가 나란히 서서,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컥 컥… 컥….”

영물은 짧은 시간에 몰라볼 정도로 야윈 상태가 되었다. 좀 전까지 탄탄했던 얼굴은 이미 아니었고, 발걸음을 떼는 것조차 힘들어 주저앉으려 했다. 사방은 온통 새하얗고 끝이 없는 곳으로 변해있었다.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한 열려 있으면서도 닫힌 곳이었다.

“커……”

영물은 이제 발을 질질 끄는 게 다였다.

끝없는 어딘가를 향해 그저 발을 질질 끌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도깨비와 암컷 호랑이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정도였다. 이때 갓난이가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쪼끄만 놈 뒤로 다가갔다. 앞발로 영물의 축 처진 꼬리를 꽉 붙잡았다. 영물은 힘겹게 고개를 뒤로 돌렸다.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처량한 눈빛이었다. 갓난이는 꼬리를 잡은 채 무서운 낯빛으로 영물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조금의 희망을 포기했는지 발을 다시 질질 끌었다.

“끄응-! 끙! 끙!”

갓난이는 영물의 꼬리를 줄다리기하는 것처럼 온몸에 힘을 주어 뒤로 잡아당겼다.

“커헉…!”

영물의 숨이 턱 막혔다.

사나운 눈빛을 가진 영물은 지금까지 무서운 게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잔인한 성질을 지닌 터라, 함께 태어난 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 어린 영물이 무엇을 안다고, 본성에 따라 형제를 괴롭히고 먹이를 빼앗았던 것이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생기를 잃었으며, 눈동자는 아기의 손톱보다 작게 졸아들어 있었다.

“커흥…!”

마지막 숨을 토해내자, 그의 송곳니들이 힘없이 우수수 빠져나와 바닥에 흩어졌다. 탐욕으로 가득 찼던 힘줄과 근육의 팽팽했던 긴장이 풀리면서, 머리가 털썩 주저앉았다. 산주(山主)의 자리를 탐했던 그의 콧날 위로 피가 흐르며, 영물로서의 모든 위엄은 처절하게 소멸했다.

혀가 입에서 빠져나와 기다랗게 뻗쳤다.

평소처럼 잘난 척하며 싸우지도 못했다.

도망치지도 못했다.

마지막까지 모멸스러운 모습만 보이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죽어버렸다.

“소중한… 뿌득 뿌득! 내 아이… 뿌득! 원수! 뿌득! 뿌득!”

암컷 호랑이는 가죽만 남기고 죽어버린 영물의 가죽을 이를 갈며 쳐다보았다.

꼬리 끝부터 기다랗게 나온 혀까지, 두 발로 지근지근 짓밟으며 지나갔다. 그러고는 아직 남아 있던 혀를 뽑았다.

“원한은… 뿌득! 갚았다. 원한은 뿌득! 갚았다.”

혀를 질겅질겅 씹으며, 한을 조금이라도 풀려고 씹고 또 씹었다.

암컷 호랑이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가죽을 돌돌 말았다.

“도깨비 어르신, 가죽을 바칩니다.”

영물의 가죽을 도깨비에게 가져다 바쳤다.

“가죽만 남았구나. 얼마나 욕심이 많았으면 비참하게 죽었는데도 털만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다니…”

도깨비가 가죽을 꼼꼼히 살폈다. 가죽에 꽤 만족한 얼굴이었다.

“킁킁! 킁! 가죽에서 풍기는 냄새가 향긋한 게, 꼬마 영감이 좋아하겠는걸.”

문득 ‘보’의 친한 꼬마 영감이 떠오른 도깨비가 활짝 웃었다.

“도깨비 어르신, 고맙습니다. 너무도 억울한 한을 마침내 풀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제 목숨을 어르신께 바치겠습니다.”

죽을 줄 알면서도 암컷 호랑이는 감사함에 큰절했다.

“그만 됐다. 네 대가는 이 호랑이 가죽으로 대신해도 된다. 다만 너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있으니 이게 문제일 뿐이다.”

“도깨비 어르신, 원한을 갚기 위해 제가 저지른 일을 무얼로 대신할 수 있으며, 자식을 지키지 못하고 잃은 어미가 삶에 무슨 미련이 남아 있겠습니까? 억울하게 죽은 아이 어미에게는 제 몸의 털가죽이 속죄의 증표로 도움 되지 않을지요?”

도깨비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바닥 가득 어지럽게 놓여있던 줄을 쥐고 흔들어 댔다. 그러자 새하얀 공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암컷 호랑이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도깨비 발밑에 엎드렸다. 잠시 뒤 도깨비는 보자기를 펼쳐, 머리에 뒤집어썼다. 누군가와 한참 동안 수다를 떠는 모양이었다.

“그래그래. 됐다. 됐어! 하하하…! 잘 해결됐다.”

보자기를 벗은 도깨비가 크게 웃었다.

“네 마음은 잘 알았다. 살생한 너에 대한 사연을 신령이 잘 알게 되었다. 신령이 네 원한에 동정하고 있구나. 네가 죽인 아이 셋이 이미 신령의 동자로 거두어졌으니, 너 또한 신령을 모시거라. 때마침 산신령을 모실 호랑이가 없으니, 그것이 네게 주어진 속죄의 기회다. 신령을 모시며 수양하고, 기회가 닿으면 마을에 보은 하여라.”

“어 홍… 어 홍… 어 형.”

암컷 호랑이는 알겠다는 듯 납작 엎드린 채 낮게 울었다.

“도깨비님, 신령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바람이 불어와 땅바닥에 구름이 깔렸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에서 나타난 동자 셋이 도깨비에게 예의 바른 몸동작으로 인사했다.

“호랑이님,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

동자 중 맏이가 호랑이에게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었다. 암컷 호랑이가 주춤거리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자, 맏이가 다가가 등을 쓰다듬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암컷 호랑이가 배를 뒤집어 보였다.

“도깨비님, 제가 형제 중 맏이입니다. 은혜에 감사합니다.”

맏이가 고개를 숙이자, 동생 둘이 따라 고개를 숙였다.

“뭐… 재미있었다고 신령에게 전해라. 인제 그만 가거라.”

도깨비가 뒤돌아 떠나려 했다.

동자 셋을 등에 태운 호랑이 발밑으로 구름이 짙게 깔렸다. 호랑이와 동자 셋을 감싼 구름은 산신령이 계신 산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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