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신발

by 효정

엄마는 나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엄마. 엄마 하고 몇번을 부르고 나서야

"아 그래 정이가."하고 말했다.

"근데 여기가 어디고? 내가 왜 여기 있노?" 라고 엄마는 물었고 나는

"엄마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잖아. 기억 안 나?. 지금 파티마병원 응급실이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뭐라카노. 내가 자전거를 언제 탔노. 내가 언제."라고 말하며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듯했다.

엄마는 자꾸만 내게 자기는 자전거를 탄 적이 없다고 했고, 여기가 어딘지 다시 물었으며 머리가 아프다는 말만 반복했다.

나만 마음이 급한가 보다.

응급실이 꽉 차서 엄마는 응급실 입구 자동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곳 바로 옆 간의 침대에 누워 있었고, 넘어지면서 부딪힌 머리 쪽에서 흘러나와 굳은 피는 꾸덕꾸덕해지고 있는데 아무도 엄마를 봐주지 않았다. 지나가는 간호사 의사에게 몇 번이나 엄마가 기억을 못 한다 머리를 부딪혀 피가 난다, 눈 쪽도 많이 부었다 말했지만 그들은 기다리라고만 했다. 부산히 사람들이 들락날락 할 때마다 자동문은 열리고 또 닫혔고 그때마다 찬바람만 부지런히 엄마를 맞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의사선생님이 엄마가 머리 CT를 찍어야 할 거 같다고 침대를 밀어 달라고 했다. 엄마 발 쪽에서 침대를 밀고 나가는 데 엄마 발에 걸려 있던 신발이 툭. 하고 떨어졌다. "저기.. 저 엄마 신발.." 하고 말을 마치 지도 않았는데 의사선생님이 급하게 침대를 당긴다. 저 신발을 남겨놓고 자리를 뜨는 게 왜 그렇게 마음이 아팠을까. 내동댕이 쳐진 신발 한 짝을 몇 번이나 돌아봤다.

CT를 찍기 위해 간 곳에서 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복도는 응급실보다 사람이 적어 그런지 조용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추운 곳이기도 했다. 신발이 벗겨진 발을 주무르고 또 주물렀다. 파티마병원이라고 아무리 설명해 줘도 또다시 물어보고 물어보는 엄마의 얼굴을 더 보고 있을 수 없어, 그냥 애꿎은 발만 만져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근데, 너랑 용호는 괜찮나.?"라고 물었다

"응. 엄마. 엄마만 넘어졌잖아. 우린 하나도 안 다쳤어."라고 했다

"아이고. 그럼 됐데이. 그럼 됐어."

대체 뭐가 됐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엄마 머리는 풍선처럼 부풀어 곧 터져버릴 거 같은데, 아직 벗겨진 신발은 다시 신지도 못했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서 대체 뭐가 됐다는 건지. 뭐하나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뭐가 됐다는 건지.

나는 그때 알았다. 난 아무리 악을 쓰고 노력을 해도 절대 엄마가 날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엄마가 된 딸을 살뜰히 아끼고 또 아끼고 있었다.

#엄마

#엄마가되고도다알지못할 #엄마의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