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원 아침

버려진 식물

작은 정원에는

말없이 건너온 생들이 산다.

하나둘 모여든 그들은

이제 고맙다는 말을

꽃으로 대신한다.


습관처럼 나는

베란다로 향한다.

겨울 아침의 햇살은

식물들에게는 하루의 식사이고,

나에게는 마음의 온기다.

밤새 무사했는지 묻듯

꽃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혼자 미소 짓는다.


여름의 어느 날,

누군가의 죽음을 이유로

아파트 화단에 버려진 식물들이 있었다.

흙도 없이 뽑혀

내동댕이쳐진 몸들.

잎은 말라 있었고

뿌리는 거의 숨을 놓기 직전이었다.


나는 그들을 데려왔다.

말없이 물을 주고

조심스럽게 시간을 건넸다.

그러자 어느 날,

뿌리는 먼저 말을 걸어왔고

초록 잎이 대답처럼 올라왔다.

그때 나는 배웠다.

생명은 포기보다 느리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예쁠 때는 머물다

쓸모없어졌다는 이유로

버려진 것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다시 이름 형태를 찾아간다.


제라늄은 빛을 기억해 냈고

꽃기린은 가시 끝에 꽃을 매달았으며

게발선인장은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천리향은 말없이

향으로 집을 채운다.

베란다는 늘

그 향의 몫이다.


손길과 사랑을 받은 식물들은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차가운 계절을

조용히 견디는 법을 안다.


이제 정원은

베란다를 넘어

거실까지 스며들었다.

밖은 겨울이지만

집 안은 늘

한 철을 앞서 있다.

사계절이 동시에 숨 쉰다.


너무 많아

나누어 보내고

또다시 데려오며

버려진 생을 맞아들이다 보니

이곳은 어느새

가득 찬 정원이 되었다.


이들에게서

나는 생명의 값을 배우고

사랑의 방식을 배운다.

준 것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바꾸어 돌아온다.

꽃으로, 향기로,

그리고 오래 남는 깨달음-




월요일 연재
이전 06화신발장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