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
밤은 색색의 불빛을 데리고 찬란하게 얼어붙은 저수지에 내려앉았다.
평화롭게 물 위에서 놀던 청둥오리들은 어디로 갔을까.
날씨가 꽤나 추웠는지 저수지는 꽁꽁 얼음으로 채워져 있다.
친구인지 부부인지, 서로 정답게 속삭이듯 물 위를 유유자재로 놀던 오리들을 시샘이라도 하듯
저수지는 얼어붙어 발 한 번 디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나마 자연의 이치에 따라 오리들이 떠난 자리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찬란한 불빛이
얼어붙은 저수지 위로 내려앉아
“어떠냐, 나의 멋진 불빛을 보아라” 하듯
차가운 저수지를 빛으로 감싼다.
비록 청둥오리들은 잠시 그 자리를
불빛과 얼음에게 내어주었지만
기다리라며, 곧 다시 그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색색의 불빛에 오색 옷을 입은 건축물들이 아름답다.
내 눈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얼음판을 잠시 들여다본다.
모든 이치가 이렇듯
가을은 겨울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다음을 기약하며 떠났다.
곧 떠났던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 말하듯이.
오늘은 무슨 날인가.
돌아오는 길, 누군가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다른 날보다 유난히 크고 둥근달이
하늘에 걸터앉아 있다.
“참, 달도 크네.
일찍도 떠서 걸터앉았네.”
혼잣말을 하며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왔다.
저수지의 얼음, 불빛, 솥뚜껑만 한 달을
가슴에 품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