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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Jan 13. 2024

엄마와 함께 했던 꽃 이야기

복숭아꽃



 1편: 봉숭아꽃(봉선화) 이야기


요즘은 어릴 적 꽃들을 그리워하면서 함께 했던 '추억'들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 본다.

꽃보다는 일상은 아이들이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현실이다. 학교, 학원, 자유의 놀이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현실 하고, 싸우고 있다.

나, 어릴 적 꽃 하고 지금의 꽃도 시대에 따라 변해가고 있다.

내가 어릴 적 꽃은 집안에 화단에 아무렇게나 자라고, 피고, 했던 꽃 봉숭아꽃이 있었다.

우리 집 화단에는 7월 이후면 피었던 꽃들이 내 엄마와의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23년 8월 27일 그리운 마음으로~~ 엄마와 추억





학교 갔다 오면 봉숭아꽃이 방긋방긋 웃어 나를 반긴다. 나를 반기는 것은 "엄마와 봉숭아꽃"

엄마는 나에게 손톱에 봉숭아 물을 예쁘게 들여줬다. 봉숭아꽃, 봉숭아잎, 돌에 으깨어 백반 하고, 함께 혼합해서 밤에 잠잘 때 손톱 위에 살포시, 내가 맞춰 잘라놓은 비닐 싸매 실로 꽁꽁 묶어 주었다. 너무 세게 묶어 아프기도 했지만, 밤새 참고 잤다. 자고 나면 어떤 것은 손톱에서 빠져 없었다. 세게 묶여 있는 것은 잠결에 아파서 뺐나 보다. 그래도 나의 손톱은 밤과 함께 변해있었다. 내 엄마는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이 좀 이상했어도 일상생활은 별다름 없이했다. 다만 엉뚱한 소리를 혼자서 했었다. 난 이런 엄마를 내 엄마라고 자랑보다는 숨기고 살았던 것 같다.

개천을 거닐 때 봉숭아꽃이 보여 따서 남편한테 봉숭아 물을 들여 달라고 했다. 봉숭아꽃이 손톱에 물들어 첫눈 올 때까지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낭설이 있다.

난 "엄마"를 잊을 수도 없다. 벗어나고 싶었던 일들이 지금은 내 발목을 잡아 그 어린 시절 추억을 그리며 쫓아 살고 있다. 나도 모르게 젖어 있다.






2편: 채송화 추억 속


채송화꽃은 아주 소박하고 아주 어리고 작은 꽃이다. 난 내가 함께했던 꽃들을 좋아한다.

한번 피었던 자리에 해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피고 지고 한다.

난 엄마와 함께했고, 그렇게 싫었던 것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난 나의 어릴 적 추억, 과거를 지금도 그리워 내 집 화단에 채송화꽃과 함께한다.

채송화는 변함없이 해가 바뀌어도 나에게 찾아와 피고 있다. 도시의 아파트 창틀 베란다에서 핀다.

때론 벌, 들도 나의 화단에 손님으로 찾아와 앉았다 간다. 내 어여쁘고 나의 '추억' 채송화를 벌은 알아봐 준다. 난 벌들에게 자릿세를 받지 않는다. 벌들은 꽃가루를 온몸에 묻혀 배부르다고 처음 왔을 때와 날아갈 때는 다르다. 꼬리에 노란 꽃가루를 잔뜩 묻혀 무거워 보인다. 저들도 새끼가 있겠지! 어떤 놈은 나처럼 사연 많은 놈도 있을 이겠지! 난 명량 쾌활 누가 봐도 이런 아픔이 있는 줄 모르니까. 나의 베란다는 꽃들이 많다. 나와 이야기해 주고 우리 엄마처럼 곱고, 때론 슬픈 꽃들도 핀다. 우리 엄마는 화려한 붉은색을 좋아했다. 아픔, 슬픔을 덮고 자 했나 싶다.




2023년 8월 16 일  여름날  



난 그래서 빨간 채송화만 심어서 키운다. 내 엄마 꽃이라 하고 싶어서 소박하게 느껴져 채송화는 주로 여름에 7월이 후에 피어 해 뜨면 피고 밤이 되면 봉오리로 있다. 채송화 꽃말은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채송화 이야기 중에서 전설에 얽힌 이야기는 옛날 페르시아에 사치가 심한 여왕이 있었다고 한다. 세금도 보석으로 내라 하고, 백성들을 괴롭혔단다. 어느 노인이 수많은 보석 상자 하나를 여왕께 바치면서 조건을 걸었단다. 보석 하나당 페르시아 백성 한 명을 값을 치르란 조건 보석에 눈이 멀어 승낙하고 말았단다.

백성이 다 사라지고 마지막 여왕까지도 사라지면서 파편들이 터지면 채송화로 변했단다. 꽃 이야기는 그리 좋지 않아도 난 내가 어릴 적 추억이고 엄마의 그리움이기에 좋아하고 사랑한다.

어릴 때 흔하게 보였던 채송화는 요즘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덩굴장미만 쉽게 보인다.




3편: 백합꽃 고향 내음



자그마한 화단에 돌로 만들어진 절구가 하나 버티고 있다. 바로 옆은 하얀색 백합이 가득 메워 있었다.

넓은 마당에 들어서면 화단에 하얗게 피었던 백합꽃이 진동했다. 꿀벌들이 꽃 수술 사이를 번갈아 가면서 자기 집 드나들듯이 전쟁이었다. 지금도 내 머릿속에는 상상하면 눈에 꽃이 보이고 어릴 적 코끝으로 들어왔던 그 내음이 느껴진다. 백합은 마늘 같은 뿌리 모양처럼 생겼다.



interview365




어릴 적 추억이 그리워 시골집에 들러 백합이 있으면, 캐오려 했지만 하나도 없었다. 엄마와 함께 떠났나!

누군가 나의 추억 집에 한뿌리도 없이 다 캐가서 없었다. 우리가 살던 손때 묻어 있는 집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윗집 아저씨가 자기 명의로 돌려놨단다. 소송해서 찾으려 했지만, 증인인 아버지가 안계서 뺏기고 말았다. 뒤뜰은 주인 잃은 감나무와 엄마의 손때 묻어 있는 장독대만 덩그러니 주인을 잃고 변해가고 있다.

우리들은 옛집에 가지 않는다. 그래도 멀리서 보면 담쟁이넝쿨이 해마다 담을 에워싸고 있다.

엄마, 아버지, 큰오빠도 없다. 먼 하늘나라 여행 중이다. 난, 봉숭아꽃, 채송화꽃, 백합꽃은 나의 고향이자 엄마의 그림자다. 잊을 수 없는 꽃들이기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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