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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Mar 17. 2024

여수의 갈치낚시

대교 2 호배



       낚시 나가려 아이스 박스 배에 옮기는 장면


2023년 9월 23일 일기예보 “바다낚시 금지. 풍랑 주의보” 주말에 떠나기로 했지만, 갑자기 바다 날씨 때문에 변동사항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처음 계획은 통영이었으나 출항하는 배가 없어 밴드에 들어가 가능한 곳을 물색하다 보니 여수에 있었습니다. 수요일 오전 1시까지 오라고 합니다. 이번 주말 계획했던 일이라 마침 채비는 다 만들었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화요일 새벽 5시에 우린 출발하였습니다.

아직 밖은 어둡군요. 요즘은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어서 해 뜨는 시간이 여름과 달라 늦어지는군요. 평일은 고속도로가 차가 많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아요. 전남 여수 쪽은 처음 갈치낚시 하러 가다 보니 주위 고속도로 배경이 달라 보였습니다. 어느새 달리고 달려 춘양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사서 마시고 아침 식사는 집에서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와 보냉 가방에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차에서 먹었습니다. 잠시 휴식 후 다시 여수를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맑아서인지 달리는 창밖은 가을 내음과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 들판이 제 시야에 들어옵니다.


계절의 바뀜은 주위 배경, 풍경에서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높아지는 하늘, 푸른 산들이 변해가는 모습, 밤 들이 익어가고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바람을 안고 춤을 추고 있네요. 이런저런 가을의 시골 풍경을 눈에 담아 가고 있는 사이 도착지인 여수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아직도 출항하려면 2시간 더 기다려야 하네요. 주차장 찾아 주차하고 배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탈 배는 대교 2호. 여수에 와서 새로운 광경에 너무 놀라웠습니다. 낚싯배도 다른 지역보다 엄청 많고 배가 정말 큽니다. 낚싯배 9,977톤. 이렇게 큰 배는 처음입니다. 배가 커서 전 제일 먼저 마음에 들었습니다. 파도에 덜 출렁일 테고, 또 평일이라 정원 20명 타는 배이지만 12명 나간다고 하니 안전하다는 생각을 먼저 가지게 되더군요. 여기는 다른 데에 비해 경비도 저렴했답니다. 낚싯배가 많아서인지 여긴 15만 원. 통영은 평일 20만 원, 주말은 22만 원입니다. 


1시가 되니 각지에서 모인 조사님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마산에서 오신 분, 서울 사당에서 오신 분, 추석 명절 갈치 잡아 선물한다고 오신 분도 계시고 연세 드신 분 중 잡아 파시는 분도 계시네요. 1시가 되니 배는 떠날 준비 합니다. 

선장님, 사무장님, 배선주 님 모습이 보입니다. 낚시하기 전, 자리 쟁탈전을 벌입니다. 앞자리나 뒷자리를 뽑기를 바라면서 저 역시 번호를 뽑기 위해 나무젓가락에 하나를 뽑으니 4자가 보였습니다. 제가 4번째로 자리 선택권이 부여되었습니다. 전 뒷자리 18번과 19번을 선택. 무슨 로또나 당첨된 거처럼 신났습니다. 낚시하기도 편하고, 포인트는 앞이나 뒤쪽이 잡을 확률이 높거든요. 조사님들이 다 선호하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한두 시간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고 합니다. 배 계단으로 내려가면 잘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잠시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밤을 새워 갈치낚시 하려면 힘들 테니 말입니다. 배는 포인트인 목적지 향해 달리고 달려 넓고 넓은 바다 한가운데 도착. 풍을 내리고 우린 갈치 낚싯대 꺼내 준비해 온 채비를 매답니다. 오늘은 8단 채비를 매달고 하기로 했습니다. 



10단 채비는 저한테는 무리인 것 같아서 옆 사람이랑 걸리면 풀다가 시간만 가거든요. 주위 갈치 배들이 집어등을 밝혀 불빛들이 환하게 비추고 있군요. 갈치들이 불빛을 향해 모여들기에 집어등을 한다고 합니다. 선장님이 수심 75m라고 합니다. 수심층을 잘 맞추어야 고기를 잘 잡을 수가 있습니다. 일찍 준비해서 내리신 몇 분이 계셨습니다. 얼마 안 가서 낚싯대 부러지는 소리. 이런, 큰일 났습니다. 바다 밑에 어부들이 고기 잡기 위해 던져놓은 부표가 있어 그물에 걸려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스타일이 외국 배우 ‘율 브리너’ 같이 생기셨습니다. 체격도 좋으시고 헤어스타일도 대머리. 자리도 두 자리를 예약해 낚시하려던 계획이 결국 한자리만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낚싯대가 부러졌으니 남은 한 개로 할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제 뒷자리라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셔요. 아마도 대박 나실 거예요. 웃으십니다. 제 옆에 계신 분도 다른 분과 낚싯줄이 걸려 장난이 아닙니다. 이쪽저쪽 그래도 전 다른 분과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옆에 계신 분하고 걸려 실랑이하고 있군요. 처음 시작부터 걸려 풀다 보면 그날은 망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좀 기다렸다가 부포가 지나간 뒤에 내리기로 하고 다시 준비했습니다. 전 수심층을 60m로 하고 시작했습니다. 통영은 넣자마자 입질이 왔는데 여기는 생각보다 안 나오나 입질이 별로인 것 같아요. 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계속 걸려 낚시를 못하고 제 옆자리 아저씨도 계속해서 걸리고 낚싯대가 부러지고. 이크 속상하시겠다. 말씀이 없으시네요. 손님 고기만, 올라온다고 합니다.


 

           갈치 낚싯대 주위 만새기 떼 사진


고등어, 삼치, 만새기는 일가족을 데리고 배 주위를 빙빙 돌고 있습니다. 갈치를 잡아야 하는데 오라는 고기는 안 오고 삼치, 고등어, 일명

 손님 고기라 부른답니다.

옆에 계신 아저씨는 화가 어지간히 나셨나 봅니다. 삼치만 올라와 빨리 올리지 않으면, 다른 분과 줄이 엉켜 심각해집니다. 아저씨는 삼치가 올라오자, 배 위에 패대기를 칩니다.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이해가 갑니다. 저도 하다 보면 화가 나고 성격 버리겠다 하곤 하죠. 갈치낚시는 그만큼 힘들다고들 말합니다. 오늘은 생각보다 못 잡을 것 같습니다. 남편도 계속 줄이 걸려서 매듭을 푸는데 실랑이하고 있습니다. 사무장님이 제 옆에 와서 삼치 포를 떠주시고 고기가 바닥에 있다고 수심층을 다시 맞추라 했습니다. 63m에서 조금씩 입질. 씨알이 좀 큰 놈입니다. 그래도 전 꾸준히 잘 잡고 있었습니다. 제 옆에 아저씨  쿨러엔 고기가 별로 없었습니다. 전 그래도 갈치 잡는 재미가 붙었습니다.


      

                             밤새워 잡은 갈치


한참 잡다 보니 야식 어묵탕 먹으라고 하는군요. 전 별로 먹고 싶지 않아서 안 먹겠다고 하고 갈치 잡는 것에만 열중했습니다. 배 주위를 돌던 만새기 일가족은 소문을 냈는지 어느새 주위는 만새기들이 줄지어 돌고 있습니다. 전 농담으로 만새기 잔치 날인가 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꽁치, 삼치, 포를 뜨고 남으면 가시 머리는 바다에 던져집니다. 그래서 만새기들이 먹이가 많다고 주위에 달려들어 계속 돌고 돌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도 다른 날과 달리 계속 줄이 엉켜도 차분히 서두르지 않고 풀고 있군요. 고기는 용왕님이 주셔야 많이 잡죠? 날씨 물때는 좋았지만 갈치는 많이 없었습니다. 오전 4시 이제는 끝내고 들어간다고 합니다. 둘이 큰 놈 작은놈 합해  80마리 잡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전 즐거운 낚시를 했으니,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다고 했습니다. 다시 육지로 돌아오는 시간에 배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저녁도 주고 여수 대교 2호는 아침 식사도 제공합니다. 다른 배랑은 다르군요. 사무장님이 담에도 꼭 여수 대교 2호에 갈치 낚시 오라고 합니다. 자상하시고 참 좋은 분 같았습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집으로 차 운전을 하였습니다. 잠을 자지 못하고 낚시에 피곤해서 휴게소 들러 쉬엄쉬엄 올라가자 했지요. 낚시하면서 조사님들 덕분에 추억도 많이 쌓고 웃고 즐겁게 했답니다.

선장님, 사무장님을 비롯해, 낚시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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