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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May 11. 2024

3. 또, 다투고 말았습니다(^^)

불완전한 너와 나 시리즈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나와 '다릅'니다. 다르다는 말은 한편으론 매우 이해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단어입니다. 원가족과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는 성향이 매우 '달랐'습니다. 다르다는 그 말이 너와 나의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말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기에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화합'을 강조하는 이중적인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거참, 희한한 단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온 세상은 많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해와 공감, 그리고 포용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엊그제 또 싸웠네요. 너와 나는 '다르'기 때문에.


이래나 저래나 너와 내가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방식과 행동의 방식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이해를 꼭 해야지 상대방과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이해를 하지 않고 그냥 포용할 순 없을까요. 이상하게 저는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인가 봅니다. 이유가 있어야, 아참 그것도 제가 이해할 수 있는 합당한 사유여야 이해가 되더군요. 이런 저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이 되지만 그게 저인걸 뭐 어쩌겠습니까.

 

지난해 5월에 결혼을 하고서 많은 전쟁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심하게 싸운 것은 아니지만, 심할 때도 있었습니다(?). 사소한 것들과 별것 아닌 일들이 모두 '다름'을 느끼게 했고 저는 그 '다름'이 참 싫었습니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없다지만, 아니 이렇게까지 '다른'사람을 제가 골랐다니요. 한편으론 놀랍기도 했습니다. 연애 시절에도 수많은 다툼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다투고 있다니요. 언제까지 이 다툼의 시기가 계속될는지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때까지 에너지가 잘 남아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썰을 하나하나 풀자면 백과사전보다도 더 나오겠지만, 오늘은 간략하게만 하도록 하죠.


저는 일을 빨리 끝내고 쉬고 싶어 합니다. 남편은 반대로 조금 쉬었다가 느긋하게 일을 하는 편을 선호하죠. 그래서 그런지 서로의 생활 템포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성격이 급한 탓일까요. 한편으로는 남편의 여유로운 모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나만 조급하게 빨리빨리를 외치며 사는 것이 아닌가 한동안은 제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죠. 하지만 집안일에 있어서는 제가 답답함을 느끼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결국엔 마음 급한 사람이 집안일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수일이 지나서 저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남편이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제가 한 일에 화가 나는 꼴이라니. 참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들에는 이런 비슷한 성향차이 때문에 일처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한 문제점들이 다수 나타났습니다.


뼛속까지 빨리빨리인 저와, 여유를 풀충전한 한량 남편.

이 두 사람이 찌그락빠그락하면서 일 년 동안 서로의 속도를 맞춰나가다가도 다시 멀어지고, 다시 맞춰나가다 멀어지고를 반복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 간극은 벌어졌다가 다시 좁아집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완전히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리고 서로의 에너지가 허용하는 한, 우리는 이 간극을 좁히는 과정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

  

서로 자라온 환경과 생각이 다른 부분들은 서로 이해를 해야 한다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도 몰랐던 저의 모습들을 하나 둘 깨달으며 소름이 돋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는 것. 물론 남편도 마찬가지겠죠. 화를 내면 말로 차근차근 푸는 남편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지만 저는 이상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뒤에 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선 얼마나 답답할까요. 이럴 땐 또 남편이 빨리 해결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저는 그 반대로 조금 시간을 가지면서 푸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다른 듯 비슷한 점이 많은 서로가 만나서 일 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사다난하네요. 맨날 천날 행복할 순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서로가 맞춰가는 시간만큼은 슬픈 시간이 아닌 노력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야 될 것 같더군요. 그것이 제가 1년간의 부부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진리입니다. 서로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서 알아가고 조율해 나가야 된다라는 것.


위의 눈사람 사진을 찍을 때에도 다툼은 있었습니다. N차 전쟁이 발발하며 우리의 전쟁사에도 여러 에피소드들이 쌓여나가겠죠. 그 역사의 순간들을 통해서 조금 더 우리가 돈독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행히 오늘은 다툼이 없었네요. 하루 정도는 조용히 넘어갈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 내일도 N차 발발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엣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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